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투자증권, 이자 부담 늘어도 '자본 확충' 먼저
증시 호황에도 신용등급 하향 우려
자본 2000억원 확대…근본 원인은 수익성
2분기 악영향 불가피, 리스크 관리해야
공개 2024-05-29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7일 17:3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신한투자증권이 이자 부담을 무릅쓰고 후순위사채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에 나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신한투자증권은 채무 상환을 위한 리파이낸싱의 일환이란 입장이지만 최근 악화된 수익성에 따른 조정 영업용순자본비율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번 후순위사채 규모는 총 2500억원이다. 안정성 대비 높은 이율로 시장의 호응을 받아 이번에도 완판이 예상되지만 수익성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후순위사채를 통한 자본확충은 고육지책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신한투자증권 여의도 본사 (사진=연합뉴스)
 
낮아진 NCR... 후순위사채로 자금 수혈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2500억원 규모 후순위사채 발행에 나선다. 7년물로 발행금리는 5.10%다. 신한투자증권은 조달한 자금으로 오는 6월7일 만기가 돌아오는 후순위채 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후순위사채는 부채 형태지만 잔존기간이 5년 이상이면 보완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번 발행 건은 7년물이라 전액 자본에 포함된다. 다만 5년 미만일 경우 매년 보완자본 인정비율은 20%씩 축소된다. 상환 예정인 후순위사채는 2500억원의 20%인 500억원만 자본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에 후순위채 발행으로 2500억원의 자본이 늘어나지만 기존 인정 자본 500억원(2500억의 20%)을 상환하면 자본에서 제외되기에 2000억원의 자본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이자부담이다. 상환 예정인 2500억원 규모 후순위사채의 발행금리는 4.173%다. 이번 후순위사채 발행금리가 5.10%로 1% 가까이 높다. 단순 계산으로 따져도 매년 23억원 정도의 이자가 늘어나는 셈이다. 
 
신한투자증권이 이자부담에도 발행을 추진하는 이유는 신용등급 하향을 막기 위한 사전 조치로 해석된다. 앞서 한국신용평가를 비롯한 신평사들이 설정한 신한투자증권의 등급 하향 기준은 조정 영업용순자본비율(NCR) 150% 이하다. 그러나 최근 신한투자증권의 NCR은 지속 하락했다. 지난 1분기 신한투자증권의 조정 NCR은 160.1%로 전년 동기 169.9% 대비 9.8%p 하락했다. 등급 하향 기준인 150%와 불과 10.1%p 차이만 날 뿐이다.
 
이 같은 신한투자증권 조정 NCR의 하락은 자본증가율 둔화와 순요주의이하자산 잔액 증가 등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분기 자기자본 대비 순요주의이하자산 비율은 12.3%를 기록했다. 2022년 6.7%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으나 다시금 증가세를 이어가 지난해 10.2%로 증가했고 다시 1분기 만에 2.1%p 증가한 것이다.
 
실적 회복 요원한데 부동산 익스포저 '부담'
 
일반적으로 증권사의 후순위사채는 인기 상품이다. 안정성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 발행이 되면 대부분 완판되거나 증액이 이뤄진다. 이번 신한투자증권의 후순위사채 발행도 이변이 없다면 완판과 증액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돼 신한투자증권의 자본 확충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후순위사채 발행과 같은 고육지책 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할 수 있는 영업 실적 회복은 요원한 상황이다. 최근 증권사의 1분기 실적발표가 이어진 가운데 상당수 실적 회복 소식이 들렸지만 신한투자증권은 여전히 수익과 성장 모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7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6.6%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32.4%가 줄어든 859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수익성 악화는 영업 수익이 지속 감소해서다. 1분기 신한투자증권의 영업수익 하락을 이끈 것은 자기매매였다. 자기매매수익은 1159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9.1% 줄었다. 같은 기간 수수료 수익은 1910억원으로 17.5% 증가했지만 자기매매에서의 감소분을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에 반해 영업비용은 증가세를 보였다. 1분기 신한투자증권의 영업비용은 2307억원이다. 이 중 판관비가 19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했고 수수료 비용도 11.4% 늘어난 361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신한투자증권은 이번 후순위사채 발행은 통상적인 리파이낸싱의 일환이며 리스크 관리는 언제나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난 1분기 실적은 인수금융자산의 손실이 자기매매 부문에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다만 현재 자산의 건전성 관련해선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를 시행하고 있고 발행한 후순위채는 기존 발행 물량 차환 때문에 진행된 통상적인 리파이낸싱 과정일 뿐"이라고 말했다.  
 
(사진=금융위원회)
 
부동산PF 구조조정 예고…"잇단 악재, 관리해야" 
 
금융당국이 전한 부실 부동산 위험노출액(익스포저)에 대한 구조조정 소식도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신한투자증권에는 악재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평가기준 개선방안'에 따라 부실 사업장에 대해서는 재구조화 및 정리를 통해 부동산 PF의 연착륙을 유도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전체 230조원 규모인 PF 사업장의 5∼10%가 재구조화와 매각 등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PF 사업성 평가기준 개선안에 다르면 사업장 등급은 현행 3단계(양호, 보통, 악화우려)에서 4단계(양호, 보통, 유의, 부실우려)로 확대된다. 현행 '악화우려' 사업장은 금융사가 대출액의 30%가량을 충당금으로 쌓아야 했지만 4단계에서는 '부실우려' 사업장은 충당금을 회수의문 수준인 75% 수준까지 높여야 한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익스포저 규모는 약 26조3000억원으로 현재 이 중 손실액은 최대 7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전체 익스포저는 1조원을 상회하며 국내 부동산금융 익스포저에서 브릿지론 비중은 작지만 중후순위 비중이 높은 편으로 알려졌다. 
 
윤소정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신한투자증권은 건전성 분류기준 강화 등의 영향으로 위험 익스포저 관련 질적 위험은 과거 대비 상승했다"라며 "절대적인 규모가 일정수준 내로 관리되고 있지만 추가적인 건전성 지표 저하 가능성이 내재돼 있어 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번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실적 개선의 발판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2분기 실적에서는 영향이 불가피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수익성 확대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2분기 실적에서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 인식은 실적에서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다만 적절한 구조조정이 진행된다면 지난해부터 이어온 증권업 수익성 확대 기조에 따라 실적 회복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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