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지난 4월 발생한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여파로 증권업계에서 차액결제거래(CFD)가 시장의 계륵이 되고 있다.
키움증권(039490)은 지난 5월에 이어 두 번째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고,
SK증권(001510)은 이달 28일 CFD 사업에서 철수했다. 다만 CFD를 처음 도입한
교보증권(030610)은 사태의 후폭풍에서 빗겨가 CFD 사업 관련 리스크 관리 능력이 주목받고 있다.
2분기에도 SG사태 후폭풍 여전
(사진=키움증권)
28일 오전 검찰은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연루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키움증권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는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키움파이낸스스퀘어에 있는 키움증권 본사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폭락 당시 거래내역 등 자료를 확보했다.
앞서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라덕연 전 H투자컨설팅 대표는 김 전 회장이 숨겨진 사태의 주범이라 주장하며 지난 4월 SG발 주가 폭락 사태 직전 다우데이타 보유 지분을 처분해 주가조작 정황을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고 다우키움그룹은 이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상태다.
SG사태는 시세 조작을 위한 비대면 CFD 계좌에서 대량의 물량이 쏟아져 주가가 폭락하면서 발생했다. CFD란 주식 등 기초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에 따른 차익만을 정산하는 장외 파생상품 거래다. 증거금 40%만 내면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가능하다.
SG사태 이후 증권가에선 4월 기준 CFD 계좌내 미결제약정이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파악돼 증권업계의 손실 규모가 천문학적인 수준에 달한다는 우려도 나왔었다.
실제 2분기 하나증권 실적발표에서 CFD관련 충당금 증가가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하나증권의 2023년 상반기 충당금은 1051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충당금 전입액이 38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하나증권은 올해 상반기 34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75.1% 대폭 줄어든 수치로 2분기 순이익에선 48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CFD 관련 충당금, IB 투자자산에 대한 손상 차손 인식 등의 영향으로 2분기 중 적자를 기록한 것이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이었다"라며 "실적 일회성 요인은 CFD 충당금으로 500억원, IB 관련 평가손도 400억원대, 펀드 보상금 관련 충당금으로 530억원을 적립했다"라고 밝혔다.
커진 위험 부담에 사업 철수하는 증권사
CFD란 주식 등 기초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에 따른 차익만을 정산하는 장외 파생상품 거래다. 증거금 40%만 내면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하다. 그러나 고위험 상품으로 평가돼 국내에서는 기관투자가 혹은 일정 자격을 갖춘 '개인 전문투자자'에게만 허용하는 방식으로 나름의 진입 규제를 설정해놨다.
하지만 지난 2019년 금융당국이 증시에 모험자본 공급을 목적으로 금융투자상품 잔고 5억원 이상이던 전문투자자 요건을 5000만원으로 대폭 낮추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작성한 '2022년 자본시장 위험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규제를 푼 2019년 연간 3000여건이던 개인 전문투자자 등록건수는 2021년 2만1611여명으로 폭증했다. 거래규모도 늘어 2021년 기준 CFD 거래 규모는 70조1000억원으로 2020년의 30조9000억원 대비 2.3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8조4000억원 대비 무려 8.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 4월 SG증권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오는 8월까지 기존 가입자의 신규 거래 중단을 권고하면서, 현재 CFD 서비스를 제공하는 13개 증권사 모두 신규 거래 및 계좌 개설을 일시 중단했다. 이어 금융당국과 검찰의 압박과 실적 저해 부담으로 CFD 사업에 손을 떼는 증권사도 나왔다.
CFD사업 리스크 관리 모범생 된 교보증권
서울 여의도 교보증권 사옥. (사진=교보증권)
사태의 후폭풍이 끊이지 않자 증권업계의 CFD사업에서 성공적인 사업운영의 관건은 철저한 리스크 관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CFD를 도입해 업계 1위인 교보증권은 SC사태 초기 CFD 관련 부실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평소 강도 높은 리스크 관리를 해온 것으로 밝혀져 오히려 재평가를 받았다.
교보증권의 CFD 미수채권의 규모는 1% 수준으로 금액으로는 약 50억원으로 나타났다. 그마저도 SG사태 이후 주가 폭락의 여파로 일부 개인적으로 관련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들의 손실이었다.
문제가 된 비대면 계좌와 관련해서도 교보증권은 금융당국의 CFD 규제완화 이후에도 보수적인 운영을 고수해왔다. 비대면 계좌개설은 최대한 지양했고 지극히 일부 경우에 한에서만 비대면 계좌를 개설했다. 이마저도 내부 전문심사팀이 길게는 7일간 검토를 거쳐 전문투자자 등록을 하게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난 2019년 규제 완화 이후 시장이 커감과 동시 증권업계는 우후죽순 수수료 인하와 비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경쟁이 치열했다"라며 "하지만 그때도 비대면보다는 대면 위주의 계좌 개설과 보수적인 운용관리를 해왔는데 이번 사태에 그 덕을 보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