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성중 기자]
태영건설(009410)이 계열사 재정비를 통해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태영건설 지원을 위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에 속도를 내는 한편, 대기업 집단으로 분류되며 분리 위기에 처한
SBS(034120) 지키기에 사활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태영건설 여의도 사옥.(사진=태영건설)
TY홀딩스, ‘태영건설 살리기’ 본격화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사모펀드 KKR은 태영인더스트리 인수를 위한 실사 작업을 진행 중이다. 태영그룹의 지주회사
티와이홀딩스(363280)(TY홀딩스)는 이달 18일 태영인더스트리의 매각이 막바지임을 밝히며 인수의향자와 구체적 조건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 형식적 절차만이 남았다고 밝힌 바 있다.
TY홀딩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계약 당사자에 대한 정보는 딜 완료 전까지 밝힐 수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태영인더스트리의 매각 금액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과거 태영그룹과 KKR이 진행해 온 거래를 고려하면 사모채 인수 방식으로 태영인더스트리 딜이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앞서 TY홀딩스는 올해 1월 KKR로부터 4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태영건설을 지원한 바 있다. TY홀딩스가 발행한 사모 회사채를 KKR이 인수하는 방식으로 태영인더스트리에 대한 매각이 진행될 전망이다.
태영인더스트리는 태영그룹 내 ‘알짜 계열사’로 평가받고 있다. 울산과 평택을 거점으로 한 태영인더스트리는 곡물 싸이로, 액체화물 탱크터미널 운영 등 물류사업을 영위하며 오랜 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내 온 기업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별도 기준 태영인더스트리는 매출 394억원, 영업이익 9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매출 384억원, 영업이익 96억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매년 50억~100억원 규모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TY홀딩스는 △태영건설(건설) △SBS미디어그룹(방송) △에코비트(환경) △블루원(레저) △태영인더스트리(물류) 등을 품고 있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으로 그룹의 ‘모체’격인 태영건설의 내실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TY홀딩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태영인더스트리의 매각 대금은 전액 태영건설의 유동성 제고를 위한 자금 지원에 활용할 방침”이라면서 “추가적인 우량 자산 매각과 대주주의 사재 출연 등으로 태영건설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태영건설의 연결 기준 자기자본 대비 주의·위험 보증액 비율은 183.7%로 한신평이 신용등급을 부여한 도급사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액 1조원 이상 건설사 중 가장 높았다. 같은 시기 연결 기준 도급사업 PF 보증 규모는 2조8000억원 수준이다. ‘실질적 자체사업’인 자회사 차입금에 대한 PF 보증을 포함한 별도 기준 보증액은 3조4000억원에 달한다.
SBS 지배 여부에도 ‘촉각’…‘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나
태영그룹은 지난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대기업 집단으로 분류되며 상호출자제한 대상이 됐다. 당시 기준 태영그룹의 공정자산 규모는 11조2000억원으로 10조원을 넘겼다. 올해 4월에는 11조9359억원으로 재계순위 40위를 기록했다.
현행 방송법 8조에 따르면 자산 규모 10조원이 넘는 대기업은 지상파 방송사의 지분 10% 이상을 소유할 수 없다. 올해 6월 말 기준 TY홀딩스는
SBS(034120)의 지분 38.1%를 소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TY홀딩스에 유예기간인 2년 내에 SBS 지분 일부를 처분해야 한다고 시정명령을 했다.
다만, 방송법 부칙 9조에 따르면 방송법이 제정된 2000년 이전에 방송사업 허가를 받은 사업자가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경우 원래 지분을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현재 국회에는 방송 사업자의 주식 또는 지분의 소유를 제한하는 기업의 자산총액을 현행 10조원에서 국내 총생산액의 0.5% 이상 1.5%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태영그룹의 SBS 지배 의지는 강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12월 SBS는 방통위의 시정명령에 불복하고, 행정법원에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아울러 지난 2021년 4월에는 태영그룹의 SBS 지배력 유지를 위해 TY홀딩스와 SBS의 모회사 SBS미디어홀딩스를 합병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TY홀딩스가 ‘자산 규모 10조원 이하’를 지키기 위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에 나섰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태영그룹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상호출자제한 대상으로 선정되면 자산 규모의 변동이 있더라도 3년간은 대기업으로 분류된다”고 일축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