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상속세 시한 임박…남은 6조에 재원 '비상'
이건희 회장 상속세 납부 마감 1년 남아…12조원 중 절반 이상 미납 추정
주요 계열사 지분 상당 부분 완료 상태…배당금으로 수천억원 마련
주담대 담보비율(LTV) 이하로 주가 하락 시 마진콜 위험까지
공개 2025-04-2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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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삼성 오너일가가 (고)故 이건희 회장의 상속세 납부 마감을 1년 앞두고 재원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2021년부터 매년 2조원씩 상속세를 납부해 왔지만, 전체 12조원 중 절반 이상이 여전히 미납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주요 계열사 지분 매각은 이미 상당 부분 완료됐고, 주식담보대출 규모는 3조원을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마지막 재원 마련을 위해 계열사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카드가 또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삼성전자)
 
주식담보대출 3조원 넘어... 핵심 자회사 지분까지 매각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 오너일가의 주식담보대출 총액은 3월 기준 3조728억원이다. 지난해 6월보다 1400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은 삼성전자 보유 지분 약 9999만 주 중 절반이 넘는 주식을 담보로 제공해 2조원이 넘는 대출을 받았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 사장은 각각 5728억원, 5800억원 수준의 대출을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주담대는 물론 핵심 자회사 지분까지 내놓는 실정이다. 지난해에는 이 회장을 제외한 세 모녀가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삼성전자(005930)와 삼성물산(000830) 블록딜에 나선 바 있다. 그 규모만 3조3157억원이다.
 
현재 삼성에스디에스(018260)(삼성SDS) 지분은 이미 오너일가가 대부분 처분한 상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SDS 지분 9.20%를 유지 중이지만, 이서현 사장은 2022년, 이부진 사장은 2023년에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삼성전자 지분 보유 현황을 보면 이재용 회장이 1.45%, 홍라희 명예관장이 1.46%, 이부진·이서현 자매가 각각 0.71%, 0.70%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경우 이 회장이 19.76%, 이부진 사장 6.10%, 이서현 사장 6.80%, 홍 명예관장이 1.05%다. 최근 이부진 사장은 삼성물산 지분 0.65%를 추가로 매각했으며, 이에 따라 오너일가 및 특수관계인의 삼성물산 지배력은 33.71%로 경영권 방어 수준을 간신히 넘긴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남은 1년 동안 오너일가는 추가 지분 매각, 대출 확대, 배당 강화 등 복합적인 방안을 고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상속세 납부 조건을 수정했을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도 나온다.
 
한 상속세 전문 세무사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삼성 오너일가의 상속세 납부 조건을 따져봐야 하지만) 현재 납부된 진행률과 재원 마련의 속도를 감안할 때 5년 연부연납으로 제시한 상속세 기한을 중간에 연장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정부 입장에서도 중요한 세수 재원이기 때문에 특별 관리 대상으로 매년 꼼꼼히 확인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당이 상속세 유일한 해법…삼성, 고배당 정책 지속 불가피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또 다른 축은 '배당금'이다. 담보대출로 재원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에 배당금 수익의 의존도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이재용 회장의 경우 다른 가족과 달리 지분 매각이나 담보 대출 이력이 전무하다. 주식을 법원에 공탁하거나 개인 신용대출로 자금으로 상속세를 납부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고배당 정책을 아낄 수 없는 속사정이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그룹 측은 오너 개인의 신용대출은 공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규모에 대해서 말을 아끼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삼성전자(우선주 포함)에서 1410억원, 삼성물산 880억원, 삼성생명 939억원, 기타 계열사에서 236억원 등 총 3465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전년보다 228억원 증가한 규모다. 이부진 사장, 홍라희 명예관장, 이서현 사장도 각각 1483억원, 1467억원, 1144억원을 받았다. 시장에선 상속세 납부를 위해서라도 고배당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조 단위에 가까운 주식담보대출에도 리스크가 뒤따른다. 각각의 대출에는 담보유지비율(LTV)이 설정돼 있어 담보된 주가가 일정 기준 이하로 하락하면 이른바 마진콜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홍 명예관장은 삼성전자 주식을 추가로 담보로 제공하고 일부는 삼성물산 주식담보대출로 갈아타기도 했다. 당시 삼성전자의 주가는 52주 신저가인 49900원까지 내려앉았다. 담보유지비율이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추가 담보를 제공해 이를 방어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담보대출의 주가 하단선은 홍 명예관장 5만8300원, 이부진 사장 6만3100원, 이서현 사장 5만8700원으로 추산된다. 만약 이를 밑돌 경우 현금 납입이나 추가 담보 제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 삼성전자가 발표한 3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조치가 오너일가의 담보유지비율 관리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센터장은 "향후 4조원 규모의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총수 일가의 지배력 약화 가능성이 있다"며 "삼성전자의 주가가 오너일가의 대출 유지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최소 5만8000원~6만3000원을 유지해야 하며 향후 지배력 유지를 위해서 자사주 매입 규모가 19조원을 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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