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아시아 스마트 솔루션 물류기업'을 목표로 1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에 나선
한진(002320)이 재무부담을 이겨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차입금의존도가 경쟁사 대비 높고, 현금 보유량은 투자 규모 대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특히 한진은 최근 수년간 이자보상배율이 한계치인 1 수준을 유지하다가 올해 1분기 1 이하로 하락하면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이에 한진은 대체 가능한 유휴부지나 주식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한진)
커지는 이자부담 속 3년간 1조원 투자 진행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한진의 이자보상배율은 0.86배로 1이하를 기록했다. 지난 2019년 0.82배를 기록한 이후 4년 만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이자비용은 275억원으로, 전년동기(252억원)대비 9.13% 늘어난 가운데 영업이익은 344억원에서 235억원으로 31.69%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으로 갚아야 할 이자를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 지표로, 통상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이면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본다.
앞서 한진의 이자보상배율은 2020년부터 3년간 1.02~1.08배 사이를 오가며 낮은 수준을 기록해왔다. 특히 한진의 이자비용은 2020년 1034억원에서 지난해 1056억원으로 2.13% 증가했다.
2분기 상황도 긍정적이진 않다. 상반기 누계 영업이익(잠정)은 지난해 동기(670억원) 대비 14.6% 낮은 572억원에 그쳤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잠정)은 337억원으로 전년동기(326억원) 대비 3.4% 증가했지만, 1분기 낮은 영업이익이 전체 실적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매출액은 상반기 누계와 분기 모두 감소했다. 상반기 누계 매출은 1조3632억원으로 전년동기(1조4211억원) 대비 4.1%, 2분기는 지난해 7149억원에서 올해 6881억원으로 3.7% 축소됐다.
매출 하락 원인은 글로벌경기 침체로 인한 물동량 감소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로 인해 지난해 1분기 4.87%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은 올해 1분기 3.48%로 떨어졌다. 여기에 지난해 말 영업이익률이 4.02%에 달했던 것과 비교해도 0.85%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한진은 영업현금으로 자본적 지출(CAPEX)과 금융비용 충당도 어려운 상황이고, 택배 관련 신규시설투자 기간이 연기되고 하역·주선 등 다른 본업 요율도 하락 중"이라며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택배사업 이익률 1%…물류 자동화 절실
한진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최근 택배사업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2025년까지 매출 4조5000억원, 영업이익 2000억원을 달성하기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분야에 1500억원, 플랫폼·IT·자동화에 1500억원, 풀필먼트와 인프라 구축에 8000억원 총 1조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택배사업의 경우 현재 15% 정도인 점유율을 2025년 20%대로 확대하고, 매출 3조5000억원과 영업이익 175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올해 1분기까지 한진은 대전 스마트 메가 허브(SMART Mega-Hub) 구축에 1726억원을 투자했다. 향후 1075억원의 추가 비용을 들여 총 2801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택배 Sub터미널 휠소터(Wheel Sorter) 설치에 432억원, 차세대 한진택배시스템 구축에 177억원을 투자해왔다. 이는 택배터미널 자동화와 근로환경, IT운영체계 개선을 위한 것으로 향후 118억원 가량의 투자액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한진에서는 최첨단 자동화 설비를 갖춘 대전 스마트 터미널 구축이 완료되는 2024년에는 일평균 288만 박스의 물량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소화물량은 일평균 200만박스다.
한진이 스마트화에 속도를 내는 데에는 물류효율화를 통한 점유율 강화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쟁사이자 업계 내 점유율 약 45%를 차지하고 있는
CJ대한통운(000120)의 경우 타사 대비 빠른 물류자동화를 이뤄내면서 수익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앞서 2020년 3.96% 수준이던 택배사업 영업이익률은 2022년 4.78%로 증가했다. 반면, 한진의 택배사업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0.92%를 기록했다. 지난 2020년 4.14%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3%포인트 이상이 급감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최근 쿠팡 등 신규사업자의 등장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은 지난 4월 로켓그로스 제도를 도입하면서 직매입 상품 외에도 일반 판매자 상품을 대상으로도 당일이나 익일 배송을 시작했다.
스마트 물류 투자지연…과도한 차입금 발목 잡나
한진이 스마트 물류 투자에 나섰지만, 올해 3월로 예정됐던 대전 터미널 투자 종료 기간이 내년 1월로 미뤄지는 등 잡음도 발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투자 기간 연장은 행정 절차 지연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업체 측은 투자 시기나 비용의 변동은 자재가격 상승과 계획의 일부 수정 등 여러 변수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며, 내년 운영을 목표로 차질 없이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진이 높은 투자금액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가 제기된다. 1분기 기준 한진의 총차입금이 2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차입금의존도 역시 48.2%를 기록 중이다. 통상적으로 차입금의존도는 20~30% 수준을 적정한 수준으로 판단한다. 경쟁사인 CJ대한통운 차입금의존도는 37.8% 수준이다.
차입부담이 과중한 가운데 1분기 말 기준 한진이 보유 중인 현금 및 현금성자산(금융상품 포함)은 2137억원에 불과하다. 영업이익의 77%에 달하는 하역부문도 경기 둔화로 인해 물동량 감소를 겪고 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세계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항만 하역 물량은 전년대비 약 2.8%, 올 1분기는 2.2% 감소했다. 항만수요예측센터에 따르면 올해 6월 누적 국내 총 물동량은 전년대비 1.9% 감소한 7억6143만톤을 기록했다.
다만, 한진의 하역사업 부문은 매년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4101억원으로 2020년 3563억원, 2021년 3827억원을 포함한 3개년 동안 매년 성장세를 보여왔다. 영업이익은 2020년 675억원, 2021년 817억원, 2022년 889억원으로 증가했다.
김건희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최근 하역요율과 부대서비스단가 상승으로 하역부문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으나, 경기 둔화로 물동량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라며 “단가인상과 운영효율화 개선을 통해 우수한 수익성을 유지하는지 여부에 대해 점검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한진 측은 대체 가능한 유휴부지나 주식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1분기 말 보유 중인 유형자산 가운데 토지의 장부가액은 9727억원에 이른다.
한진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2분기 업황이 개선됨에 따라 1 이하로 내려왔던 이자보상배율도 다시 기존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하역부문 역시 탄탄한 수익성을 보이고 있으며 향후 자동화에 따른 수익성 개선도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