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배철강, 비유동자산 발목…'현금 가뭄'에 수익성 압박
비유동 자산 비중 80%…동종업계 대비 높아
높은 비유동자산 유동화도 어려운 성격
현금성 자산 6억원 불과…이자 비용 하회
공개 2025-01-20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6일 16:4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철강 유통사 문배철강(008420)의 비유동자산 비율이 동종업계 대비 높은 까닭에 향후 유동성을 활용한 수익성 확대에 차질이 예상된다. 철강 유통산업은 현금으로 철강을 매입 후 보유 설비로 이를 가공하고 중소기업 등에 가공된 철강을 어음 결제 방식으로 판매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유동자산 규모가 커야 철강 매입도 원활하게 이뤄지고, 수익성 확대도 가능하다. 그러나 문배철강의 경우 총자산에서 유동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불과하고, 현금성 자산은 10억원을 밑돌고 있다. 아울러 비유동자산의 다수가 계열사 지분 및 설비 등에 묶인 탓에 유동화도 쉽지 않다. 이에 매출과 수익성의 반등이 쉽지 않아 보인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사진=한국철강협회)
 
유동성 필요한데 비유동자산 비중 높아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문배철강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총자산 규모는 229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유동자산(463억원) 비중은 20%, 비유동자산(1827억원)의 비중은 80%에 달했다. 비유동자산은 1년 이상 보유하면서 기업의 수익 창출에 사용되는 자산이다. 주로 설비 등 유형 자산, 투자 목적의 부동산, 관계 기업에 대한 투자 지분 등이 비유동 자산에 포함되는데 보통 기업들은 향후 수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비유동성 자산을 매각하는 경우는 드물다.
 
비유동자산의 비중이 높은 탓에 문배철강의 유동성은 낮다. 이에 철강 매입을 위한 유동성도 줄어드는 모습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철강 유통업체들은 제강사로부터 기본적으로 현금으로 철강을 매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철강 유통사는 어음 결제로 제강사로부터 철강을 구입하기도 하지만,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문배철강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6억원 수준에 불과하며, 직전 연도 말(15억원)과 비교했을 때 절반 이하로 축소됐다. 아울러 향후 유동성 유입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매출채권 규모도 지난해 3분기 271억원으로, 직전연도 말(302억원)에서 10%가량 줄었다.
 
게다가 최근 철강 수요가 줄어들면서 시장이 위축되자 제강사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현금 결제 비중을 높이는 추세다. 이에 지난해에는 철강 구매를 위한 현금 동원 부담이 더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유동자산의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더 커지고 있다. 문배철강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지출한 전체 비용(매출원가 및 판관비) 1048억원 중 재료비가 706억원을 기록했으며, 철강 매입 비중이 67.4%에 달했다. 재료비는 가공을 위해 구매한 철강 비용을 의미한다. 2023년 3분기 말 기준 전체 비용 중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4.4%였던 점을 고려하면 철강 매입을 위한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
 
현금 등으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은 늘었지만, 유동성이 유입되는 속도는 이보다 느리다. 문배철강의 경우 전체 매출액에서 현금 매출이 30%, 어음 매출이 70%가량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어음 결제 기한이 90일 정도기 때문에 지출 이후 현금이 유입되려면 시차가 불가피하다.
 
이에 문배철강은 기존 재고 자산을 소진하는 등 운전자본을 축소하며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문배철강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지난해 3분기 24억원으로 직전 연도 3분기(10억원)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운전자본 조정에 따른 현금 유입이 19억원에서 40억원으로 늘어나며 전체 영업활동현금흐름 증가를 이끌었다. 다만, 경기 부진이 심화하면서 철강 수요도 덩달아 줄어들고 있어 운전자본 조절에 따른 현금흐름 창출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비유동자산 다수 처분 어려운 성격…유동화 난관
 
철강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철강 유통업계도 유동성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거래 과정에서 어음 결제 비중을 줄이고 현금 거래 확대를 시도하지만, 경제 전반이 위축된 까닭에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비유동자산 비중을 낮추고 유동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커진다.
 
그러나 문배철강의 비유동 자산의 구성을 살펴보면 관계기업 투자, 부동산, 설비 등 유형자산이 대다수를 차하고 있어 유동화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문배철강의 비유동자산 중 65%(1194억원)은 계열사 NI스틸 및 관계사에 대한 지분 투자가 차지한다. 특히 문배철강은 NI스틸의 경영에도 참가하고 있기 때문에 지분 매각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문배철강이 보유한 NI스틸의 지분율은 39.72%에 달한다. 아울러 유형자산 평가액도 268억원에 달해 전체 비유동자산의 14.7%에 달했다.
 
이에 동종업계 대비 수익성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일철강의 비유동성 자산 비중은 70%로 높은 편에 속했지만 대동스틸은 14%, 삼현철강은 17%에 불과했다. 비유동 자산 비중이 낮은 철강 유통사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의 규모도 최대 1000억원 이상에 달했다.
 
철강 산업 전반이 수익성과 현금흐름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현금성 자산이 풍부한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수익성 감소에도 충격이 덜하다는 평가다. 업계 전반이 수익성 하락을 피할 수 없지만 문배철강은 지난해 3분기, 직전 연도 3분기에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에 반해 동종업계는 지난해 3분기에도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여전히 사업에서 수익성이 나는 모습이다.
 
유동성 확보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문배철강은 철강 수요에 맞춰 철강 매입량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매출 발생으로 유동성이 유입되는 경우에만 자금을 쓰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고정비 부담 등을 고려했을 때 수익성 측면에서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배철강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경기 침체가 심화하며 철강을 소비하는 기업들의 수요도 줄어들고 있다. 비유동자산 비중이 높은 까닭에 재고 소진 등으로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지만, 철강 유통업이 경쟁이 치열하고 중국산 철강도 국내에 유입되고 있어 산업 전반의 회복이 쉽지 않은 실정”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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