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매출 없어…관리 종목 선정 유예기간 내년까지자금 악화로 파이프라인 줄어…1000억원 유상증자 감행간암 치료제 치료 목적 사용 승인…매출로 이어질지 관심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박셀바이오(323990)가 기술 특례 상장 후 4년째 매출을 내지 못하면서 관리 종목에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모습이다. 특히 라이센스 아웃을 진행 중인 계약이 없고, 파이프라인 대부분이 임상2상 이하에 있어 매출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박셀바이오의 파이프라인 중 간암 치료제(Vax-NK/HCC)가 치료 목적 사용 승인을 얻어 매출에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셀바이오 CI.(사진=박셀바이오)
4년째 매출 없어 관리 종목 선정 위험성 내재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박셀바이오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25억원으로, 전년 동기(영업손실 18억원)와 비교해 손실 규모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매출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연구개발비 등으로 판매비와 관리비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박셀바이오는 2020년 기술 특례 상장을 한 이후로 올해까지 4년째 매출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관리 종목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커져 관심이 쏠린다.
기술 특례 상장은 한국거래소가 기술력이 뛰어난 회사(기술성장기업)를 선정해 상장할 수 있도록 상장 기준을 낮춘 제도다. 기술성장기업은 자기자본 10억원 이상 및 시가총액 90억원 이상, 신용평가 기관에 기술 및 사업모델 평가로 A등급과 BBB등급을 모두 받은 기업일 경우 선정된다. 박셀바이오는 2019년 기술성 평가 등급을 획득하면서 선정됐다.
기술 특례 상장은 관리 종목 지정에도 완화된 조건을 적용받는다. 대표적인 관리 종목 지정 요건 중 하나인 '매출액이 30억원 미만일 경우' 항목에서 기술성장기업은 5년간 적용되지 않는다. 이 가운데 박셀바이오가 4년째 매출을 내지 못하면서 유예 기간이 1년 밖에 남지 않아 관리 종목 지정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특히 관리 종목으로 2년 연속 지정될 경우 상장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단기간에 상용화가 가능한 파이프라인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박셀바이오가 보유한 파이프라인은 총 5개다. 이 가운데 Vax-NK/HCC(간세포암종)가 임상2a상, 박스루킨-15(반려견 암)가 추가 임상 단계인 것을 제외하고는 전부 비임상 단계에 있다.
특히 임상2상은 임상 2a상과 2b상으로 나뉘며, 임상 2상을 완료하기 위해선 1~2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여기에 임상3상은 2~3년이 걸리기 때문에 관리 종목 지정 전까지 제품 상용화로 인한 매출 가시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반려동물 면역항암제인 Vaxleukin-15가 현재 추가 임상단계에 있어 단기간 상용화가 가능할지 미지수다. 반려동물 치료제는 전임상에서 임상단계를 거친 직후 품목허가를 거쳐 시판된다. 상장 당시 품목 허가를 요청한 상태였지만 다시 추가 임상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박셀바이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Vaxleukin-15로 연구하는 2개의 암종 중 유선종양은 올해 안에 임상 단계를 마치고 품목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라며 "올해 안에 승인을 받게 되면 바로 곧바로 매출 발생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자금 여력 악화로 파이프라인 줄이고 1000억원 유상증자
특히 박셀바이오는 지난해 다발골수종 치료제 'Vax-DC/MM'의 임상2상을 조기 종료했던 바 있다. 임상을 조기 종료한 지난해 상반기 기준 박셀바이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자산 포함)은 236억원으로, 업계에서는 연구개발비를 감당할 수 없어 조기 종료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박셀바이오는 Vax-CAR라인의 수익성을 더 높게 평가해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가운데, 현재 보유하고 있는 파이프라인은 총 5개로 지난해(7개)와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에서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자산 포함)은 18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연구개발 비용에 대해 우려가 제기되면서 관리 종목 적용 전에 매출 가시화를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셀바이오는 지난 7일 자금조달을 위한 유상증자를 한다고 공시하면서 자금 여력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박셀바이오는 유상증자로 1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시설자금과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통상 유상증자는 차입금과 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들이 주가 희석 우려를 감당하면서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자금조달 방법으로 악재로 여긴다. 특히 박셀바이오는 매출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회사의 자금 여력이 악화됐다는 시각이다.
다만, 박셀바이오의 라이센스 아웃, 제품 상용화 등이 단기간에 가시화 된다면 관리 종목 지정 위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 박셀바이오는 Vax-CAR파이프라인의 비임상시험 데이터를 활용해 라이센스 아웃을 추진할 계획이다.
바이오 기업은 제품 상용화 외에 라이센스 아웃(기술이전)을 통한 계약금으로도 매출을 낸다. 라이센스 아웃은 일정 기간 동안 기술이 들어간 상품의 생산과 판매를 타사에 허가해주는 것으로, 당장 제품이 상용화되지 않더라도 계약금 등을 통해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다. 현재 박셀바이오는 보유한 파이프라인의 라이센스 아웃을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박셀바이오의 간암 치료제(Vax-NK/HCC)가 치료 목적 사용승인을 발표했다. 치료 목적 승인은 생명이 위급하지만 적절한 치료수단이 없는 환자에게 개발 중인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하는 제도다. 이에 사용이 가시화될 경우 유의미한 성과가 기대된다.
이에 박셀바이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기술 특례로 상장했기 때문에 아직까지 문제는 없다"라며 "우려되는 점을 인지하고 있어 해당 요건에 맞게 준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