[IB토마토 심수진 기자] "인수합병(M&A) 업무는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취합해 진행하는 종합예술이다.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당사자들 및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M&A 변호사는 이해관계의 조율자이자 코디네이터로서의 역할을 한다. 그만큼 M&A 변호사는 전체적인 그림을 보는 동시에 그 안에서 이슈에 따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당사자들과 잘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
M&A파트 변호사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일까. 이해관계의 조율, 협상력, 창의적 대안제시 등 M&A 변호사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다양하다. 자문과 분쟁을 넘나들며 M&A 분야의 베테랑으로 꼽히는 이동건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그중에서도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장 중요하게 꼽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과 상대방의 입장을 경청하여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다음으로는 '코디네이터로서의 역할'을 꼽았다. 공정거래, 노동, 각종 인허가 이슈 등 산업별 전문가를 구성해 진행하는 일이지만 전체 거래의 코디네이션은 M&A 변호사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열린 '2019년 ALB 한국 법률 대상'에서 '올해의 딜메이커' 상을 수상했다. 올해의 딜메이커상은 개인 영역 중에서 최고의 상이다. 앞서 이 변호사는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001740)) 사태부터 대한생명 인수,
현대엘리베이(017800)터-
KCC(002380) 경영권 분쟁,
휠라코리아(081660)의 세계 1위 골프브랜드인 타이틀리스트 인수, 노벨리스와 고베제강의 합작거래 등 굵직한 거래들을 이끌어왔다. 최근에는 KCC 컨소시엄의 미국 모멘티브퍼포먼스머티리얼(모멘티브) 인수(3조5000억원 규모),
CJ(001040)그룹의 미국 슈완스컴퍼니 인수(2조원) 등 대형 크로스보더(해외M&A) 거래를 자문하면서 최고의 딜메이커로서 입지를 굳혔다.
이 변호사는 날카로운 지적으로 적대적 M&A에서도 중요한 판례를 이끌어냈다. 지난 2003년 KCC와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 분쟁 당시 이 변호사는 현대그룹을 대리해 KCC로부터 경영권을 지켜낸 바 있다. KCC가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율을 빠르게 높이면서 현대그룹 인수를 공식 선언했으나 KCC의 5%룰 위반을 지적해 처분명령을 받아냈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두산인프라코어(042670)차이나(DICC)와 재무적투자자(FI)들 간의 소송도 M&A 변호사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법리를 통해 1심 판결을 뒤집은 사례다.
그는 "논란이 있는 법의 모호한 부분을 지적해 우리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고, 법 자체가 명확하게 바뀌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데 그러한 결과를 보면 뿌듯한 마음이 든다"라며 "해당 법 개정의 히스토리를 다 알고 있는 만큼 현장에서 재미를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올해로 20년차 파트너 변호사인 그는 후배들에게 '카운셀러'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 변호사는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고객들이 변호사에게 원하는 것은 '전문성'이 아닌 '카운셀러'로서의 역할이었다"라며 "이는 고객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듣고 내 일처럼 생각하는 것, 즉 공감과 소통 능력이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변호사로서의 전문성은 당연한 것이고 결국 카운셀러로서 고객과 얼마나 소통을 잘 하는지가 차별성을 갖게 한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이동건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세종
다음은 이동건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올해로 M&A파트 변호사로서 20년째 근무중이다. M&A파트의 매력은 무엇인가?
△M&A파트의 매력은 변호사의 역할이 크다는 것이다. 당사자들이 원하는 것을 법률적, 계약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변호사인데, 다른 영역보다 거래구조를 짜고, 계약서를 만들고, 협상을 주도하는 등 변호사에게 요구되는 역할이 많고, 변호사에게 의지하는 부분이 크다. 힘들긴 하지만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M&A 딜 자문은 양사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이끌어 내야 하는데, M&A 진행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무엇인가?
△(M&A 과정에는) 여러 파트가 있고 서로 추구하는 바가 같은 것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다. 따라서 '조율'이 제일 중요하다. 조율을 잘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청하여 공감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부드럽게 전달하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진행 과정에서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윈-윈할 수 있도록 구조를 고안하는 창의력이 있으면 더 좋다. 결국 비즈니스맨이 해결책을 잘 찾지 못할 때 법률적 측면에서 대안을 제시하여 교착상태에 대한 돌파구를 만들어 내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KCC와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 분쟁이나 최근 DICC와 FI 소송은 의미 있는 판례로 언급된다.
