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심수진 기자] 자동차 부품제조업체
경창산업(024910)이 올해도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높은 부채비율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가운데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의 절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반기 기준 이자보상배율은 마이너스로 떨어져 당장 이자비용 감당도 어려운 상황이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경창산업의 올해 반기 매출액은 2604억원, 영업손실 규모는 6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당기순손실은 133억원으로, 2017년 243억원, 지난해 267억원에 이어 3년째 당기 순손실이 발생했다.
자동차용 자동차 변속기, 케이블 등을 만드는 경창산업은 40년 이상의 업력을 보유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다. 현대차그룹의 1차 협력업체로 현재 매출의 약 80%가
현대차(005380),
기아차(000270),
현대모비스(012330) 등에서 나온다. 현대차그룹과 오랜 시간 거래관계를 이어왔고, 자동차용 자동변속기는 기술·자본적 진입장벽이 높고 차량의 핵심부품인 만큼 수주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사업기반은 양호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안정된 사업구조에도 불구하고 실적 개선 속도가 매우 더디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올해 경창산업의 예상 매출액을 5102억원, 영업이익은 89억원으로 제시했다. 판매처 다각화로 매출은 작년 대비 소폭 증가할 전망이나 영업이익은 지난해 187억원에서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높은 부채비율은 재무건전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반기 기준 경창산업의 부채총계는 4754억원으로 당장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유동부채가 3042억원에 달한다. 부채비율은 2017년 264.0%, 지난해 290.4%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306.1%까지 올랐다.
단기차입금 규모가 1971억원에 달하는 반면 여유자금 상황은 녹록지 않다. 잉여현금흐름은 2017년 -746억원에서 지난해 말 -52억원, 올해 반기 기준 8억원으로, 현금흐름은 개선됐지만 차입금 의존도는 여전히 50%를 넘는 수준이다.
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단위:억원, 배)
차입금 대부분이 담보나 경영진의 지급보증을 제공받고 있고, 금융비용 커버리지가 높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그러나 차환 여부와 별개로 경창산업의 높은 부채비율은 이미 계속기업으로서의 가정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도 순손실 및 유동부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경창산업의 감사를 담당한 삼정회계법인은 "(지난해 말 기준) 당기순손실 460억원이고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1330억원 초과했는데, 이는 회사의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대해 유의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경창산업은 올해 반기 기준으로도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1129억원 초과한 상태다.
잠재적인 부실기업 위험성도 나타났다. 경창산업의 반기 기준 이자보상배율은 -0.91로, 회사가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를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지표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지난해 2.89에서 급격히 악화됐다.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일 경우 좀비기업(한계기업)으로 간주한다.
한 회계사는 "과거에는 차입으로 사업을 하다 보니 이자보상배율이 낮은편이었지만 최근에는 안정적인 사업의 중요성이 커져 이자보상배율이 높아지거나 3 이상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종속기업 케이씨더블류가 보유 중인 공동기업 '케이비와이퍼시스템'에 대한 투자주식 43억원을 전액 손상처리한 바 있다. 이미 지난 2017년에도 케이씨더블류 투자주식 손상차손 117억원이 발생했고 지난해에도 279억원에 다하는 손상차손이 인식됐다. 투자주식 전액 손상으로 지분법 적용은 중지됐지만 그대로 적용됐다면 32억원의 손실이 추가로 잡혔을 상황이다.
김가영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케이씨더블류 관련 자산은 전액 감액돼 단기적인 추가 손실인식 가능성은 없지만 케이씨더블류와 케이씨더블류 자회사인 케이비와이퍼시스템의 영업적자가 지속돼 추가 자금지원, 지급보증 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전방산업인 자동차업종이 살아나는 분위기는 긍정적인 요소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 진행된 완성차그룹의 수익성 개선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라며 "재고소진이 이뤄진 상황에서 가동률을 점차 높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생산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부품사 실적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재무 상황이 악화된 만큼 단기간의 개선은 어려울 전망이다. 경창산업 전체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는 트랜스미션의 경우 올해 기준으로 현대파워텍(61.8%), 현대차(21.8%), 기아차(3.7%) 등 현대차그룹 비중이 87.2%다. 중국 시장 영향으로 현대차그룹이 휘청이자 경창산업의 실적도 연동됐다. 지난해 폭스바겐, 동안기차 등으로 고객사를 확대하면서 관련 매출은 증가했으나 올 들어 현대차그룹의 중국 매출이 줄어들자 영업이익 마진율이 또 떨어졌다.
김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에 대한 높은 매출의존도와 현대차그룹의 전반적인 실적 저하, 높은 경상적 투자부담을 고려할 때 전반적인 영업수익성은 예년 대비 저하된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