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 시그널
가온그룹, 낮은 수익성에 재무안정성도 '빨간불'
셋톱박스 이어 네트워크장비사업도 '역성장세'
9월 말 영업손실 98억 기록하며 현금창출 제동
운전자본 부담 심화로 잉여현금흐름 적자 지속
공개 2023-12-18 18: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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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지난해까지 성장세를 나타내던 네트워크장비시장이 역성장세로 전환되면서 가온그룹(078890)의 외형성장이 축소됐다. 이 가운데 셋톱박스와 네트워크 장비 등 전방시장 수요 감소로 인해 중단기적으로 낮은 수익성이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한국기업평가)
 
18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가온그룹의 연결기준 영업이익(EBIT)은 98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영업이익이 109억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규모에 속한다.
 
3분기를 기준으로 매출액의 경우 지난해 4557억원에서 올해 3994억원으로 12.35% 줄었다. 이는 수 년간 지속된 셋톱박스 부문의 전방수요 위축으로 주요 수익기반이 약화되는 가운데 지난해까지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던 네트워크장비 부문이 올해 이후 주요 전방사업자의 투자 축소와 이연으로 역성장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네트워크장비 매출액은 올해 3분기 131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588억원)대비 감소했다. 
 
외형 축소와 함께 전후방 사업자 대비 열위에 있는 교섭력과 시스템반도체 등 주 원재료의 높은 가격변동성이 수익성을 제약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역시 2021년 339억원, 2022년 190억원으로 축소되다가 3분기 누적 62억원 적자로 전환하면서 영업현금창출력도 크게 약화됐다. 
 
여기에 지난 2021년과 2022년 반도체 수급 불안과 전방수요 선제대응 차원의 원자재 선재고 확보, 해외거래처 중심의 장기화된 매출채권 결제기일 등으로 운전자본 부담이 심화되면서 대규모 잉여현금흐름(FCF) 적자가 지속됐다. FCF는 지난 2021년 423억원 손실로 첫 적자전환한 이후 지난해 297억원으로 축소됐다가 올해 3분기 말 815억원으로 적자폭이 급격하게 확대됐다.
 
순차입금 규모 역시 2021년말 485억원에서 2023년 9월말 1674억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 역시 각각 109.8%, 24.8%에서 202.7%, 39.6%로 빠르게 상승하는 모습이다.
 
특히 셋톱박스와 네트워크 장비부문의 경우 전방사업자의 투자계획에 밀접하게 연동된 사업특성을 감안 시 당분간 높은 실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3분기까지의 영업손실 규모를 감안시 2023년 연간 EBITDA 역시 적자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일부 전방사업자의 투자 재개, 원자재 구입 감소에 따른 일시적인 운전자본 부담 완화로 EBITDA 대비 순차입금 개선이 예상되나, 그 폭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면서 절대적으로 높은 재무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다. 
 
향후 유동성 대응능력도 열위한 상황이다. 올해 9월 말 연결기준 단기성차입금은 1626억원 규모로, 총차입금 대비 단기성차입금 비중은 79.9%를 차지하고 있다. 
 
단기상환 부담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보유 현금성자산(360억원)과 금융권 미사용여신한도(외화 대출 366억원 상당, 원화대출 50억원), 예상 영업현금창출력 등은 단기성차입금을 포함한 연간 자금소요에 대응하는데 부족한 수준이다. 
 
이에 일부 단기차입금에 대해 매출채권, 재고자산 담보제공 중으로 당분간 차환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만기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1분기 중 만기도래 금액은 748억원(단기성차입금의 46%)으로 만기가 집중돼 있어 해당시기 차입만기 대응 추이 확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현수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의 시장잠식에 따른 전방 유료방송사업자의 가입자 감소가 셋톱박스 사업기반과 이익창출력에 구조적인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라며 "여기에 높은 원가부담으로 당분간 과거 대비 저조한 수익성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하 책임연구원은 이어 "저하된 수익성으로 유의미한 영업현금창출력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구조적으로 높은 운전자본 부담 등이 차입금 상환을 위한 잉여현금 창출을 제약하며 중단기간 높은 재무부담이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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