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바하이텍, 거래 재개까지 '산 넘어 산'
감사 의결 거절로 조기상환·유상증자 '물거품'
배임·횡령 혐의만 2건 한동준 전 대표이사…여전히 사내이사 재직 중
공개 2019-09-10 09:00:00
이 기사는 2019년 09월 05일 08:3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크로바하이텍(043590)은 올 들어 두 번째 의견 거절을 받았다. 전직 경영인에게는 배임·횡령 혐의란 꼬리표가 달려 있지만, 여전히 사내이사로 이사진 테이블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사유는 3건에 달하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크로바하이텍은 이번 반기 재무제표에 대해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으로 '의견거절'을 받았다. 크로바하이텍의 지난해 재무제표 감사의견 역시 '의견거절'이었다. 의견을 거절한 외부감사인은 삼일회계법인과 평진회계법인으로 각각 달랐다. 지정감사인 선정 대상에 포함돼 새로운 회계법인을 선임해야 했다. 각각 다른 회계 법인들이 독립적으로 감사한 결과, 검토의견이 모두 '의견거절'로 일치한 셈이다. 
 
삼일과 평진 회계법인은 의견 거절 사유로 △특수관계자와 크로바하이텍의 거래 관련 통제 미비 △대여금 등의 회수 가능성 평가에 대한 통제 미비 등을 들었다.  
 
특수관계자는 회사에 일정 수준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에, 그들과 회사의 거래를 통제하는 내부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감사 법인은 '특수관계자 파악에 대한 회사의 정책결정과 관련된 통제의 설계 및 운영이 미비하고,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내역과 관련한 적절한 통제절차를 운영하지 않았다'라고 판단했다. 삼정 회계법인의 감사 담당 회계사는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설계 및 운영이 돼있지 않아 현재 숫자를 감사인도 믿지 못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한 삼일회계법인은 금융자산의 회수 가능성을 측정하는 부분도 문제 삼았다. 대여금, 선급금, 보증금, FVPL금융자산(전환사채투자), 관계기업투자 등의 회수가능성 평가를 할 때 적절한 통제절차를 운영하지 않아 측정에 중요한 취약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요지다. 
 
그는 "크로바하이텍의 충당금 숫자 자체를 아예 이상하다고 감사인이 판단한 것 같다"면서 "금융 자산 규모가 꽤 많기에 평가가 중요한 회사다"라고 설명했다. 의견 거절은 한정, 부적정과 같은 비적정 의견 중 하나로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또한 비적정 의견은 주식 거래의 정지 사유에도 해당한다. 
 
의견 거절의 결과, 자금 조달은 한층 더 어려워졌다. 
 
SC로위(SC Lowy Financial(HK) Limited 이하 SC로위), 조은저축은행에게 발행한 전환사채 300억원은 기한의 이익 사유가 발생됐다. 전환사채 발행 당시의 이사회의사록 21조 바목에는 '공인회계사의 감사 의견이 적정이 아닌 경우 기한의 이익이 상실된다'라고 명시돼 있다. 또한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노아 제1호 투자조합으로부터 조달하기로 예정됐던 60억원 역시 '상장폐지 사유발생'으로 취소됐다. 
 
6건의 배임 혐의 공시…'이사만 14명' 산만한 경영진

지난 5월 이후 크로바하이텍은 횡령과 배임 혐의와 관련된 공시를 6차례 했다. 
 
이 중 진행 중인 혐의는 4건이다. 혐의의 중심은 한동준 크로바하이텍 전 대표이사다. 또한 소유를 대표하는 최대주주와 경영을 대표하는 대표이사 모두 횡령과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전 최대주주인 파워 리퍼블릭 얼라이언스의 김상석 대표이사와 한 전 대표에게 크로바하이텍은 업무상 25억원을 배임한 혐의로 경기 용인서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지난 5월 제출한 바 있다. 같은 날 임노근 크로바하이텍의 사외이사와 한 전 대표는 업무상 60억원을 배임한 혐의로 크로바하이텍에게 고발당했다. 
 
배임과 같은 불법행위로 123억원가량 피해를 받았다고 크로바하이텍은 추산했다. 또한 이 같은 사실은 지난해 말 크로바하이텍의 사업보고서에는 없던 내용이다. 배임·횡령 혐의가 발생한 이후 올해 반기 보고서가 나올 때 부랴부랴 오류를 수정했다.  
 
크로바하이텍 반기보고서의 불법행위미수금 관련 오류수정.출처/금감원 전자공시
 
배임·횡령 혐의에도 불구하고 한 전 대표이사는 지난 6월30일까지 퇴임하지 않고 현재 사내이사인 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횡령과 배임 혐의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다. 감사법인에게 의견거절을 받은 이유는 특수관계자 거래에 대한 내부통제시스템이다. 두 사유 모두 한 전 대표이사가 있을 당시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전 대표이사는 이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등기이사가 14명이지만, 한 전 대표이사를 견제할 수 있는 이사는 특별히 보이지 않는다. 1년 이상 크로바하이텍의 경영에 참가한 이사는 한 전 대표이사 한 명이고, 29일 손경영 대표이사가 최대주주가 됐지만 지분 소유 비율이 5.38%에 불과하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이후 경영권 변동 역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다.  
 
이는 자연스레 크로바하이텍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무사히 넘길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상장폐지 사유인 회계법인의 감사의견은 재차 의견거절을 받았고, 배임·횡령 혐의는 4건이 현재 계류 중에 있다. 또한 경영권 변동에 따라 실질심사도 받아야 한다. 공시에 나온 내용으로만 본다면, 이 문제 해결의 키맨은 한 전 대표이사다. 하지만 키맨인 한 전 대표이사는 회사 안정보다는 본인의 배임·횡령 혐의를 해결하기 급급해 보인다.  
 
또한 크로바하이텍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그리 높지 않다. 크로바하이텍은 거래 정지 당시 "감사의견 거절에 대한 조속한 해소 및 거래 재개를 위해 회계 및 법률 전문가들의 협조 하에 최선을 다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3개월 뒤 재차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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