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 인수에 카카오엔터 수익성 개선 전망공정위, 카카오·SM 기업결합 심사 6개월째 지속 심사배재현 카카오 대표 구속 수사에 카카오엔터 상장 악재
쪼개기 상장을 거듭하며 몸집을 불려온 카카오가 최근 연달아 사법 이슈에 부딪히며 주요 자회사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제동이 걸렸다. 카카오엔터, 카카오모빌리티 등에 대한 금융감독원 수사 및 공정거래위원회 심사 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IPO 준비 기간은 무한정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IB토마토>는 카카오 계열사들의 IPO 가능성 및 상장 불발 시 리스크(위험 요인)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카카오(035720)가 지난 2월
에스엠(041510)(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 불거진 시세 조종 의혹 수사가 지속되면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공개(IPO)에 빨간불이 들어 왔다. 11조원이 넘는 기업 가치를 인정 받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올 초 1조원이 넘는 투자 유치를 받고, SM엔터테인먼트 인수 후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지만 지속되는 경영진 수사가 IPO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SM 인수 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카카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덕분에 수익성은 개선되고 있지만, 최근 카카오 경영진의 구속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IPO 기대감은 불투명해지고 있다.
카카오는 크게 플랫폼 사업과 콘텐츠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카카오톡과 다음 등을 서비스하는 기존 플랫폼 사업 매출이 컸지만, SM을 인수한 후 2분기부터는 콘텐츠 부문 매출이 플랫폼 부문을 앞질렀다. 콘텐츠 부문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뮤직·스토리·매니지먼트 등 상당 부분을 부문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수익성은 2019년 이후 줄곧 하락했다. 매출이 늘어나 외형은 성장했지만, 영업이익률은 2019년 11.9%에서 2021년 2.4%로 줄어들더니 지난해에는 적자 전환했다.
이번 3분기 콘텐츠 부문 매출은 1조1315억원으로 플랫폼 부문 매출 1조295억원을 넘어섰다. SM엔터테인먼트 실적을 제외하면 콘텐츠 부문 매출은 8750억원까지 떨어진다. 3분기 콘텐츠 부문 영업이익은 1403억원으로 SM엔터테인먼트를 제외할 경우 1151억원까지 떨어진다.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앞서 프리 기업공개(IPO)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상장 가치는 11조3000억원으로 산정됐다. 14일 기준 하이브 시가 총액은 8조5179억원으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상장 시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될 것으로 기대가 됐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유상증자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PIF) 및 싱가포르투자청(GIC)에서 총 지분율 10.2%에 달하는 1조1540억원을 유치하면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IPO에 대한 업계 기대감은 높았다.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이 10월 23일 금융감독원에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계속되는 사법 리스크에 카카오엔터 IPO 가능성 '빨간불'
카카오의 SM 시세 조종 의혹에 대한 수사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IPO 가능성은 낮아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수경)은 지난달 24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를 피의자로 소환 조사하고 26일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강호중 카카오투자전략실장, 이준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 등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이어 지난 13일 검찰은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카카오 법인을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배 대표 등은 지난 2월
하이브(352820)와 카카오의 SM엔터 인수전에서 하이브가 주당 12만원에 SM엔터 주식 공개 매수에 나서자 약 2400억원을 투입해 주식 시세를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만약 주가 조작 여부가 사실로 밝혀져 벌금형 이상을 받게 된다면, 카카오는 양벌규정에 따라 카카오뱅크 지분을 10% 남겨 놓고 모두 매각해야 한다. 현행법 상 인터넷은행 대주주는 법률상 결격 사유가 없어야 한다. 양벌규정에 따르면 법률을 위반한 사람이 소속한 법인도 함께 형사 처벌을 받기 때문에 배 대표 등을 포함한 카카오 경영진의 위법성이 발견된다면 대주주인 카카오에 카카오뱅크 지분 매각 의무가 생기는 것이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율을 27.17% 갖고 있는 대주주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10월 18일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SM엔터테인먼트 지분도 매각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수사가 종료 되어야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은 카카오가 20.76%,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19.11%로 총 39.87%를 보유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김범수 전 의장을 포함한 카카오 경영진과 (SM 시세 조종에 대한) 어떤 연결성이 있는지에 따라서 지분 매각 의무에 대한 부분은 달라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PIF)와 GIC와의 투자 조건에 IPO에 실패하면 투자자가 지분을 팔 수 있는 풋옵션(페널티풋) 조항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PO 기한이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된 수사가 지속될 시 IPO 지연에 따른 지분 매각도 예상된다.
이에 카카오는 지난달 30일 카카오 관계사의 준법 및 윤리경영을 감시할 외부 기구인 ‘준법과 신뢰 위원회’를 설립하고 김소영 전 대법관을 위원장에 위촉했다. 지난 6일에는 카카오 공동체 전체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경영쇄신위원회를 출범하고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시세 조종이 사실이라면 무리하게 인수합병(M&A)를 한 것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상장이 궁극적인 목적이었을 것이다. 이런 사법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는 아예 상장 심사 통과가 안 될 것”이라며 “카카오가 만든 준법감시 기구는 법적 권한과 책임이 없기 때문에 한계가 명확하다. 개별 계열사 차원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진전시킬 수 있는 전관 변경 등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