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4년 만에 수수료 개편하며 상생 대신 '인상' 선택업체 측 출혈경쟁 대응이라지만 지난해 영업이익률 20% 돌파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된 후 영업비용 매년 감소 추세
시장점유율이 100분의 50을 넘어서는 기업을 공정거래법에서는 독과점업체(시장지배적사업자)라고 정의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지배적사업자가 상품의 가격이나 용역의 대가를 부당하게 결정·유지 또는 변경할 때에 시정 조치를 내릴 수 있다. 고금리 기조와 소비침체로 인해 자영업자의 대출연체는 15조원을 돌파했다. 전례 없이 늘어난 폐업률은 자영업자의 시름을 방증한다. 이 가운데 시장지배사업자인 배달의민족이 수수료를 인상하면서 자영업자의 부담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에 <IB토마토>에서는 어떻게 배민이 시장지배사업자의 위치에 올라섰고, 이번 수수료 인상 배경에는 무엇이 있으며, 향후 정부와 업계에 어떤 대응방안이 필요할지 점검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지난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개수수료 인상과 배민클럽 유료화에 나섰다. 이번 중개수수료 인상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진행 중이던 2022년 중개수수료 도입 이후 2년 만이다. 배민은 국내에서 독점적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국내 외식업계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면서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비난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모회사인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가 투자금 회수와 유럽연합(EU)의 반독점법 위반 과징금 충당을 위해 중개수수료를 올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조만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로부터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4억유로(한화 약 6000억원)의 벌금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수수료 개편하며 매출액 3.3배 '껑충'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배민을 운영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0.49%를 기록했다. 우아한형제들의 수익이 본격적인 개선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20년 말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된 이후 2년 만인 2022년부터다. 공교롭게도 단건 배달 서비스 '배민1'에 정률제를 도입한 시기와 겹친다.
2020년 연말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된 사실이 보도된 이후인 2021년까지 우아한형제들은 연간 757억원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었으나, 2022년부터 424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수익성 개선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이 65.03% 급증한 6999억원을 기록했다. 약 7000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매출성장률도 가팔라졌다. 2019년 직전연도(3145억원) 대비 79.78% 성장하며 5654억원을 기록하던 매출액은 2020년에는 직전연도 대비 94.46% 급성장했다. 이어 2021년 82.70%, 2022년 46.71%, 2023년 15.89% 등 성장률은 하락하고 있지만, 꾸준히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영업비용 비중이 줄어들면서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0.49%까지 확대됐다. 업계 내에서도 가장 높은 수익성이다. 배민이 이번 수수료 인상을 두고 그간 경쟁사와의 출혈 경쟁 속에서 타사 대비 낮은 수수료율을 현실화하고, 고객 혜택을 강화해 지속 가능한 사업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 것과는 대비된다. 실제로 지난해 경쟁사인 요기요를 운영하는 위대한상상은 영업수익보다 많은 영업비용을 지출하면서 적자 기조를 이어갔다.
반면 배민의 영업비용 비중은 지난 2019년 106.44%에서 2020년 101.02%, 2021년 103.77%로 감소한 이후 지난해에는 79.51%를 기록하며 80% 미만으로 떨어졌다. 특히 원재료구입비용, 지급임차료, 운반비, 판매촉진비, 소모품비, 보험료 등이 2020년 비교해 크게 줄었다. 판매촉진비의 경우 프로모션 등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2020년 679억원에서 지난해 7억원 미만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 측은 판매촉진비의 경우 2021년부터 회계정책 변경으로 인해 감소했으며, 그 외 비용은 베트남 사업 종료와 비용 효율화를 한 효과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에서는 이번 인상으로 딜리버리히어로에 올해 2억유로(약 3000억원) 규모의 이익을 안겨다 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7000억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낸 배민의 이익이 올해는 1조원에 육박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어려울 때마다 상생보다 '인상' 선택
지난 2020년에도 배민은 코로나19 감염병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정률제 도입을 추진했다가 백지화 한 바 있다. 당시 음식업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의 폐업자수는 14만314명에 달했다. 이 중 사업부진을 폐업 이유로 꼽은 자영업자는 7만2593명에 이른다. 음식업 종사 자영업자 절반이 경연난 속에서 문을 닫은 셈이다. 배달업과 직접적인 관계가 깊은 음식업종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배달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2020년 4월 배민은 5.8%의 수수료를 받는 요금체계인 '오픈서비스'를 도입했다. 업주들의 반발과 정치권의 비판으로 인해 결국 이를 백지화했으나, 이듬해인 2021년 6월 단건 배달 서비스 '배민1'을 도입해 프로모션 기간동안 중개 수수료를 건당 1000원만 받다가 2022년 3월 프로모션을 중단하고 중개수수료 6.8%의 정률제로 개편하고 배달비(업주와 고객 분담)도 6000원으로 1000원 인상했다. 배민1 수수료를 정률제로 개편한 2022년부터 우아한형제들의 영업이익은 4241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영업이익률도 14.39%로 급증했다.
일각에서는 배민의 이러한 행보가 딜리버리 히어로 그룹이 투자금을 회수하고, 유럽연합(EU)의 반독점법 위반 과징금을 충당하기 위한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딜리버리히어로는 2020년 배민 인수 자금으로 40억달러(4조7500억원)를 투자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에는 7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배당금 4127억원을 받아갔다.
현재 모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는 한국과 대만 등을 포함한 아시아 14개 국과 중동·북아프리카(MENA·메나)에서 거의 대부분의 수익을 얻고 있다. 업체 측은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한국 비중이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딜리버리히어로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IR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아시아와 메나는 각각 조정된 상각전영업이익(Adjusted EBITDA) 385백만유로, 305백만유로를 기록했다. 반면 유럽과 미주에서는 각각 168백만유로, 50백만유로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지난해 딜리버리히어로그룹의 전체 상각전영업이익 마진(EBITDA Margin%·GMV)은 0.6%에 그쳤다.
올해 상반기 들어서는 상각전영업이익 마진이 1%까지 올라왔지만, 여전히 유럽과 미주에서는 적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아시아의 조정된 상각전영업이익이 157백만유로로 직전연도 동기(174백만유로) 대비 축소됐다. 다만, 메나는 112백만유로에서 210백만유로로 2배 가까이 확대됐다.
메나를 제외한 전체 시장에서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딜리버리히어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로부터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4억유로에 이르는 벌금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는 지난해 연간조정된 상각전영업이익의 254백만유로 대비 1.57배 많은 규모다.
한편, 배민은 지난 11일부터 배민클럽을 유료 전환하고, 소비자를 통한 수익 창출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배민클럽은 알뜰배달 무료, 한집배달 할인 혜택 등이 제공되는 구독 서비스다. 이용요금은 월 3990원이지만, 당분간 월 1990원으로 가입이 가능하다.
배민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최근의 요금제 개편과 배민클럽 도입 등 당사의 정책은 경쟁상황 대응과 서비스 지속가능성 담보 등에 따른 별도의 경영상 판단으로 모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의 상황 및 수익성 강화 정책 등과 직접적 연관이 있지 않다"라며 "경쟁사로부터 촉발된 무료배달 출혈경쟁이 올 초부터 지속되면서 서비스의 지속가능성 담보를 위한 방안으로 요금제 개편으로 적용된 중개이용료율 9.8%도 이미 경쟁사가 적용해온 요율로 시장에서 통용된 수준"이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