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술특례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상장 직후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상장 후에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해 주가 상승의 동력을 얻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치인 30개 기업이 기술특례 유형으로 코스닥에 상장했으나, 대부분 여전히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이 기술심사 기준을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우회하려는 상장이 증가하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IB토마토>는 기술특례 상장 제도의 허점을 짚어보고, 향후 개선 방향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기술특례 상장 이후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가 이어지는 가운데 공모가 산정 방식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난 3년간 공모 당시 제출했던 실적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는 기업은 9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실적 부풀리기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다. 여기에 최근 상장 첫 날 주가가 급락한 에어레인, 노머스 등은 같은 분류 내에서도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은 기업을 비교기업으로 선정해 공모가가 다소 높게 확정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특례 상장해도 적자 지속하는 기업 다수
최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2023년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 중 90% 이상이 상장 전 제출한 실적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장 당시 실적 예상치를 다소 높게 잡은 것이 문제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상장한 기업들은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혹은 매출 성장에도 당초 제시했던 매출 예상치에 한참 못 미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이에 코스닥 상장 이후에도 또 다시 재무 건전성이 악화돼 자금 조달을 지속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1월30일 기술성장기업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오브젠(417860)은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AI 기반 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으로 다양한 마케팅 서비스 제공했지만 2023년 매출은 170억원에 그쳤고, 매출 추정치인 359억원를 크게 하회했다.
이에 오브젠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지난해 124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77억원으로 거의 반토막 났다. 유동자산도 160억원에서 138억원으로 줄면서 유동비율도 100% 이하로 떨어졌다. 결국 상장한 지 2년이 채 안 되는 7월26일 3자배정 유상증자로 약 50억원 운영자금을 조달해야만 했다.
센서뷰(321370)의 경우 유·무선 초고속 RF 연결 솔루션을 보유해 지난해 7월19일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에 진입했다. 센서뷰는 지난해 매출 예상치는 184억원이었지만, 실제 지난해 매출은 85억원으로 반절에도 못 미쳤다. 올해 상반기에도 영업손실 75억원 기록해 적자는 지속되고 있다.
특히 실적 예상치를 너무 높게 잡은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공모가 산정 방법은 크게 절대가치 평가법과 상대가치 평가법으로 나뉜다. 절대가치 평가법은 자산, 부채, 자본 등 재무 구조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재무 안정성이 미비한 특례상장 기업의 경우 상대가치 평가법을 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상대가치법은 추정 당기순이익의 현재가치를 바탕으로 공모가를 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적 예상치를 높게 잡는 만큼 기대 이익률과 함께 공모가도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사진=에어레인)
비교기업 선정 따라 공모가 책정 '고공행진'
아울러 유사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다소 낙관적인 평가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모가는 추정 당기순이익 현재가치에 유사기업 주가수익비율(PER)을 곱해 계산하기 때문에 유사기업 선정에 따라 공모가는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에어레인(163280) 공모가는 2만3000원이었지만 지난 8일 상장 첫날 주가는 5410원(23.52%) 떨어진 1만7590원을 기록해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에어레인의 경우 유사기업으로 디에스단석, 에코프로에이치엔, 에코바이오홀딩스 등을 선정했다. 이 중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시가총액이 6321억원이고 올해 3분기 말 총 자산은 2671억원에 달한다.
반면 에어레인은 시가총액 849억원에 자산 규모는 531억원으로 에코프로에이치엔 대비 5분의 1 규모에 머물러 있다. 비교 기업 중 단 하나라도 덩치가 5배 이상 차이가 나는 기업을 기반으로 산정해 공모가가 다소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머스(473980)도 상장 첫날 주가는 1만800원(35.76%) 하락해 공모가 3만200원에서 지난 12일 종가는 1만9400원으로 떨어졌다. 노머스 또한 비교기업 선정에 따라 공모가가 과대평가됐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노머스는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종합 솔루션을 제공해 예술관련 서비스업으로 구분돼 있다. 이에 최종 유사기업을 #JYP ent.,
에스엠(041510),
디어유(376300),
YG PLUS(037270) 등으로 선정했지만 해당 기업들은 업계에서도 나름 탄탄한 입지를 다진 기업들이다. 이에 사업 분류의 유사성 만으로 비교기업을 선정하는 것이 온당치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석훈 금융산업실 선임연구위원은 <IB토마토>와 통화에서 "기업의 포텐셜이나 기술력은 가시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걸 감안해서 밸류에이션을 해야 한다"라며 "공모가를 선정하는 방식은 피어 그룹 내에서만 하다 보니 어떤 비교기업을 선정하느냐에 따라 (주가가 높게 책정되기도 하는) 문제도 생기는 거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 소형 기업공개(IPO) 공모주의 경우 유통 주식수가 너무 적은 것도 주가가 급락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대주주나 특수관계인 비중이 높아 상장 주식수에 비해 실제 유통되는 주식 비율이 현저히 낮으면 가격 변동성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이 위원은 "소형주중에서는 실제 공모할 때 70~80% 이상이 묶여 있어 상장 주식 중에 20% 정도만 매매가 되는 주식도 있다"라며 "이런 경우 일부 투자자가 공모주를 좋게 보면 가격이 상승했다가, 일정 기한이 지나서 기관 등에서 매도가 나오면 가격이 많이 떨어지는 특징이 있다. 이런 면에서 정보 비대칭이 심한 특례상장 기업도 이런 특징이 많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