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금융당국이 신디케이트론에 참여한 은행업권에 대한 인센티브를 공개했으나 반응이 미적지근하다. 은행업권은 경기가 악화될 때마다 불려와 금융지원을 실행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인센티브에 대해 실질적으로 큰 이점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당국의 부름을 받아 울며 겨자 먹기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주에 대출을 내어주게 됐다.
은행연합회은행 전경.(사진=은행연합회)
부동산PF 연착륙 도움 요청
4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말 발표한 '부동산PF 연착륙 대책 관련 한시적 금융 규제완화'에 내용을 추가해 은행·보험업권 등 범금융권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과 보험사들이 신디케이트론에 참여해 부동산PF 리스크를 감당해야하자 이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당국의 추가적 조치에도 불구하고 은행업권에서는 신디케이트론 참여에 대해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디케이트론은 여러 금융기관이 차관단을 구성해 공통의 조건으로 차주에게 집단대출해주는 것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신디케이트론 차관단에 참여한 은행은 채무불이행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율을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여겨져 왔다.
이번 신디케이트론은 지난 5월 금융당국이 발표한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에 따른 후속 조처로, 경색된 부동산PF시장의 자금순환을 촉진하기 위해 조성됐다. 한시적 규제 완화 조치는 금융업권이 주요 역할을 맡는 대신 인센티브를 부여하기 위해 마련됐다.
참여 금융회사는 우선 1조원 규모로 공동 신디케이트론을 조성해 민간 수요를 보강한다. 추후 대출 현황과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필요한 경우 최대 5조원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출 대상 사업장은 법률적인 위험성이 낮은 곳으로 구성된다. 부동산 PF 사업장 중 일정 정도의 사업성을 확보해야 하며, 대주단 간 분쟁이 없고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이번 참여 기관 중 은행들은 주간사를 담당하게 된다. 은행권의 PF대출 주간사 경험이 많고 비교적 안정적인 건전성 추이 때문이다. 이번 신디케이트론에 참여하는 은행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등 5개 사다. 조성액 중 은행업권이 80%, 보험업권이 20% 비율로 부담하게 된다. 최소 여신 금액은 300억원 이상이다. 주간사는 사업자가 5대 은행 중 선택한다. 사업자가 희망하는 은행이 주간사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인데, 주간사의 역할과 주선수수료 등은 시장에서 통용되는 수준에서 대주단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은행업권이 조성 규모의 80%를 차지하고 주간사를 맡게 돼 부담스럽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특히 은행업권에서는 지난 5월 부동산PF 연착륙 방안 논의가 되기 이전부터도 일찍이 볼멘소리가 나왔다. 부동산PF 등 경기 침체기를 맞으면 은행 역할론이 대두된다는 내용이 요지였다. 은행업권 관계자는 “은행은 각종 경제위기 시 도움 요청을 받아왔다”라면서 “결국엔 은행과 보험에 손을 벌릴 것으로 예상해 왔다”라고 말했다.
장점보다는 단점 커
금융당국이 도움을 요청하는 대신 각 금융업권에 인센티브를 제공함에도 은행업권은 반갑지 않아 보인다. 지난 5월 금융당국은 한시적 금융 규제 완화 6개 과제를 비조치 의견서를 발급한 데 이어 지난달 28일 4개 과제에 대한 비조치 의견서를 추가 발급했다. 총 10개 중 3개의 과제가 은행업권에 해당된다.
기존 추진된 6개 금융 규제완화 비조치 의견서 중 은행업권이 적용되는 것은 임직원 면책 관련 과제다. 자금을 공급한 금융사에 손실이 발행할 경우 임직원의 책임을 면제해 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어 7월 초 발표한 규제완화에는 2개 조건이 은행에 해당 된다. 신규자금 공급시 자산건전성 별도 분류를 허용하고 재구조화 사업장에 대한 사업성 재평가 근거를 마련해주겠다는 내용이다.
다만 은행업권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떠안는 데다 제시한 인센티브에서도 특별한 이점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신디케이트론으로 대출을 내어주면 보통 적용하는 금리 보다 높은 이율을 적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5대 은행의 물적담보대출 중소기업대출 금리는 ▲국민은행 4.93% ▲신한은행 4.97% ▲우리은행 5.06 ▲하나은행 4.98% ▲농협은행 5.18%다. 통상적으로 부동산PF 대출은 일반 기업담보 대출 대비 더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 이상으로 금리를 받아야 기존 기업대출 대비 이득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타 금융업권 대비 양호한 건전성을 가졌다지만, 은행업권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1분기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PF대출 연체율은 3.55%다. 지난 2022년 말 1.19%였음을 감안하면 꾸준히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여전히 큰 규모로 남아있는 부동산PF 전체 대출 잔액도 부담 요소다. 지난해 말 대비 감소했음에도 금융업권 부동산PF 전체 대출 잔액은 1분기 말 134조2000억원이다.
게다가 신디케디트론은 결국 은행 돈을 끌어들여 부동산PF 사업장의 만기 연장을 돕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자금 유동성을 지원해 사업장의 목숨은 부지하지만 이후 파생되는 문제점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다. 은행업권도 만기 연장으로 인한 손실이 불어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이 진행하는 사업인 탓에 전반적으로 당국의 결정을 따르는 분위기다.
5대 은행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은행업권이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필요성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