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증권업계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모는 27조원으로 나타났다. 이중 채무보증 잔액은 21조8600억원으로 연체율은 1분기 10.38%에서 15.88%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금융업권 중 가장 빠른 증가속도를 보였다. 가장 문제가 되는 '매입확약'은 시행사가 대출 상환에 실패 시 확약을 맺은 증권사가 대신 대출금을 갚거나 차환 부족분을 매입하게 돼 시장의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증권사 별 국내외 부동산 매입확약 현황과 확약을 맺은 부동산 현장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메리츠증권이 최근 이어지고 있는 부동산 불황에도 불구하고 2분기 실적이 선방했다. 최근에는 부동산PF 가운데 가장 큰 건 중 하나로 꼽히는 용산프로젝트(용산구 유엔사부지)가 외부 악재를 딛고 본 PF 전환을 이루면서 성공적인 마무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2분기 실적…결국은 IB
(사진=메리츠금융지주)
24일
메리츠금융지주(138040)의 2분기 실적 발표 자료에 따르면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이 2035억원, 당기순이익은 1615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 1.9% 증가했다. 직전 1분기 대비로는 각각 23%, 28% 감소한 수치지만, 최근까지 이어진 부동산 경기 침체와 차액결제거래(CFD)사태 등의 악재를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사업 부문별 실적에선 기업금융(IB) 부문에서의 수수료와 이자수익이 전체 실적을 견인하고 금융수지와 위탁매매 부문이 보조했다.
2분기 메리츠증권의 기업금융수수료 수익은 1250억원으로 1분기 489억원 대비 156%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지난해 2분기 1590억원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금융수지수익은 1093억원을 기록해 1분기 900억원 대비 21% 증가했고, 전년 동기 대비로도 28%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위탁매매 수수료도 2분기 이어진 증시 활황으로 전분기 대비 2%,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175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3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던 IB부문의 순영업수익이 올해 2분기에는 증가세로 전환해 IB부문 순영업수익은 1분기(839억원)보다 79.3% 증가한 1504억원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선 이 같은 실적에 대해 신규딜을 늘리기보단 기존 딜의 안정화를 이룬 것이 실적 회복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메리츠증권의 기대치를 상회하는 실적은 주로 부동산PF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동 분기 기업금융수수료 수익의 회복이 이끌었다"라며 "다만 이는 신규 딜의 완전한 회복보다는 연체 이자 환입 등 기존 딜들의 지연 수익 인식에도 일정 부분 기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 차례 겪은 홍역...그래도 브릿지론에서 본PF 전환 성공
메리츠증권은 지난 2010년 증권업계에서 최초로 부동산 PF시장에 뛰어들어 IB부문에서의 자본대비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해 왔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각 사업부문별 시장 점유율 추이에서 IB는 2023년 1분기 기준 8.2%로 자본규모 시장 점유율인 7.1%에 비해 높아 타사 대비 IB부문에서의 높은 시장 비중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 금융위기와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등의 악재가 이어지면서 메리츠증권의 주요 사업부문인 부동산금융에서의 익스포저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 2023년 1분기 기준 메리츠증권의 요주의이하자산은 7786억원으로2022년 말 대비 약 2800억원 증가했고 자기자본 대비 우발부채 비율이 89.4%로 업계 평균인 54.3%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상반기 기준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이 지급보증을 진행한 부동산 사업장은 총 43곳, 액수로는 총 2조2437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오는 하반기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사업장은 8곳, 액수로는 총 4747억원으로 전체의 21.1%를 차지했다.
해당 건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는 건은 용산프로젝트제일차건이다. 해당 사업은 유엔사부지 개발사업으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22-34에 위치한 유엔사 용지에 지하 7층~지상 20층, 10개동, 총 1143가구(아파트 420가구·오피스텔 723실) 규모 공동주택과 호텔, 오피스, 상업시설 등을 짓는 프로젝트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지난 2021년부터 개발사업에서 부동산 PF대출에 금융주관사로 참여해 총 1조300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을 실행했다. 무난하게 진행되던 사업은 지난 2022년 12월 한차례 연장한 데 이어 지난 3월20일 한 차례 추가 연장을 해 시장의 우려를 산 바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신한은행, 국민은행, 삼성화재, 수협은행, 새마을 금고 등 금융그룹 계열사들이 대주주단으로 참여해 본 PF로의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졌고, 메리츠증권도 총 2000억원 규모 대출에 참여했다. 만기는 오는 9월20일까지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해당 진행 건은 9월20일 만기에 차환 예정이다"라며 "추후 공사 진행과 분양까지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본 유엔사 사업…불황 비껴간 현장
국내 부동산 시장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올해 하반기에도 부동산 시장의 어두운 전망이 이어졌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7월 연 세미나에서 하반기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해 집값 하락과 거래 활성화 지연을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에도 불구하고 서울 용산 지역 부동산 시장은 우려를 비껴가는 분위기다.
현지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용산지역의 분양은 최근 부동산 시장과는 달리 희망적이다. 용산 유엔사 개발 건 같은 경우 아마도 높은 가격 수준의 분양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나 부유층들의 문의가 이어져 무난한 분양이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마도 이런 이유는 용산지역 생태공원 개발을 중심으로 한 개발 기대 때문이다"라며 "서울권 부동산은 잠깐 떨어지는 경우는 있어도 장기적으로 우상향이었다. 현재 한남동 재개발 구역뿐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이 지역 전체의 인프라와 주거시설이 차례로 예정되고 있고 실거주자와 투자 수요가 예전만큼 폭발적이진 않겠지만 꾸준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유엔사부지 개발 현장 (사진=IB토마토)
공사 현장도 순조로운 분위기였다. <IB토마토>의 취재에 따르면 용산 유엔사부지 공사 현장은 기반 공사가 분주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현장에는 기반공사를 위한 크레인이 10대 이상 운영 중이었고 자재를 나르는 운반 차량도 여러대였다. 공사의 인부들도 저마다의 자리에서 분주하게 움직였고 공사 현장은 퇴근 시간이 되어서야 한산해졌다.
한 현장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현재는 기반공사가 원활하게 진행 중이고 공사 현장 운영에도 문제가 없다"라며 "2027년 2월 완공이 목표로 하는 만큼 원활한 공사 진행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