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예진 기자] 탁주와 약주 등을 제조하는 코스닥 상장사
국순당(043650)이 지난해 5년 만에 영업적자로 전환했다. 주류업계 침체 속에서 외형성장을 위해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를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지만, 정작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 못한 탓이다. 적극적인 비용 지출이 오히려 실적 악화로 돌아온 셈이다.
국순당이 올해 2월 오픈한 주류복합문화공간 '박봉담문화공간'. (사진=국순당)
3년 연속 역성장 지속되며 적자전환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순당은 2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국순당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9년 이후 처음이다.
이는 지난 2022년 이후 지속적인 역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판매비와 관리비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앞서 국순당의 매출액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MZ세대(1980년대 이후 출생)를 중심으로 홈술 문화가 확산한 가운데 한류 열풍이 번지면서 2020년 529억원에서 2021년 652억원, 2022년 746억원으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술을 마시는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위스키와 하이볼, 과일 리큐르 등으로 주류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2023년부터는 다시 역성장세로 접어들었다. 지난 2023년 매출액은 705억원으로 직전년도 대비 5.54% 감소했다. 이어 지난해에도 2.36% 감소한 688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국순당은 백세주 리브랜딩과 캔달 제너 '818 데킬라' 독점 판매를 통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공을 들인 바 있다. 지난해 2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식 판매한 이후 10월에는 '818 데킬라 레포사도 하프 보틀'을 론칭히기도 했다. 하지만 데킬라를 포함한 와인사업 부문의 매출액은 지난해 99억원으로 직전년도 97억원 대비 약 2.75% 성장하는 데 그쳤다.
여기에 백세주 리브랜딩을 통한 비용 지출 등도 적자전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순당은 갈색병을 적용한 새로운 디자인의 백세주를 재출시하고 브랜드 엠배서더로 그룹사운드 잔나비의 최정훈을 발탁했다. 이와 함께 지난 10월 브랜드 필름을 공개했다. 공개 이후 올해 3월27일을 기준으로 영상 조회수는 891만회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이원일 셰프와 한식 레스토랑 '덕분'과 협업해 팝업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이어나갔다.
판촉비 늘렸지만 실적가시화 '먼 길'
하지만 매출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광고선전비는 2023년 22억원에서 2024년 47억원으로 약 2배 이상 급증했다. 이어 판매활동비가 53억원에서 64억원으로 20.96%로 늘었다. 이외에도 수출제비용이 직전년도 대비 47.24% 증가한 1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기타비용도 10억원으로 직전년도 대비 44.33% 증가했다. 이에 연간 판매비와관리비는 2023년 267억원에서 2024년 328억원으로 약 22.84% 급증했다.
그러나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에도 매출이 뒷받침되지 못한 모습이다. 백세주를 포함한 약주 사업 부문 매출액은 139억원에서 129억원으로 직전년도 대비 되려 7.61% 감소했다. 백세주 리브랜딩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가시화되지 못한 것이다. 그나마 막걸리 사업 부문 매출이 313억원에서 329억원으로 늘어나면서 매출 감소폭(2.36%)을 전년(5.54%)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매출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에도 매출이 살아나지 않으면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판관비 비중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판관비율은 47.73%를 기록해 37.93%를 기록한 전년보다 9.79%포인트 늘었다. 특히 판관비율이 40%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19년 이후 5년 만이다. 원가율은 2023년 55.73%에서 지난해 55.58%로 소폭 줄었지만, 판관율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영업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앞서 국순당은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4년 연속 장기영업손실이 지속되면서 2019년 2월 형식적상장폐지·상장적격실질심사사유가 발생한 바 있다. 이에 국순당은 2019년 48.72%에 이르던 판관비율을 2020년 36.56%까지 약 12.16%포인트 낮췄다. 이후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개년 평균 판관비율은 36.39%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이런 기조가 무너진 셈이다.
원가율도 2019년 62.44%에서 2020년 54.79%로 약 7.65%포인트 감축하는데 성공하면서 영업이익은 46억원 흑자전환한 바 있다. 이후 영업이익은 2021년 85억원, 2022년 91억원, 2023년 45억원으로 흑자를 유지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같은 기간 연평균 원가율은 53.09%를 유지해왔다.
이에 국순당은 매출 확대를 위해 올해 2월부터 방치되고 있던 화성양조장을 복합공간으로 선보인 '박봉담'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국순당 센터, 수제 양조장, 박봉담키친, 박봉층틀샵, 스마트팜, 구역문화공간인 풍류정 등을 갖춘 카테고리 문화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토탈 서비스를 제공하며 브랜드 마케팅에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순당 관계자는 향후 마케팅 전략 등에 대한 <IB토마토>의 문의에 "공시 외 내용은 언급할 수 있는 사항이 없다"라며 답변을 아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