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레이다
고려아연, 유상증자 철회…주주총회 '운명의 날' 맞나
공개매수 직후 유상증자 이어지면서 비판 높아
향후 연말 임시 주총서 표 대결로 경영권 갈릴 듯
공개 2024-11-14 17:23:12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4일 17:2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고려아연(010130)이 당초 추진했던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연말 임시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결정 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고려아연은 차입금 상환을 위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고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우호 지분을 늘리고자 했지만, 주주들은 자사주 매입 직후 추가 발행을 통한 자본 확충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시장의 요구를 수용해 유상증자를 철회하고, 향후 주주총회에서 장기적 기업 가치를 호소하며 주주들의 지지를 얻겠다는 방침이다.
 
(사진=금융감독원)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원래 자사주 소각 후 발행주식의 20%에 달하는 보통주 약 373만주를 주당 67만원에 신규 발행해 2조5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이 가운데 2조3000억원은 차입금 상환에 사용될 예정이었다. 만약 계획이 성공했다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은 우호 지분을 3~4% 정도 추가 확보할 수 있었을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이러한 결정에 시장의 반발이 컸다.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 속에서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목적으로 주당 89만원에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한 직후, 정반대 성격을 가진 유상증자를 발표한 것이 의문을 낳았다. 실제로 고려아연이 영풍(000670)과 MBK파트너스 연합에 대항해 자사주 매수를 마친 시점은 지난달 23일이었다. 이에 시장에서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공개매수로 회삿돈을 쓰고, 다시 유상증자로 주주들에게 그 빚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금융당국의 압박과 주주들의 반발 속에서 결국 고려아연은 유상증자 결정을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유상증자 철회로 인해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은 연말 임시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결정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주주들의 표심이 승패의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MBK와 영풍 연합은 최근 장내 지분 추가 매입을 통해 지분율을 높이며 경영권 확보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 반면, 고려아연 측은 우호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며 방어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최윤범 회장 측은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 등을 직접 설득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지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공개매수 종료 후 추가로 지분 1.36%를 장내 매수하며 최 회장 측과의 지분율 격차를 더욱 벌렸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재 MBK·영풍 연합의 지분율은 39.83%에 달하는 반면, 최 회장과 우호 지분은 약 34.65%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임시 주총에서 기업의 장기적 경쟁력을 강조하며 주주들의 지지를 얻겠다는 방침이다.
 
MBK·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고려아연 측은 추가적인 우호 지분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최 회장 측은 국민연금과 같은 주요 주주들을 직접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 회장 측은 지분율이 5% 이상인 주요 주주 및 경영권을 보유한 주주를 모두 지배주주로 상정해 소액주주 다수결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제도는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고, 소액주주 동의하에 주요 사안을 의결하는 방식으로 국내에선 채택된 바 없는 새로운 시스템이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해당 제도가 ‘1주=1의결권’ 원칙을 흔들고 단기 투기 세력에 의해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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