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대전)③판 흔든 증권사…은행 금리 전략 '시험대'
증권업권 적립액·성장률, 은행권 넘어서
기준금리 인하로 이동 가속화 가능성도
공개 2025-01-15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3일 16:5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은행권이 퇴직연금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전히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액이 가장 크지만, 타 금융권의 공격적인 영업에 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10월부터 퇴직연금의 '실물 이전'이 가능해지면서 증권사나 보험사로의 자금 이동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IB토마토>는 퇴직연금 시장의 판도 변화와 은행권의 경쟁력을 심층적으로 분석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증권업계가 퇴직연금 전통강자인 은행업계를 따라잡는 분위기다. 퇴직연금 현물 이전이 가능해지면서 지난해 증권사의 잔액이 크게 불어났다. 게다가 예금 금리가 하락할 경우 증권사로의 이동현상은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 은행권의 경쟁력 제고가 시급한 상황이다. 
 
4대 시중은행(사진=각 사)
 
증권업계, 퇴직연금 적립액 대폭 늘어
 
13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증권사 퇴직연금 적립 총액은 96조5328억원이다. 2023년 말 87조원에서 11.3%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퇴직연금 적립액 총액은 400조인데, 이중 증권사의 퇴직연금 잔액이 급격히 불어났다.
 
반면 은행업권의 적립금 성장률은 둔화됐다. 지난 2022년 말부터 1년간 은행업권의 적립금 증가율은 15.9%였으나, 지난해 9개월간 증가율은 6.2%에 그쳤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증권업권 퇴직연금 이전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권이 퇴직연금 시장을 겨냥해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조직 개편과 동시에 이전 기념 이벤트도 다수 시행하고 있다. 특히 주요 증권사의 경우 연금 부문 조직을 개편하면서 퇴직연금 시장 확대에 나섰다. 미래에셋증권(037620)의 경우 연금 1부문과 2부문을 연금혁신, 연금 RM1,2,3 부문으로 확대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에도 퇴직연금부문을 2개 본부로 나누고 퇴직연금운영본부로 확대했다. 현대차증권은 리테일본부에 연금사업실을 신설했으며, 삼성증권(016360)도 연금본부를 디지털&연금부문으로 확대 개편했다. 이들 4개사는 증권업권에서 손꼽히는 퇴직연금사업자다. 증권업권의 퇴직연금사업자는 총 15개사로, 4개사 합계가 72조7769억원으로 전체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적립액은 27조4755억원으로 업권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증권 16조8082억원, 한국투자증권 14조4882억원, 삼성증권 14조1110억원에 비해 규모가 크다. 새로 시장에 뛰어드는 증권사도 있어 증권업권의 퇴직연금 사업자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키움증권이 퇴직연금 사업을 위해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켜 본격 준비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반면 은행업권의 경우 퇴직연금사업자로 등록돼 있으나 잔액이 전혀 없는 은행도 존재한다. 전북은행과 제주은행의 경우 퇴직연금을 운용하고 있지 않아 퇴직연금 잔액이 없다. 증권업권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적극적인 사업 확대를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특히 증권업권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실물이전제도 한 달 만에 1000억원을 돌파했다. 증권업권에 따르면 연말까지 미래에셋증권으로만 4000억원 규모의 자산이 이동했다. 특히 이전 자산 유형 중 상장지수펀드(ETF)가 전체 20%로 가장 비중이 크다.
  
기준금리 낮아져 이동 가능성 확대
 
증권업권의 가장 큰 경쟁력은 상장지수펀드(ETF)다. 지난 2021년 11월 이전에는 은행에서 퇴직연금 계좌를 개설한 고객의 경우 ETF를 이용할 수 없었다. 2020년까지는 증권사에서만 ETF를 거래할 수 있었는데, 당시에도 대형 증권사 9곳에서만 거래를 지원했다. 은행업권도 퇴직연금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는데,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등에서도 점차 ETF 상품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ETF는 인덱스펀드를 거래소에 상장시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금융상품이다. 거래소에 상장돼 있어 일반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퇴직연금 상품은 원리금지급형과 실적배당형으로 나뉘며, ETF는 원리금비보장 상품(실적배당형)에 속한다.
 
원리금지급형에는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예금, 보험사의 이율보증형 상품, 원리지급형 상품 등이 해당된다. 원리금비보장 상품에는 ETF를 비롯해 공모펀드와 리츠가 해당된다.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액은 원리금보장형 비중이 압도적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은행업권의 원리금비보장형 규모는 25조9131억원에 불과하다. 184조3658억원이 원리금보장형에 쏠려있다. 전체 87.7%에 달한다.
 
반면 증권업권의 경우 원리금비보장상품 비중이 은행업권 비중 대비 훨씬 크다. 지난해 3분기 증권사의 원리금비보장상품 규모는 31조9687억원으로, 업계 적립총액의 33.1%를 차지한다. 
 
특히 증권업권의 개인형퇴직연금(IRP)의 경우 14조6172억원으로, 확정기여형(DC)이나 확정급여형(DB) 대비 규모가 컸다. 세제 혜택이 있는 데다 수익률이 높은 특징을 갖춘 만큼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준금리가 지난해 연속으로 하락하면서 은행 등에서 이용할 수 있는 예금 금리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예금 등 원리금 보장 상품은 수익률에 한계가 있어 소비자가 수익률을 높은 상품을 좇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원금보장 상품과 비보장 상품의 수익률 차이도 극명하다. 은행 중 가장 큰 규모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신한은행의 경우 원리금 보장 상품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 그러나 수익률은 원리금 비보장 상품이 수 배 이상 높다. 지난해 3분기 신한은행의 퇴직연금 중 원리금 보장상품 수익률은 DB 3.88%, DC 3.5%. IRP 3.44%다. 반면 같은 기간 원리금 비보장상품의 경우 12.32% 13.52%, 13.86%로 3배 넘는 차이를 보였다.
 
이에 맞춰 은행도 가입 가능한 ETF상품을 증가시키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0일 퇴직연금 서비스를 개편하는 한편 ETF 상품 라인업을 은행권 최다인 190개로 확대했다. 그러나 아직 증권사에 비해 상품군이 적다. 증권사 중 가장 큰 규모의 적립액을 보유하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1월 기준 퇴직연금 가입자가 이용할 수 있는 ETF 상품만 800여 개에 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연말에는 시기상 퇴직연금 이동이 활발한 데다 현물이전 제도 시행으로 이동이 쉬워진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특히 최근 퇴직연금 수익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자산 이동이 가속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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