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신용평가 방식 조정…'건전성 관리' 부각
새 건전성 지표로 '고정이하자산비율' 강조
공개 2024-04-26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4일 18:18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보험업계가 지난해 새 회계·감독기준(IFRS17·K-ICS)을 도입하면서 신용등급 변동 요인도 조정되고 있다. 특히 부동산금융 부실 위험이 커지면서 자산건전성 관리가 부각되는 모양새다. 건전성 주요 지표로는 기존 안전자산 비중 외에 고정이하자산비율이 새롭게 반영됐다.
 
(사진=연합뉴스)
 
부동산PF 부실로 건전성 고려…K-ICS 비율 기준도 상승
 
24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DB손해보험(005830)의 신용등급 관련 주요 모니터링 지표(Key Monitoring Indicators) 일부를 변경했다. 하향 가능성 증가 요인으로 ▲시장지위 하락 ▲운용자산 부실 위험 확대와 자산건전성 저하 ▲경과조치 전 기준 K-ICS 비율의 200% 수준 지속적 하회 등이 담겼다.
 
변경 전에는 국공채와 특수채 등 ‘안전자산’ 비중을 주의 깊게 살폈는데, 조정 후에는 ‘자산건전성’과 ‘손익안정성’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금융업권 전반에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DB손해보험의 경우 부동산PF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 약 3.8조원이다. 대부분 우량 시공사의 책임준공 등으로 신용보강이 돼 있으나 부동산 경기 저하에 따른 영향이 지표에도 반영되고 있다. 특히 가중부실자산비율과 고정이하자산비율이 지난해 각각 0.41%, 1.88%로 상승했다. 전년도 비율은 각각 0.11%, 0.3% 정도였다. 수치 자체는 작게 나오지만 예년과 달리 높은 폭으로 오른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메리츠화재도 주요 모니터링 지표가 달라졌다. 메리츠화재는 조정 전부터 PF대출이 신용등급 변동 가능성 확대 요인으로 다뤄지고 있었다. 부동산금융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높아 건전성에 부담이 되고 있어서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말 기준 국내 PF대출이 약 10조6000억원이다.
 
이번에 변경된 내용은 PF대출 관련 자산운용 성과 부진으로 총자산순이익률(ROA)이 1.0%를 하회할 경우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기준 가중부실자산비율(0.13%)과 ROA(4.4%) 모두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 현재는 안정적인 단계다.
 
등급 상향 가능성을 높이는 또 다른 요인으로 안정적 수익성과 함께 'K-ICS 비율(경과조치 전) 200% 이상 장기간 유지'가 포함됐다. 등급 하향 가능성 확대는 170%가 기준이다. 이는 보험업법(100%)이나 금융당국 권고치(150%)보다 기준치가 더 높다.
 
한국신용평가 측은 “해당 지표는 평가대상 보험사 신용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지만 실제 등급을 결정할 때는 다양한 정량·정성 변수들이 고려된다”라면서 “기존 설정 요건 충족 여부에 따라 등급이 반드시 조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보험사는 자산운용이 채권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보통 건전성 문제가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크지는 않다”라면서도 “다만 투자영업 수익성 확대를 위해 대체투자 등 고위험 자산도 확대되는 추세인데, 건전성 지표 자체는 우수한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한국신용평가)
 
고정이하자산비율 부각…건전성 관리 중요성 커져
 
앞서 한국신용평가는 개별 업체에 대한 세부 조정을 하기 전 보험산업에 대한 기본적인 평가방법론을 한 차례 정비했다. 특히 자산건전성 측면에서 1개월 이상 연체율을 고정이하자산비율로 대체했다. 이는 건전성 분류 대상 자산에서 고정 이하(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주로 여신금융 업계서 활용하는 지표로, 그동안 보험업계서는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다.
 
고정이하자산비율은 대출채권 외에 유가증권 등 보험사 운용자산 모두 건전성 분류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특징이다. 자산운용에서 발생한 부실을 측정하는 가장 직접적인 지표기도 하다. 안전자산 비중이 발생가능 부실을 다룬다면 고정이하자산비율은 기발생 부실을 나타내는 셈이다.
 
한국기업평가(034950)도 자산건전성 지표의 평가 기준을 바꿨다. 보험사 부실자산의 증감을 충실히 반영할 수 있도록 가중부실자산비율을 고정이하자산비율로 교체했다. 자산부실화 위험이 일부 현실화됐다는 판단에 따라 자산건전성 항목의 가중치도 기존 5%에서 10%로 상향했다. 건전성 관리 중요성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한국기업평가 측은 “다른 금융업권의 경우 영업자산 대부분이 여신성 자산으로 구성돼 있어 자산건전성 평가 지표로 고정이하여신비율을 활용하고 있다”라면서 “보험업계의 경우 운용자산의 70% 이상이 유가증권인 점을 고려해 유가증권을 건전성 평가 대상에 포함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NICE신용평가는 자산건전성 지표로 운용자산 안정성과 부실자산비율을 사용하고 있다. 운용자산 안정성은 조정안전자산 비중, 실질 저위험 자산 비중, 운용자산 구성의 안정성 등을 반영한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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