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수장 회의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논의432억원 규모 PF 대출 상환 직면…자금 확보 여부 '분수령'내년 상반기에도 6000억원 규모 PF 보증 만기 예정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올 들어 제기돼 온
태영건설(009410)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다. 당장 이달 말부터 태영건설이 개발 중인 사업장의 PF 대출 만기가 잇따라 예정된 가운데 이를 상환하기 위한 태영그룹의 적절한 대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시장에선 ‘워크아웃’까지 거론되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10위권 건설사의 위기가 현실화한다면 금융사, 협력업체 등으로의 연쇄 타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사옥.(사진=태영건설)
눈앞에 다가온 PF ‘부실 뇌관’…자금조달 분주한 태영건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이 태영건설이 사업 지분을 보유하고 시공까지 맡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2 개발사업의 PF 대출 만기일이다.
이 사업의 시행자이자 차주는 성수티에스2차프로젝트금융회사(PFV)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태영건설이 PFV의 지분 33.2%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자산관리회사(AMC)로는 이지스자산운용이 참여해 19.8%의 지분을 갖고 있다.
태영건설은 이 사업에 대해 차주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채무 의무 인수를 해야 하는 자금보충 약정을 체결한 바 있다. PFV는 지난해 6월 PF 대출 480억원을 일으켰고, 이 중 10%인 48억원을 태영건설과 차주가 상환했다. 현재 대출 잔액은 432억원이다. 당초 PF 대출 만기는 이달 18일이었다. 이 PFV는 대주단과의 협의를 통해 만기를 열흘 연장했다. 28일이 만기일이다.
태영건설은 이달 22일 이사회를 열고 9월 말 15.6%인 관계기업 포천파워의 지분 전량을 매도키로 했다. 이 회사의 주식 840만주를 처분해 약 264억원을 확보할 전망이다. 주식 처분 예정일은 성수티에스2차PFV의 PF 대출 만기일과 같은 28일이다.
다만 포천파워 지분 매각으로 얻는 자금도 상환해야 할 432억원에는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날까지 태영건설이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대주단과 다시 한 번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PF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만기일을 한 차례 연장한 시점에서 대주단은 금리 인상 또는 추가 출자 요구 등 더 유리한 조건을 부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와 관련, 태영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약 2400억원이 이달 말 들어올 예정이다. 예정된 PF 대출 만기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대주단과의 추가 협의 여부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았다.
금융당국發 워크아웃설까지…우려 진화 언제쯤?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은 지난 26일 저녁에 진행한 회의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가능성과 그에 따른 부동산 PF 현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들어 증권가 등에서는 ‘태영건설이 조만간 워크아웃을 신청할 것’이라는 내용의 풍문이 돌기도 했다. 다만 이에 대해 태영건설 측은 “유동성 문제가 없고, 워크아웃을 신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기에 가능성 없는 얘기”라며 풍문을 일축했다.
그러나 워크아웃 신청 근거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올해 10월 일몰됐다가 국회와 국무회의를 통과하며 이달 26일부터 시행에 돌입했다. 아직 시행령 정비가 남아있지만, 제도가 재시행된 만큼 ‘워크아웃’ 자체의 가능성은 열려 있는 상황이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경영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이라면서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고 밝혔다. 태영건설은 27일 이와 같은 내용을 공시했으며, 사안이 확정되는 시점에 재공시를 예고했다.
당장 이달 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PF 대출 만기가 다가오고 있다. 기한 내 무사히 자금 조달에 성공하더라도 위기는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가 최근 태영건설의 분기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내년 1분기 4301억원, 2분기 1760억원 규모의 PF 보증 만기가 예정돼 있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올해 초부터 그룹 차원의 자금 지원 등이 이어졌지만, 올해 하반기 들어 태영건설이 보증을 제공한 PF 유동화증권의 금융시장 내 차환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회사 자체적으로 적극적인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PF 보증 규모를 경감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IB토마토>가 태영그룹 계열사의 추가 자금 지원 여부를 묻고자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363280)에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