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경영·주주가치 멀었나…ESG등급 취약한 코스닥
KCGS "코스닥 평가대상기업 57%, ESG등급 최하급"
동진쎄미켐·유진기업·코오롱생명과학·KG이니시스, 지배구조 D등급
공개 2019-10-24 09:00:00
이 기사는 2019년 10월 23일 23:1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코스닥 대형주 절반 이상이 지속가능경영(ESG) 최하위권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기업가치 제고 및 코스닥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ESG 리스크 관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22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 따르면 ESG 평가대상인 코스닥 상장 129개 기업 중 통합등급 C 이하를 기록한 기업은 전체의 57%를 기록했다. ESG등급은 환경(E)·사회(S)·지배구조(G) 등 비재무적 요소를 정량화한 지표다. 스튜어드십코드 확대 움직임 속에서 투자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영역이다.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교직원공제회관에서 열린 '2019 KCGS 우수기업 시상식'에서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과 있다. 사진/뉴시스
 
KCGS가 ESG 등급을 평가하는 코스닥 상장사는 코스닥100에 속하는 기업과 대기업집단 소속회사 등이다. 등급은 S부터 D까지 총 7단계로 나뉘며 C등급은 5단계다.
 
C등급은 “지배구조, 환경, 사회 모범규준이 제시한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갖추기 위한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 여지가 크다”라고 설명된다.
 
KCGS는 사업보고서, 미디어 등을 통해 수집한 기초데이터를 토대로 개별기업에 대한 기본평가 및 심화평가를 진행하고, 이후 등급을 책정한다. 먼저 KCGS는 기업 이사진과 내부 ESG 시스템 등에 대한 문답을 진행하고, 여기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기본 평가를 진행한다. 이후 기업가치 훼손 유발 가능 리스크 등을 별도 파악해 감점을 주는 심화평가를 한다.
 
즉, 코스닥 평가기업 중 절반 이상이 ESG 통합평가에서 C 이하 등급을 받았다는 것은 곧 코스닥 전반의 환경·사회·지배구조 관리 수준이 취약하며, 동시에 기업가치 훼손 리스크도 크다는 뜻으로 풀이해볼 수 있다.
 
실제로 코스닥은 코스피 대비 취약한 평가를 받았다. KCGS에 따르면, 코스피 평가대상 746개 기업 중 ESG등급 C 이하를 기록한 기업은 39.4%였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코스닥은 ESG에 대한 인식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고 제반사항 관리에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의 여유도 넉넉하지 않으므로 등급이 대체로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ESG 등급이 낮다고 해서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장기투자 기조가 강해지고 있는 중에 스튜어드십 코드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어 경우에 따라 주가와 기업가치 등에서 간접적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한 연구원은 “ESG등급이 장기기업가치에 기여한다는 연구결과들이 국내외 학계 및 연구소를 중심으로 속속 나오고 있다”라며 “ESG등급이 높다는 것은 결국 제반 리스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일종의 ‘보험’ 효과가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코스닥 기업의 취약한 ESG등급이 주가 저평가 현상, 즉, ‘코스닥 디스카운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지수는 23일 종가 기준 658.98로 기준시점인 1996년 시가총액의 66%에 불과할 만큼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의 개인 거래 비중은 80% 이상이다.
 
코스닥, 셋 중 하나는 지배구조 평가 '최하급' 
 
ESG중 코스닥 기업이 가장 취약한 분야는 E(환경)이다. C등급 이하가 전체의 77.5%를 차지했다. 환경관련 투자 등 전략적 요소, 리스크 관리 등 경영적 요소, 전담조직 여부, 실제 이행 성과 등이 주로 평가된다. 단, 환경 문제는 코스닥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반적으로 미흡하다고 여겨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ESG는 우리 사회에 이제 막 도입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지배구조 문제가 당면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므로 아직은 환경문제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주주가치 제고에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 G(지배구조) 평가등급에서 가장 준수한 평가를 받았다. C등급 이하는 31.8%를 기록했다. 다만, 코스피 대비로는 5.4%포인트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지배구조 등급은 주주총회·배당 등 주주 권리보호, 이사회 운영, 내부 감사기구 운영, IR 등 공시 이행 여부에 대한 제반 평가를 거쳐 책정된다.
 
다만, 시대 흐름을 역행하는 코스닥 상장사가 더러 나왔다. KCGS에 따르면, 코스닥 평가대상 기업 중 지배구조 항목에서 최하등급 D등급을 받은 기업은 동진쎄미켐(005290), 유진기업(023410), 코오롱생명과학(102940), KG이니시스(035600) 등 총 4곳으로 나타났다.
 
C등급을 부여받은 코스닥 상장사는 37개이며, 대표 기업으로 에이치엘비(028300), 동국제약(086450), 넥슨지티(041140),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 등이 있다.
 
올해 지배구조(G) 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코스닥 기업. 출처/KCGS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일반적인 관점에서 양호와 미비를 가르는 것은 B+ 등급”이며 “C나 D등급은 기업의 ESG 리스크 대비가 고려할 수 없는 수준에 있다고 보면 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만 낮은 등급은 그만큼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뜻이지 실제 거버넌스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도 덧붙였다.
 
ESG 등급은 매년 갱신되며, 과거 평가 내용은 반영되지 않는다. 즉, 차후 개선된 모습을 보이면 상향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올해 코스닥의 ESG등급을 공개한 것은 해당 기업들이 제반 내용을 어느 정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내년부터 코스닥 기업의 ESG 등급도 전부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코스닥 상장사는 코스피에 비해 장기적으로 바라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며 “하지만 길게 보고 있다면 ESG 리스크가 기업가치 등 기초체력 저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본다”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ESG등급이 현 단계에서 코스닥 주가 등에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선진국형으로 가다 보면 점차 반영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코스닥은 개인투자자들 비중이 높으므로 ESG 반영이 비교적 더딜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지난 22일 여의도 교직원공제회관에서 '2019 KCGS 우수기업 시상식'을 개최했다. ESG 코스닥 부문에서 CJ프레시웨이(051500)가 우수기업으로, 지배구조 코스닥 부문에서 GS홈쇼핑(028150)이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CJ프레시웨이의 ESG 통합등급과 GS홈쇼핑의 지배구조 등급은 3단계인 A를 기록했다. 양 부문에서 그 윗 등급인 S등급과 A+등급을 받은 코스닥 기업은 단 한곳도 없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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