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현황 진단)③메리츠증권, PF 체질 바꾼다…공실 해소가 관건
2024년 보증 잔액 3.2조 원, 대출확약 익스포저 급증
공동주택 비중 줄이고 업무·상업시설로 포트폴리오 전환
공개 2025-04-3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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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올 상반기 중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사업성과 분양 실적 등을 반영한 새로운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산정 기준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는 금융사의 PF 채무보증 리스크를 사업장별로 차등 평가함으로써 업계 전반의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그동안 증권업계는 부동산 금융을 핵심 수익원으로 삼아왔지만 최근 시장 불확실성과 지방 미분양 확대 등으로 리스크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주요 증권사의 PF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당면한 과제와 향후 전망을 분석해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메리츠증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문에서 대규모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나섰다. 기존에는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건설 현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쳤지만, 최근에는 대형 업무시설과 수도권 상업시설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국내 오피스 시장 회복을 겨냥한 전략이다. 현재 메리츠증권은 서울 마곡 지역 대형 프로젝트 위험노출액(익스포저) 정리에 집중하고 있다. 아직 공실률이 높은 편이지만 하반기 대형 입주 수요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전망이다. 
 
대출확약 익스포저 1년 만에 두 배 급증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메리츠증권의 대출확약 진행 건수는 총 51건, 보증 잔액은 3조1631억원에 달했다. 이는 2023년 36건, 1조6297억원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사진=메리츠증권) 
 
메리츠증권은 주로 ‘담보대출확약’을 통해 부동산금융 사업을 확대해왔다. 담보대출확약은 준공 후에도 미분양 건물에 대한 대출을 확약해 분양시장 변동성에 대응하고, 매각까지 시간을 벌 수 있게 해준다.
 
다만 시공사의 책임준공 여부가 불확실할 경우, 담보대출확약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대출을 집행한 부동산 개발사업 자체 사업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난해 메리츠증권은 연결 기준 실적을 회복했다. 특히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9.7% 증가한 1조548억원을 기록하면서 2022년 이후 3년만에 영업익 '1조클럽' 재가입에 성공했다. 당기순이익은 18.0% 늘어난 6960억원, 자기자본은 6조9042억원으로 13.2% 증가했다. 
 
특히 메리츠증권의 투자은행(IB) 부문 순영업수익은 3794억원으로 전년 대비 60.0% 불어났다. 반면 대손비용이 288억원으로 직전 연도 대비 83.9% 감소해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수익 증가와 함께 비용 감소를 동시에 이뤘다.
 
업무시설·지식산업센터로 포트폴리오 다변화
 
메리츠증권은 2023년까지 서울과 수도권 지역 공동주택 사업장을 중심으로 부동산 금융을 키웠다. 하지만 2024년부터는 공동주택 익스포저 보다 업무시설과 지식산업센터, 공공시설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했다.
 
 
 
지난해 메리츠증권의 서울과 수도권 지역 익스포저는 1조7287억원으로 전년 1조1081억원 대비 규모를 키웠다. 아파트나 오피스텔 같은 공동주택 비중은 2024년 1조97억원으로 같은 기간 6730억원보다 규모는 증가했지만 비중은 58.4%로 13.5%p 감소했다.
 
이 같은 포트폴리오 재조정은 수도권 분양 시장이 성장 한계에 다다른 반면, 오피스 시장은 일정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수익성 측면에서 기대치가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회사인 JLL 코리아는 '2025년 한국 상업부동산 시장 전망'에서 서울지역 오피스 시장은 비교적 임대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공급이 제한적이라 견고한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부동산원도 서울과 수도권 오피스 공실률은 각각 5.6%, 5.1%로 낮지만 투자수익률이 6.32%로 1년 전보다 1.76%p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마곡 MICE PF, 공실률 50% 과제
 
메리츠증권의 대형 익스포저 중 하나는 서울 마곡 마이스(MICE) 복합단지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021년 마이스 복합단지 금융 주관사를 맡았다. 당시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2조5000억원 규모로 메리츠증권가 1조3000억원을 맡았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 르웨스트 시티타워 전경 (사진=IB토마토)
 
사업지는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 767번지 일원이다. 지하 7층에서 지상 15층 규모로, 대지면적은 8.3만 제곱미터(2만5000평), 연면적은 82.7만 제곱미터(25만평) 18개 동이다. 지난해 10월 준공됐고, 현재 입주 협상이 진행 중이다.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지만 아직 메리츠증권은 해당 사업 익스포저로 ‘브이엘제일차’ 대출확약을 보유 중이다. 사업지 중 CP1 블록을 기초자산으로 하며 약정금 8300억원 중 2300억원은 후순위에 속한다.
 
해당 부지는 현재 르웨스트 시티타워로 불리는 상업 오피스 빌딩이 건립돼 임대 협상이 진행중이다. 다만 현재 공실률이 50%를 상회해 높은 수준이다. 주로 100평대 이상의 대형 오피스가 주력 평수인 만큼 입주 기업 모집엔 다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시티타워의 공실률은 하반기 들어서야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자는 <IB토마토>에 "현재로서는 공실률이 50% 정도지만 소규모 오피스의 경우 대다수 임대 계약이 완료된 상태"라며 "작년부터 임대 기업을 찾고 있고 대형 평수가 주력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임대 계약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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