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I, CB 풋옵션 도미노 우려…짙어지는 '좀비기업' 낙인
30억원 규모 11회차 풋옵션…미상환 CB 총액 400억원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보유액 109억원까지 줄어
이자보상배율 1배 이하로 사실상 '좀비기업'
공개 2024-05-28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3일 17:0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CBI(013720)가 전환사채(CB)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과 만기 등으로 자금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제11회차 CB에 대한 풋옵션이 발생한 상황에서 주가가 여전히 힘을 쓰지 못하고 있어 추가 풋옵션이 예상된다. 여기에 내년부터 만기가 도래하는 CB가 줄을 잇고 있어 이를 상환할 자금 여력이 부족한 상태다. 아울러 수년간 이자보상배율이 1배 이하를 기록하며 '좀비기업'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어 성장 동력 확보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CBI)
 
CB 풋옵션 시작…전환가보다 낮은 주가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BI 투자자들은 최근 제11회차 CB에 대한 풋옵션을 행사했다. 해당 CB는 지난해 4월13일 발행된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다. 주당 전환가액은 최근 CBI의 주가보다 높은 1644원, 규모는 30억원에 이른다. 만기는 2026년으로 3년 물이다. 이날 CBI 종가는 1409원을 기록했고, 최근 주가는 1400원~1500원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앞서 지난 2일 CBI가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1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후 제11, 12회차 CB에 대한 전환청구권이 행사됐다. 이번 풋옵션은 CBI 주가 하락으로 인해 차익실현을 포기한 주주들이 이자수익이라도 얻기 위해 행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11, 12회차 CB 모두 만기 이자율이 7%에 이른다.
 
우려되는 지점은 CBI의 추가 풋옵션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CBI의 미상환 CB 중 대부분의 전환가액이 CBI의 최근 주가보다 높아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으로 인한 차익실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식으로 전환해 봤자 설정된 전환가액보다 주가가 낮아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으니 이자수익이라도 얻기 위해 풋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CBI의 미상환 CB 총액은 400억원에 이른다.
 
 
사실상 '좀비기업'…재무구조 개선 방안 필요
 
그러나 CBI의 현재 재무체력은 이를 감당하기엔 한없이 부족하다. CBI의 지난해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09억원으로 얼핏보면 100억원 이상의 유동자산을 쥐고 있는 것 같지만, 한꺼풀 걷어보면 은행에 이자를 갚기에도 버거운 상황이다. CBI의 지난해 말 기준 금융원가, 즉 은행에 낸 빚 때문에 갚아야 할 이자비용은 166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가지고 있는 현금성 자산으로는 은행 이자도 다 갚을 수 없는 것이다.
 
CBI의 이자보상배율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84, -1.15, 0.13, 0.29로 4년 동안 1배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채무 이자를 갚을 능력이 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1배 이상이 돼야 이를 감당할 능력이 있다고 본다.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배 미만인 기업은 회생 가능성이 크지 않아 한계기업, 일명 ‘좀비기업’이라 불린다. 4년 동안 이자보상배율이 1배 이하였던 CBI의 경우 사실상 좀비기업으로 평가할 수 있다.
 
현금흐름도 좋지 않다. 영업활동현금흐름 규모는 2022년까지 3년이 넘도록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지난해 간신히 플러스(+) 전환했다.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뜻이다. 재무활동현금흐름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수년간 외부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고 있고, 조달한 자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CBI는 또 지난달 25일 제3자배정 유상증자 결정을 철회해 공시를 번복했다는 이유로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돼 기업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다. CBI가 이번에 받은 벌점은 4.5점으로, 당해 부과된 벌점이 8점 이상인 경우 매매거래가 1일간 정지될 수 있다. 최근 1년간 누계 벌점이 15점을 넘어설 경우에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벌점 20점이 누적되면 거래가 정지된다.
 
CBI는 지난해 5월 기업신용평가에서 B등급을 얻기도 했다. 기업신용등급 B등급은 재무이행 능력은 있지만, 기업의 경제 환경이 악화할 경우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있어 안정성면에서 투기적이라고 평가된다. <IB토마토>는 향후 재무구조와 실적 개선 방향에 대해 수차례 취재 시도를 했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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