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여의도 태영빌딩을 두고 태영그룹과
SK디앤디(210980)의 ‘유동성 빅딜’이 성사됐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에 돌입한
태영건설(009410)은 2000억원대의 유동성을 확보할 전망이고, SK디앤디는 태영건설로부터 받게 될 임차료와 향후 매각 차익으로 높은 리츠(REITs)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다. 향후 태영건설의 경영정상화가 이뤄진다면 이 빌딩은 다시 태영그룹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서울 여의도 태영빌딩.(사진=태영건설)
태영빌딩 유동화 성공…티와이홀딩스 CR리츠 지분 참여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티와이제일호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이하 티와이리츠)는 태영건설로부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태영빌딩을 2251억원에 인수했다.
여의도 태영빌딩은 지하 5층, 지상 13층, 연면적 4만1858㎡ 규모로
티와이홀딩스(363280)와 태영건설 등이 사옥으로 사용하고 있다. 태영건설은 올해 워크아웃 절차를 밟으면서 자구안의 일환으로 여의도 태영빌딩 매각을 추진해왔다.
티와이리츠는 SK디앤디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산운용사 디앤디인베스트먼트(DDI)가 태영빌딩 인수를 위해 설립한 기업구조조정리츠(CR리츠)다. 다만 DDI와 태영건설의 모회사인 티와이홀딩스가 티와이리츠의 지분을 절반씩 보유하고 있다. 티와이홀딩스는 지난 3일 공시를 통해 이 CR리츠의 지분 50%(보통주 100만주)를 500억원에 취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나머지 50%(500억원)는 자산운용사인 DDI가 조달했다.
태영건설은 티와이리츠와 빌딩을 매각 후 재임차하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을 통해 임대료를 내고 태영빌딩에 계속 머문다는 계획이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태영빌딩’이라는 자산을 매각한 것일 뿐, 앞으로도 태영그룹 계열사들이 이곳을 임차해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달 6일로 예정된 태영건설과 티와이리츠 간 빌딩 매매 계약과 함께 임대차 조건이 협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2월27일 티와이리츠가 태영건설에 매각 대금 잔금을 지불하고, 태영건설은 태영빌딩을 양도할 예정이다.
‘유동성’ 얻은 태영건설…‘수익률’ 기대되는 SK디앤디
태영건설과 DDI의 이번 여의도 태영빌딩 거래는 ‘윈윈’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티와이홀딩스의 티와이리츠 지분 참여에 따라 태영그룹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태영빌딩을 보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된다. 태영그룹은 지난 7월 DDI를 여의도 태영빌딩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이후 태영건설의 경영정상화 달성 시 빌딩을 되사올 수 있도록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티와이홀딩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티와이리츠 지분 취득은 태영건설 사옥 유동화 측면에서 사업성 등을 검토한 결과”라면서 “임차료와 매각 이후 조건 등에 대해선 아직 DDI, 투자자들 간 협의 단계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태영건설은 오는 12월 태영빌딩 딜이 마무리되면 2000억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태영빌딩 매각 자금은 지난해 9월 하나증권과 KB증권이 태영빌딩을 담보로 대출한 1900억원을 상환하는 데 쓰일 것으로 보인다. 해당 대출의 선순위 1300억원과 중·후순위 600억원의 금리는 연 8~10%로 높은 수준이어서 태영건설의 이자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최근 티와이홀딩스가 사모펀드 운용사 KKR과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던 자회사 에코비트 지분을 IMM 컨소시엄에 약 2조700억원에 매각하는 등 그룹 차원의 적극적인 유동성 확보 행보와 궤를 같이 한다. 태영건설은 채권단과 약속한 에코비트 지분 매각, 여의도 태영빌딩 매각 등을 이행하면서 워크아웃 조기졸업이 기대되고 있다.
DDI의 모회사 SK디앤디 역시 임대료 수익은 물론, 향후 태영빌딩을 태영그룹에 되팔 시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SK디앤디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티와이홀딩스, 태영건설 등으로부터 받게 될 임대료 수익은 자회사 DDI가 설립한 CR리츠의 수익으로 인식되며, 배당을 통해 연결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면서 “향후 태영빌딩 매각에 적합한 상황이 도래한다면 당시 오피스 시장 분위기에 따라 매각 차익를 기대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