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기대 못 미친 IPO 시장…하반기 반전 기대감시총 조단위 케이뱅크·DN솔루션즈, 연내 상장 목표상장 예비심사도 철회… IPO업계 내실 다지기 분주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경기 침체와 파두사태의 후폭풍이 좀처럼 꺼지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의 깐깐해진 기준으로 상장 문턱이 높아졌다.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금융투자업계는 테스크포스(TF)를 운영해 IPO 주관 업무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예전 같지 않다. <IB토마토>는 현재 국내 IPO 시장의 현황을 점검하고 IPO 개선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대어급 상장이 실종됐던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 IPO시장은 전열을 가다듬은 대형주가 대기 중이다. 하반기 조단위 상장으로 유력한 기업으로는 케이뱅크와 DN솔루션즈가 꼽힌다. 케이뱅크는 2023년 상장 철회 이후 재도전이고 DN솔루션즈는 DN그룹 이후 처음이다. 두 회사는 모두 연내 상장을 목표로 주관사 선정을 마치고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낙관은 금물이다. 최근 금융당국의 깐깐해진 잣대가 상장 예비심사 승인받은 기업마저 끌어내리는 등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상반기 대규모 IPO 실종…하반기 '기대감'
20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5월 중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실적'에 따르면 지난 5월 주식·회사채 발행실적은 21조1783억원으로 전월 대비 3조4649억원(14.1%) 감소했다.
(사진=금융위원회)
가장 감소한 것은 주식발행이다. 5월 기업 주식 발행 실적에서 IPO는 4건 795억원에 그쳤다. 4월 10건 5580억원보다 85.8%나 줄어들었다. 5월에 특히 감소세가 두드러진 이유는 지난 4월의 경우 HD현대마린솔루션즈와 같은 대형 IPO가 있었지만 5월에는 중소형 IPO만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실제 5월 내 발행조건이 확정된 IPO는 스팩주를 제외하고 모두 코스닥 종목이었다. 발행 규모에서도 아이씨티케이, 노브랜드, 그리드위즈 등 100억원에서 400억원 내외로 진행됐을 뿐 조 단위급 IPO는 없었다.
상반기 IPO 시장이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면서 증권업계에서는 하반기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점진적인 경기회복과 더불어 증시가 다시금 살아나고 있어서다. 이와 함께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으로 유동성이 IPO시장에 흘러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IPO 시장은 아직 회복세가 더딘 상황이지만 바닥을 확인한 후 반등세가 이어지고 있음은 분명하다"라며 "하반기를 기점으로 대어급들의 IPO가 본격 재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케이뱅크, DN솔루션즈 등 대어급 상장 준비 중
대어급 상장이 씨가 말랐던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는 벌써부터 시장의 주목을 받는 기업들이 연내 상장을 목표로 준비가 한창이다. 하반기 최대어는 예상 기업가치가 최대 8조원까지 추산되는 케이뱅크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이달 내 상장예비심사를 받는다. 통상 상장예비심사 청구 이후 상장까지 약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연내 상장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 2022년 6월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해 그해 9월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었다. 하지만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금융시장의 불황이 이어지면서 상장을 철회했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상장을 더 이상 미루기 어렵다. 자본확충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케이뱅크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3.18%로,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최소 기준인 10%를 간신히 넘겼다. 2021년에는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도 했지만 2026년 7월까지 상장이 불발될 경우 재무적투자자(FI)가 7250억원 규모의 동반매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계약돼 있어 안정적 재원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케이뱅크는 최근 증시 회복이 이어지는 만큼 코스피 입성에는 자신하는 분위기다. 원래 목표에 비해서는 조금 늦춰졌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지연된 만큼 상장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설립 초기부터 꾸준하게 2023년 상장을 목표로 준비했지만 시장 불황으로 미뤄졌다”라며 “회사 내부의 성장성이나 가치에는 문제가 없는 만큼 차분하게 상장을 준비해 연내 상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DN솔루션즈도 비슷한 이유로 상장 준비가 한창이다.
DN솔루션즈의 모기업 DN오토모티브는 지난 2022년 지분 100%를 보유한 특수목적법인(SPC) 지엠티홀딩스를 통해 MBK파트너스로부터 DN솔루션즈 지분 100%를 인수했다.
DN오토모티브는 DN솔루션즈 인수 당시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FI로 나선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 KB인베스트먼트 등과 오는 2025년 1월27일까지 DN솔루션즈 IPO를 성사시키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불발될 경우 일정 수익률을 가산해 영구채를 사들여야 하는 콜옵션(매수청구권) 조건도 포함됐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깐깐해진 잣대 '걸림돌'
하반기 대어급 상장이 대기 중이지만 최근 금융당국의 엄정해진 잣대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실제 금융당국은 1996년 코스닥 시장이 개장한 이래 처음으로 상장예비심사 통과 기업의 심사결과 승인을 취소했다.
(사진=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는 상장 예비심사 승인 후 7월 코스닥 상장 예정이던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이노그리드의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취소했다. 이노그리드가 최대주주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예비심사 신청서에 이를 기재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투자금융(IB) 업계도 다소 일정을 미루는 한이 있더라도 만반의 준비를 다하자는 분위기다. 을의 입장인 주관사가 나서서 상장을 미루더라도 철저히 준비하자며 발행사를 설득하는 일이 잦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 IPO 담당 직원들은 여의도 보다 기업 현장을 더 자주 찾을 만큼 IPO 딜 주관이 어려워졌다”라며 “발행사 입장에선 하루빨리 자금을 조달하고 싶겠지만 당국의 기조가 강화된 만큼 주관사 입장에서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준비를 더 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