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자금 조달 전략을 다각화하고 있다. 금융지주사의 위험가중자산 관리가 핵심 경영 지표로 떠오르면서, 대표 자회사인 은행들도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로 수익성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저비용 자금 조달의 중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IB토마토>는 은행권의 자금 조달 전략을 심층 분석하고, 이러한 전략이 주요 경영 지표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지방은행들이 저원가성 예금 감소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역 충성도를 바탕으로 여수신을 확대해왔지만, 한계에 부딪히는 모양새다. 특히 디지털 가속화로 접근성이라는 전통적 강점도 빛이 바래고 있어 새로운 자금 조달 방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은행연합회 전경.(사진=은행연합회)
저원가성 예금 축소 '확연'
18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부산은행·경남은행·전북은행·광주은행 등 4개 지방은행의 저원가성 수신 총액은 45조7069억원으로 집계됐다. 부산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은 1년 새 저원가성 예금이 감소했다. 부산은행도 저원가성 예금 중 요구불예금과 같은 핵심 예금은 줄어드는 추세다. 저원가성 예금은 보통예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예금 등 금리가 낮거나 이자가 거의 없는 예금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저비용 자금조달 수단으로 수익성 개선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지난해
DGB금융지주(139130)의 iM뱅크가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전환된 뒤 지방 지주 자회사인 은행은 네 곳뿐이다. 지방은행은 설립 이후 높은 고객 충성도를 기반으로 영업을 이어왔다. 대부분의 영업망이 본점이 위치한 지역을 중심으로 구축돼있는 것도 특징이다. 지방은행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가장 큰 목적으로 두고 설립됐다. 2023년 이전에는 중소기업 의무 대출 비중이 60% 수준으로 시중은행 대비 높았다.
특히
JB금융지주(175330) 계열 은행만 봐도 여수신이 지방에 몰려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북은행의 경우 여신 57.1%, 수신 66%가 전북지역에서 비롯됐고, 광주은행도 같은 기간 각각 54.3%, 56.4%가 해당 지역에서 실행됐다. 광주은행은 전남지역에서 실행된 대출 잔액도 전체의 13.8%, 예수금도 19.6%에 달했다.
지역을 기반으로 지방은행은 성장을 거듭했으나 성장세는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원가성 수신 규모만 해도 감소추이가 확연하다. 지난해 말 기준 부산은행을 제외한 지방은행은 모두 저원가성 수신 규모가 감소했다. 은행별 감소율은 경남은행 1.3%, 전북은행 1.1%, 광주은행 0.4%다. 다만 속을 들여다보면 핵심예금 추이는 달랐다.
부산은행의 저원가성 수신 규모가 전년 대비 오른 이유는 기업자유예금(MMDA)덕분이다. MMDA가 30.4% 증가한 3조7946억원으로 불어나 요구불예금과 저축성예금의 감소분을 덮었기 때문이다. 부산은행의 핵심예금은 14조9504억원으로 같은 기간 3.3% 감소했다. 반면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의경우 MMDA가 줄어들면서 저원가성 예금 몸집을 줄게 했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저원가성 예금이 중요한 만큼 급여통장과 모임통장, 기업거래처 단기 결제대금 등 핵심 예금 유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수익성 '빨간불'…저비용 자금 조달 '사활'
지방은행의 예수금 중 저원가성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줄었다. 지난 2021년 말 지방은행의 저원가성예금 비중은 전북은행 39.5% 광주은행 50.4% 부산은행 45.32% 경남은행 38.84%에 달했다. 지난해 말에는 전북은행 33.2%, 광주은행 39.4%, 부산은행 32.29%, 경남은행 30.44%로 축소됐다. 감소율이 가장 높은 은행은 부산은행이다. 3년 만에 13.03%p 하락했다.
예수금 확대는 대출 역량으로도 이어진다. 수익성과 직결된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4년 이후 예대율을 100% 이하로 규제하고 있다. 대출 규모가 예금 규모를 넘지 못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말 부산은행의 예대율은 98.4%, 경남은행 97.89%, 전북은행 98.8%, 광주은행 97.7%다.
예대율을 100% 가까이 높여놨기에 대규모 예금이 빠져나간다면 유동성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지방은행들의 시금고 유치 여부가 중요했던 이유다. 광주은행은 광주시 1금고를 수성했으며 부산은행도 부산시 1금고를 유지했다. 광주시의 경우 8조원, 부산은행은 16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경남은행과 전북은행도 각각 창원시와 남원시 금고에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광주은행의 경우 지난 2023년, 50년간 유지해온 조선대학교 주거래은행을 신한은행에 빼앗기면서 광주시 시금고가 더 중요해졌다. 올해 조선대학교 학생과 대학원생의 수는 1만9478명, 올해 3월부터 내년 2월 말까지의 예산 추경액은 622억7489만원에 달한다.
다만 조선대학교가 신한은행을 택한 것은 협력사업비 덕분인 것처럼 타 지방은행의 시금고 유치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수십년간 지방 도시의 시금고로 저원가성 자금을 유치했으나, 협력사업비 등을 통해 경쟁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 출범과 디지털 가속화가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지방 인구 소멸이 지방도시의 가장 큰 과제인 데다 거주 인원마저 예금 금리를 좇는 현상이 도드라지기 때문이다.
지방은행도 인터넷은행이 주도하고 있는 사업인 모임 통장이나, 급여통장 이벤트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지만, 놓인 환경 자체가 불리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이커머스, 핀테크와의 협업을 이어가고 전자상거래 결제를 도맡아 하면서 수신 규모를 폭발적으로 키웠다"라면서 "급여통장과 모임통장의 경우 인터넷은행을 사용하는 것이 트렌드로 개인고객 이탈도 빨라지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