△KCC와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분쟁은 5%룰을 잘 적용을 한 사례다. KCC가 현대엘리베이터를 공격할 당시 KCC를 방어하면서 경영권을 지켜낸 것인데, 그 과정에서 단기간에 여러 싸움이 있었다. 5%룰 위반으로 처분명령을 받아내자 처분명령에 대항해서 상대방에서 또 공개매수를 하는 등 소송도 많고 복잡한 부분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법이 모호한 부분이 있었는데, 법의 취지를 고려할 때 이렇게 해석되어야 한다고 법원과 금감원을 잘 설득해, 좋은 결과를 얻어냈다.
최근에는 DICC 관련 소송을 진행했는데, M&A관련 분쟁에서 민법의 기본원리를 적용해 ▲조건 성취 방해 법리 ▲선택채권 특정의 법리 등 M&A Player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법리를 적용하여 1심 판결을 뒤집고 승소할 수 있었다.
-최근에 대규모 딜을 진행했다. 조단위가 넘어가는 거래의 경우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나?
△기본적인 큰 틀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아무래도 조 단위가 넘어가면 대상회사가 크다는 얘기고, 이해관계자가 많고 인수자금 조달도 해야 하고, 인수주체로 컨소시엄을 구성할 가능성이 크다. 또 회사가 크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도 관여 당사자는 물론 관련된 이슈가 많다. 그만큼 다수 당사자의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한다.
특히 조단위의 회사를 인수하거나 파는 경우는 클라이언트 내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분야별로 관여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 클라이언트 내에서의 의견조율도 그만큼 중요해진다.
변호사들 또한 실사부터 공정거래 등 열 댓명에서 스무명까지 딜에 참여한다. 섹션별로 의견이 나오면 이를 고객에게 잘 전달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M&A 변호사의 코디네이터 역할이 필요하다.
-적대적 M&A는 소송이 수반되는데,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우호적 M&A는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양 당사자가 서로 의사가 합치해서 이뤄어지기 때문에 계약과 협상을 통해 이루어지는 반면, 적대적 M&A는 기존 대주주는 넘길 생각이 없는데, (상대방이) 강제로 더 많은 지분을 사서 공격하는 것이기 때문에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일반 M&A가 계약+협상이라면
적대적 M&A는 전략과 각종 소송이 수반된다.
특히 적대적 M&A는 각종 소송이 결합되니까 송무팀과의 조율이 중요하다. 어떤 타이밍에 어떤 소송을 제기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고, 소송에서 패소할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무리한 액션을 취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법률적 판단 보다 전략적 판단이 중요할 때가 많다.
-국내 기업들이 적대적 M&A의 방어수단으로 미국의 '포이즌필' 도입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포이즌필(Shareholder rights plan·일정 지분율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출현할 경우, 다른 주주들이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사전에 부여)이 도입되면, 물론 적대적 M&A방어 수단 기능은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미국에서는 이사회가 이러한 포이즌필의 환수(Redeem)요구를 받았을 때 '협상을 얼마나 제대로 했는가'에 대한 책임이 매우 크다. 즉 선관주의의무가 요구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사의 책임 문제보다는 방어수단으로 발행된 신주발행의 무효 여부 측면에서 많이 다뤄져 왔다. 적대적 M&A에 대한 사전적 예방 기능도 필요하지만 (제도 도입 시) 그만큼 이사들의 권한과 책임도 막중해진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그동안 자문했던 M&A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딜은 무엇인가?
△M&A는 우호적이든 적대적이든 기업에게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이다. 기업의 신성장동력을 찾거나 중요한 모멘텀의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고, 적대적 M&A라면 기업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딜이라 매 건이 기억에 남는다. 그중에서도 고객들과 같이 고생했던 딜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다. 특히 같이 밤새우고 협상하면서 변호사보다 더 공부하는 고객들을 보며 많이 배우게 된다.
SK글로벌(SK네트웍스) 사태 터졌을 당시 해외 채권자와 협상 과정이나 대한생명 인수 당시 같이 몇 달을 밤새우면서 협상했던 일들,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분쟁도 단기간에 수많은 소송들을 하면서 고생했다. IMM PE의 '캐프' 투자 분쟁이나, 최근 진행 중인 DICC건, 미국 스완스 인수 사례 등도 기억에 남는다. 사회적으로 주목받았던 거래보다도 고객과 같이 호흡하고 고생했던 건들이 기억에 남고, 그러한 고객들과 거래 이후에도 동지처럼 지내게 되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큰 재산이다. 우리는 그래서 '전우'라는 표현을 쓴다.
△'큰 욕심을 내지 말자'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미 많은 것들을 성취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얻게 되는 것은 보너스라고 생각하려 한다. 변호사로서는 후배들과 고객들에게 존경받는 변호사가 되는 것이 꿈이며, 무엇보다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