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손해보험 업계의 지난해 4분기 보험영업 손익이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효자 노릇을 하던 자동차보험이 다시 적자 사이클에 접어든 데다 3세대 실손보험 손해율마저 악화되면서 실적 하방 압력을 높이고 있다.
자동차보험 다시 손실…계절성 요인 탓
자동차보험은 코로나19 전 손해율이 90% 수준으로 손실 가능성이 높은 사업이다. 업계서는 손해율에 사업비율을 더한 합산비율이 100%를 넘어가면 사실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본다. 통상 사업비가 20% 내외 수준에서 형성되는 만큼 자동차보험은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우세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2년간은 코로나 영향으로 인구 이동과 차량 이용이 기존보다 제한되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 사이클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자동차 이용률이 증가, 4분기에 부진한 모습이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에는 차량 이동이 많은 추석 연휴와 동절기 눈길 사고 등의 이유로 계절성 요인이 마이너스로 반영됐다. 해당 기간은 여름철 장마·홍수·태풍 시즌과 함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확대되는 주요 기간으로 꼽힌다. 이 중에서도 4분기는 합산비율이 가장 높아지는 시기로 알려져 있다.
자동차보험은 주요 손보사 보험영업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략 20%~25% 정도로 나타난다. 지난해 3분기 보험료수익 기준 비중은 ▲
삼성화재(000810)해상보험 22.3% ▲
DB손해보험(005830) 25.8% ▲
현대해상(001450) 25.6% 등으로 확인된다. 자동차보험 손익 규모는 ▲삼성화재 2438억원 ▲DB손해보험 2723억원 ▲현대해상 2071억원이다.
설용진
SK증권(001510)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계절적인 손해율 상승에 따라 부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라면서 “4분기 자동차보험 손익은 3분기 대비 약 40.9%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올해는 자동차보험 요율 인하와 정비 수가 상승으로 손익이 감소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금융투자 업계 일각에서는 4분기 자동차보험 손익으로 분기 최대 적자까지 예상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에서는 "합산비율이 100%를 넘어서면서 자동차보험 손익이 적자 전환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장기보험 부문 '손실계약비용' 확대도 부정적 요소
장기보험 부문에서 손실계약비용으로 인식하는 금액이 연말 조정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보험손익 측면에서 부정적 요소다. 새 회계기준 IFRS17 체계서 보험사들은 보험부채에 적용하는 계리적 가정을 연말마다 새롭게 업데이트한다.
장기보험 손익은 손해보험사 보험영업 손익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 구성은 보험계약마진(CSM) 상각, 위험조정(RA) 변동, 보험금 예실차(예상과 실제 금액 차이), 사업비 예실차, 기타 등으로 이뤄지며 기타에 손실계약비용이 담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손실계약비용 규모를 살펴보면 삼성화재 369억원, DB손해보험 701억원, 현대해상 412억원이다.
손실계약비용 확대는 계리적 가정 중에서도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악화가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지난 2017년 4월부터 판매했던 3세대 실손보험은 손해율이 2021년 116.2%, 2022년 131.5%, 2023년 1~9월 154.9% 등으로 치솟고 있다. 3세대 실손은 앞선 1~2세대 실손과 달리 단독으로 판매되기 때문에 높은 손해율로 이미 CSM이 없는 손실 상태다. 갱신주기도 1년이라 손해율 악화가 손실계약비용으로 그대로 반영된다.
자동차보험 부진에 장기보험 손실계약비용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4분기 보험손익은 줄어든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4분기 실적 특징 중 하나로 보험이익이 계절성과 손실부담계약 증가에 따라 부진할 것”이라면서 “손해보험사 세 곳의 합산 보험이익은 전 분기에 비해 약 59.3% 감소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