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상선, 해운 호황에 계열사 지원 '올인'…내년 불확실성 대두
올해 하반기만 계열사 지원에 9000억원 사용
해상운임 상승에 순이익 증가…지원 여력 커
내년 운임 하방 압력 시 부담 커질 가능성
공개 2025-01-02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7일 16:3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SM상선이 해운업계 호황에 하반기 그룹 계열사에 대한 자금 지원을 대폭 늘리고 있다. 올해 해상운임이 예상 밖의 고운임을 지속한 까닭에 곳간이 두둑해진 덕분이다. 다만, 내년 해상운임 하락이 예상되는 등 해운업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이에 SM상선이 계열사 지원을 지속할 경우 그룹 내 가장으로서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SM상선)
 
두둑해진 곳간에 계열사 지원 확대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M상선은 올해 3분기와 4분기에 걸쳐 SM그룹 계열사 전반에 대여금 형태로 자금 지원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 형태는 상환 1년 이내의 단기 대여금이다.
 
자금 지원은 지난 3분기에만 6543억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4분기는 자금 지원 규모가 2184억원으로 줄었지만, 올해 하반기에만 총 8727억원의 자금이 그룹 계열사 지원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총 2965억원의 계열사 자금 지원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들어 SM상선의 자금 지원이 더 활발해졌음을 알 수 있다. 자금 지원은 직접적인 자금 제공뿐 아니라 대여 기간 연장 등 여러 형태로 나타났다.
 
SM상선이 그룹사의 금고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안정적인 재무구조로 인해 자금이 쌓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SM상선의 자산 총계는 3조2470억원, 부채 총계는 5175억원으로 부채비율이 19%에 불과하다.
 
통상 해운사들은 선박 도입에 따른 금융 부채로 부채비율이 높게 잡히는 경우가 많지만, SM상선은 리스 부채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 1754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자가 선박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SM상선은 선박 12척에 용선(대여 선박) 4척으로 선단을 구성하고 있다.
 
아울러 높았던 해상운임도 SM상선의 곳간을 두둑하게 만들었다. 해상 컨테이너 운임의 기준이 되는 상하이 컨테이너운임 지수(SCFI)는 지난해 1~3분기 내내 1000 내외에 머무르며 2022년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올해는 최저치가 1745로 지난해보다 높은 운임지수를 기록하면서 해상운임이 상승한 것으로 파악된다. SM상선의 주력 사업은 컨테이너선 사업으로 컨테이너선 운임 지수의 영향을 받는다.
 
이에 올해 3분기 SM상선의 매출액은 1조248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8903억원) 대비 40.2% 상승했다. 비상장사인 까닭에 영업이익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올해 3분기 분기순이익은 3761억원을 기록했다. 신규 선박 도입 등 대규모 투자가 없었던 까닭에 높은 순이익을 바탕으로 현금성 자산도 증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SM상선은 분기순손실(1034억원)이 발생한 바 있다.
 
다만, 지난해는 해상운임이 낮았던 탓에 올해와 다른 모습이었다. 지난해 해상운임이 낮아지면서 SM상선은 영업현금흐름 유출을 기록했고, 현금성 자산도 감소했다. 지난해 사업에 따른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631억원의 자금 유출이 발생했고, 투자활동현금흐름 유출액(9866억원)의 94.2%인 9298억원이 단기대여금으로 지출됐다. 대부분의 투자 지출을 대여금으로 채운 셈이다. 이에 지난해 SM상선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4102억원으로 직전연도(5897억원)보다 30.4%나 감소했다. 
 
 
올해 곳간 두둑했지만…내년 전망 ‘흐림’
 
다만, SM상선이 내년에도 올해처럼 그룹 계열사에 대해 대폭적인 지원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내년 컨테이너 해상 운임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이다. 해운업계는 해상운임의 변동에 따라 수익성이 달라진다. 올해는 해상운임이 높았기 때문에 9000억원에 육박하는 계열사 자금 지원이 가능했지만, 해상운임이 낮아질 경우 수익성 저하로 현금흐름이 감소해 올해처럼 SM상선이 계열사를 지원할 경우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관련 업계에서는 내년 컨테이너선 해상운임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해상운임 상승을 이끌었던 중동 정세 불안이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는 모습이다. 해운사들은 중동 지역 정세 불안을 기본값으로 설정하는 모습이다. 내년 2월 출범하는 세계 2위 머스크사와 5위 하팍-로이드사의 새로운 해운동맹은 수에즈 운하 노선 대신 희망봉 우회 노선을 기본 노선으로 확정했다. 지난해 해상운임 상승을 이끌었던 중동 정세가 앞으로 해상운임의 상승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코로나19 시절 해상운임 폭등의 원인이 되었던 항만 적체 현상도 현재 없다.
 
아울러 컨테이너선 공급 과잉이 나타나며 해상운임이 하락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해운 컨설팅 업체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올해 세계 컨테이너 선복(화물 적재 공간) 증가율은 10.4%로 선복 공급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며, 내년은 올해보다 감소한 5.8%가 예상된다. 그에 반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컨테이너 선복량 증가율을 못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구(IMF)는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을 2.8%, 내년은 2.2%로 예상했다. 중국은 올해 4.8%, 내년은 4.5%의 성장이 예상된다.
 
한편 관련 업계는 SM상선이 비상장사인 까닭에 매출 등 전망치를 내놓지 않는다. <IB토마토>는 SM상선의 추가 그룹 계열사 지원 가능성 등을 SM상선 측에 질의하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