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단위 IPO 앞둔 시프트업 3대 주주, 1천억 수익 기대극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지분 투자…두나무로 주목핀테크·게임 다음 AI, 팹리스 리벨리온 첫 성과 기대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하반기 첫 조 단위 상장을 앞두고 카카오벤처스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카카오벤처스는 지난 2016년과 2017년에 걸쳐 게임제작사 시프트업에 대한 투자를 진행했다. 당시 이렇다 할 만한 흥행작이 없던 게임사였던 시프트업은 최근 출시한 콘솔 게임과 모바일 게임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2024년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기대주로 성장했다. 카카오벤처스는 설립 초기엔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일종의 사회공헌 차원의 펀드였다. 하지만 IT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탁월한 인사이트를 발판 삼아 시장이 주목하는 벤처캐피털(VC)로 떠오르고 있다.
조단위 IPO 앞두고 '표정관리'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게임제작사 시프트업은 현재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 조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 시프트업이 제시한 희망공모 밴드는 4만7000원에서 6만원이다. 오는 7월1일 공모가 확정 후 2일부터 3일까지 이틀간 일반투자자와 기관투자자 대상 청약이 진행된다.
시프트업의 경우 오랜만에 국내 주식시장에 등장한 시가총액 조단위급 상장이 될 전망이다. 현재 희망공모가 상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3조4815억원에 달하며 상장이 완료되면 국내 상장 게임사 중 시가총액 4위에 오른다. 이는 영업이익률과 보유 게임의 지식재산권(IP) 성장성 덕분이다.
시프트업의 신작 스텔라 블레이드의 이미지 샷 (사진=시프트업)
시프트업은 지난해 매출은 1686억원, 영업이익 111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두배가 넘는 155.1%, 132.4% 증가했다. 시프트업이 지난 4월 출시한 콘솔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의 경우 출시 두 달만에 100만장 판매량을 기록했고 대표작 '승리의 여신: 니케'도 구글 게임스토어에서 매출액 기준 상위권을 기록 중이다.
이번 IPO에선 과금형 모바일 게임이 매출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게임사가 아닌 콘솔과 모바일 게임을 병행하는 해외 게임사가 비교 기업으로 선정됐다.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005940)은 카도카와, 사이버 에이전트, 스퀘어에닉스 등 일본 게임회사를 두고 39.25배의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했다. 시프트업이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는 콘솔 게임을 제작하는 기업인 만큼 과금형 모바일 게임 위주의 국내 게임사와 직접 비교는 부적절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006800) 연구원은 "주력 모바일 게임인 니케의 경우 최근 2주년 업데이트가 진행됐고 스텔라 블레이드는 올해에만 180만장이 판매될 것“라며 "모바일게임과 콘솔게임 등 균형감 있는 포트폴리오를 고려할 때 반다이남코나 코나미 같은 우량 일본 게임사 수준의 밸류에이션으로 평가받을 만하다"라고 평가했다.
극초기 기업에 투자…"생태계 만들어 수익까지"
시프트업의 최대 주주는 창립자인 김형태 대표다. 시프트업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김 대표는 시프트업의 전체 지분 중 44.63%를 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의 배우자와 임원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은 총 48.84%다. 2대 주주는 텐센트의 자회사 에이스빌로 40.03%를 보유하고 있다.
(사진=카카오벤처스)
카카오벤처는 3대 주주다. 카카오벤처스는 '카카오 성장나눔게임펀드'와 'KIF-카카오 우리은행 기술금융투자펀드'를 통해 시프트업의 주식을 각각 99만2500주(1.95%), 63만5700주(1.25%)를 보유 중이다. 해당 펀드는 2016년과 2017년에 조정됐다. 투자를 진행할 당시 시프트업의 기업가치는 400억원 내외로 이를 기반으로 할 때 카카오벤처스의 총 투자금액은 12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현재 공모가가 희망밴드 최상단인 6만원 기준으로 두 펀드의 지분가치는 약 977억원이다. 12억원을 투자해 1000억원 가까이 번 셈이다.
카카오벤처스의 전신은
카카오(035720) 창업주 김범수 의장의 개인회사인 케이큐브벤처스다. 김 의장이 사재 50억원을 출자한 이 회사는 설립 시기부터 극초기 기업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벤처캐피탈(VC)를 표방했다.
김 의장이 밝힌 '벤처기업 100개 키우기'의 연장으로 설립 당시까지만 해도 일종의 사회공헌 투자로 해석됐다. 카카오벤처스가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에 투자하면서부터다.
카카오벤처스가 116억원 규모로 조성한 '케이큐브1호 벤처투자조합펀드'는 2021년 12월 1조원을 웃도는 수익을 기록하고 청산됐다. 당시 카카오벤처스는 두나무 투자로 2019년 기준 지분 22.5%를 보유했었다.
카카오벤처스의 운용자산(AUM)은 3903억원이다. 총 9개의 운용 조합을 운영하고 있고 규모면에서는 중형 VC다.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선도적으로 진행한데다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면서 주목을 받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카카오벤처스의 경우 극초기 기업에 투자를 진행해 일종의 생태계를 만들어 서로 협업을 이뤄가는 것이 특징"이라며 "기존 대다수 VC는 IT에 대한 이해를 갖추는 데 한계가 있는 반면 IT기업에서 카카오벤처스는 카카오에서 시작한 만큼 기술과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다음 타깃은 'AI 스타트업'
핀테크와 게임 분야에서 재미를 본 카카오벤처스는 이제 인공지능(AI) 스타트업으로 향하고 있다. 투자를 진행한 대다수 기업은 아직 구체적인 서비스 생산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AI를 활용한 분야에 고르게 투자해 AI산업 생태계의 중추 역할을 이미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중 조기 성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AI 반도체 팹리스 스타트업 리벨리온이다. 리벨리온은 김기준 대표(당시 케이큐브벤처스 이사)가 아직 법인 설립조차 안 됐을 때 발굴한 기업이다. 카카오벤처스는 2020년 리벨리온의 법인 설립과 동시에 투자를 진행했다.
리벨리온은 이후 2022년 6월 기업가치로 3500억원을 평가받아
KT(030200), 한국산업은행, 테마섹 등 신규 투자자로부터 620억원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고 올해에는 88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1650억원을 추가로 끌어왔다. 지난 6월12일 SK텔레콤 AI 칩 팹리스 자회사 사피온과 합병 추진을 전격 선언하면서 국내 대표 AI 팹리스 기업 도약을 앞두고 있다.
카카오벤처스 관계자는 "AI의 기술적 완성도와 경제성, 성장성은 지금까지 수많은 사례로 검증된 만큼 원천 기술을 어떻게 이용할까에 대해 고민 중"이라며 "국내외를 불문하고 지속적인 재무적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투자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