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준공의 함정)②코오롱글로벌, PF 리스크 속 실적·재무 악화 가속
올해 6월 기준 책임준공 약정 규모 3조6034억원…자기자본 대비 670%
일반 도급사업 만기 예정 브릿지론 2680억원…우발채무 현실화 리스크 감소
2023년 이자비용 올 상반기에 뛰어 넘어…영업실적도 큰 폭 감소
공개 2024-10-1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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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강원중도개발공사의 기업회생 신청으로 국내 건설업계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위기감이 드리운 지 2년여가 지났다. 이 기간 전국 분양시장의 냉각과 높은 금리의 영향으로 책임준공 의무를 지키지 못한 지방의 중소건설사들이 쓰러졌고, 시공능력평가 20위권 종합건설사마저 워크아웃(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이에 <IB토마토>는 2024년 10월 현재 책임준공 약정 규모가 큰 주요 건설사들의 리스크를 분석하려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코오롱글로벌(003070)이 과도한 책임준공 약정 규모와 악화된 재무건전성을 동시에 해소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올 들어 수익성까지 악화하며 영업실적이 곤두박질 친 가운데 실적·재무 반등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코오롱글로벌 과천사옥.(사진=코오롱글로벌)
 
자기자본 대비 책임준공 약정 6.7배…건설업계 최고 수준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오롱글로벌의 올해 6월 말 별도 기준 자기자본 대비 책임준공 약정 규모는 670.8%로 시공능력평가 기준 상위 20개사(社)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오롱글로벌의 자기자본이 5371억원인 데 비해 책임준공 약정 규모는 3조6034억원에 달한다. 회사는 올해 들어서만 총 8890억원 규모 책임준공 약정을 체결하며 규모를 확대했다.
 
다만, 책임준공 약정 금액의 절반 이상은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정비사업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3조6034억원의 65.6%인 2조3669억원은 정비사업 조합과 체결한 책임준공 약정이다. 일반적으로 정비사업의 경우 미분양 위험이 매우 낮은 사업에 속해 책임준공 약정 제공으로 인한 건설사의 리스크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본다.
 
일반 도급 사업(기타사업)의 책임준공 약정액은 1조2365억원이다. 자기자본 대비 비율은 230.2%로 정비사업을 포함한 수치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말 정비사업 책임준공 약정액이 2조2887억원에서 2조3669억원으로 약 800억원 증가하는 동안 기타사업 약정액은 8778억원에서 1조2365억원으로 약 3500억원 늘었다.
 
기타사업 가운데 올해 6월 말 현재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환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사업장은 ‘대전 선화동 3차 주상복합 개발사업’이 유일하다. 이 사업장의 2680억원 규모 브릿지론은 올해 3월 만기가 예정돼 있었지만, 내년 3월까지 1년 연장에 성공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코오롱글로벌의 브릿지론 규모는 7225억원이었다. 올해 상반기 중 ‘울산 야음동 공동주택’과 ‘대전 봉명동 주상복합’ 등 2개 사업장의 본PF 전환에 성공하며 우발채무 리스크를 크게 줄인 바 있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034950) 실장은 “대전 선화동 사업장의 경우 내년 3월까지 브릿지론 만기를 연장했으나, 부지 내 방송국 이전 여부 등에 따라 사업 지연 가능성이 있다”면서 “PF 우발채무 관련 신용보강을 제공 중인 착공 사업장 다수가 분양률 100%를 기록하는 등 성과가 양호해 리스크의 현실화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불어나는 부채…상반기 이자비용만 490억원
 
코오롱글로벌의 올해 6월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551.4%, 순차입금의존도는 27.3%로 지난해 말(부채비율 364.3%, 순차입금의존도 24.9%) 대비 크게 늘었다.
 
특히 올 들어 6개월간 장기차입금이 대폭 증가하면서 주요 재무지표 악화를 부추겼다. 지난해 말 3862억원이던 회사의 장기차입금은 6개월 새 9162억원으로 5300억원 늘었다. 이는 코오롱글로벌이 올해 초 모회사인 코오롱(002020)의 신용보강과 자산을 담보로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 영향이다. PF 우발채무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알려졌다.
 
이에 회사가 부담해야 할 금융비용도 치솟았다. 지난 2023년 코오롱글로벌이 지출한 이자비용은 438억원이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만 490억원을 이자비용으로 사용하면서 지난해 비용을 훌쩍 넘어섰다. 아직 추가 차입에 대한 가능성도 열려 있어 올해 회사의 이자비용은 1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이 같은 부채 증가와 PF 우발채무 리스크를 상쇄하기 위한 영업실적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올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1조498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1조3021억원) 대비 약 2000억원 성장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64억원에서 5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또한 490억원에 달하는 금융비용 탓에 417억원의 반기순손실도 피하지 못했다.
 
회사 측은 풍부한 수주곳간을 바탕으로 한 영업실적의 반전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실제 올 6월 말 기준 코오롱글로벌의 수주잔고는 11조6298억원으로 지난해 매출(2조6634억원) 기준 약 4.3년치의 일감을 확보해 놓았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양질의 수주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분양 성과 호조와 시장금리 하락 등의 영향으로 점진적인 영업실적의 개선을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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