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윤준영 기자] CJ CGV가 임대료 지급유예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실현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CJ CGV 극장을 보유한 자산운용사들과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29일 CJ CGV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CJ CGV는 직영점 115곳의 임대인을 대상으로 6개월 동안 임대료 지급을 유예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지급한 상태다. 코로나19로 극장 관객이 크게 줄자 비용절감 방안으로 임대료 지급유예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CJ CGV 극장 현황. 출처/CJ CGV 실적자료.
CJ CGV는 2019년 말 기준 직접 극장을 임차해 운영하는 직영점 115곳과 일반 사업자에 운영을 위탁하는 극장 53곳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CJ CGV가 직접 극장을 운영하고 임대료를 지불하는 직영점 의 임대인들과 협의 중이다.
하지만 CJ CGV 극장을 보유하는 임대인들의 이해관계가 저마다 다른 만큼 협의 과정은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자산운용사인 임대인들은 난감한 상황이다. CJ CGV 극장을 기초 자산으로 둔 펀드를 설정해 투자자를 모집했던 만큼, 임대료를 받지 못하면 자칫 투자자가 손실을 볼 수 있는 까닭이다.
현재 CJ CGV 극장을 보유한 자산운용사는 이지스자산운용, 페블스톤자산운용, JB자산운용, KB부동산신탁, 마일스톤자산운용 등이다. CJ CGV가 이전부터 꾸준히 극장 자산을 유동화하면서 현재 대부분의 극장은 일반 건물주나 자산운용사가 소유하고 있다.
CJ CGV 관련 펀드를 보유한 한 운용사 관계자는 “해당 방안에 대해 인지하고 내부적으로 협의는 하고 있다”라면서도 “투자자들이 매우 예민해할 만한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산운용사에서는 CGV 측의 요구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아직까지 해당 요구와 관련해 자산운용사가 내부적으로 이를 공론화시키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만약 임대료 지급유예 요청이 사실이라면 펀드의 수익자들한테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에 고지해야 하는 만큼 상당히 중요한 사항”이라며 “그런 만큼 내부적으로 당연히 보고가 들어왔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전달받은 내용은 없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CJ CGV 관계자는 “해당 펀드의 운용역이라도 모든 진행 상황을 다 알 수는 없을 것”이라며 “실제로 CJ CGV와 계약을 맺은 상대방이 아니면 모를 수 있다”라고 말했다.
CJ CGV는 최대한 임대인들의 입장을 반영해 임대료 지급과 관련한 협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임대인의 요구에 따라 ‘6개월 지급유예 방안’이 아닌, 임대료 인하 혹은 3개월 지급유예 등 제3의 방안이 등장할 수도 있는 셈이다.
CJ CGV로서는 임대료 지급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통상 영화관 임대료의 경우, 호텔이나 일반 소매점 등과 달리 고정 임대료로 산정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매출과 연동된다면 관객수가 적을 경우 임대료를 적게 낼 수 있지만 극장 임대료의 경우 해당 사항이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화관 임대료도 간혹 고정 임대료에 관객수에 따른 변동 임대료로 산정하기도 하는데, 보통 거의 도달하기 어려운 관객수를 기준으로 잡아 사실상 고정 임대료인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다수의 임대인들과 이해관계를 맞춰가야 하는 만큼 협의를 마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개별 임대인의 상황이 제각기 다른 데다 자칫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CJ CGV 관계자는 “대부분의 임대인들이 CJ CGV의 매출 상황을 모두 알고 동의하고 있다”라며 “임대료 지급유예와 관련해서도 순조롭게 협조해 줄 것으로 믿고 있다”라고 말했다.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