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후기기업 '쏠림'…창업보다 회수 택했다
VC협회 2월 마켓 브리프, 신규 투자 22% 급증
중기부 정책 힘입어 펀드 활발, 회수시장은 침체
기술창업 줄며 후기기업 선호…안전 엑시트 노려
공개 2025-04-08 09:51:33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8일 09:51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윤상록 기자] 올 들어 두 달간 국내 벤처캐피탈(VC)의 신규 투자액이 765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특히 투자 방향이 후기기업에 집중되며, 해당 비중이 절반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4년간 연간 평균을 웃도는 수치로, 기술 창업 감소와 회수 시장 침체가 그 배경으로 꼽힌다.
 
정책 뒷받침 속 신규 투자와 펀드 결성 증가

 

8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VC협회)에 따르면 올해 1~2월 신규 투자액은 7655억원, 투자 기업 수는 351개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6268억원(444개사) 대비 투자액은 22.1% 늘었으나 기업 수는 93개 줄어든 수치다. 벤처투자회사와 벤처투자조합 대상으로 신기술사업투자조합 결성액을 포함하면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사진=한국벤처캐피탈협회)

 

같은 기간 신규 결성된 40개 조합의 약정액은 1조5993억원으로, 1년 전 1조4418억원 보다 10.6% 증가했다. 금융기관(34.1%), 연금·공제회(18%), 벤처캐피탈(14.9%), 기타 정책기관(13.2%) 등이 주요 출자자로, 특히 금융기관 비중은 전년 17%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신규 투자 확대의 배경에는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있다. 중기부는 지난해 말 ‘선진 벤처투자 시장 도약방안’을 발표하고, 오는 2027년까지 16조원 규모의 벤처투자 시장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조원은 글로벌 자금 유치를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업종별로는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가 25.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바이오·의료(18.5%), 유통·서비스(14.5%) 순으로 투자가 이뤄졌다. 지난해 연간 31.3%로 선두를 달린 ICT 서비스의 강세가 올해도 이어졌다. 기술 기반 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탈의 선호가 두드러졌다는 게 업계 평가다. 

 

지난 2월까지 벤처투자회사 신규 등록을 마친 운용사는 ▲그래비티벤처스 ▲에스엠컬처파트너스 ▲자이노바파트너스 ▲페인터즈앤벤처스 등 4곳이다. 연간 신규 등록건수는 지난 202242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319, 지난해 10건으로 감소했다. 2월말 기준 벤처투자회사로 등록된 벤처펀드 운용사는 총 253개사다.

 

(출처=한국벤처캐피탈협회)

 

후기기업 투자 절반 넘어…창업 감소·회수 난항 탓
 

올해 들어 벤처캐피탈의 투자금은 후기기업에 집중됐다. 설립 7년 이상 된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은 전체의 51.5%로, 중기(31.7%), 초기(16.8%)를 크게 앞질렀다. 벤처캐피탈들이 선호하는 기술기반 창업이 감소하며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실제 지난해 기술기반 창업 건수는 214917건으로 전년 대비 2.9% 줄었다.

  

후기기업 선호는 엑시트(투자 회수) 전략과도 연결된다. 기업공개(IPO)를 목전에 둔 후기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이 엑시트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1~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 15곳 중 10곳(67%)이 벤처캐피탈들의 투자를 받았다. 지난 2021년 62%, 2022년 59.8%, 2023년 54.4%, 2024년 63.1%와 비교해 연간 기준치를 모두 상회했다.

 

회수 시장이 침체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운용사들이 자연스레 세컨더리 딜로 눈을 돌리며 후기기업 투자 비중이 높아진 측면도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국내 증시 부진으로 IPO와 M&A(인수합병)가 어려워지자, 벤처캐피탈이 세컨더리 딜로 방향을 틀었다. 세컨더리 딜은 검증된 후기기업의 지분을 신주 가격의 약 30% 할인된 가격에 매입해 조기 회수를 노리는 방식으로, 기존 투자자의 중도 회수 요구도 충족시킨다.

 

벤처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세컨더리 딜 증가로 인해 후기기업 투자 집중 현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시장 상황에 따른 투자가 이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중기부는 회수 시장 활성화를 위해 구주 매입을 펀드 주목적 투자로 인정하고, 산업은행도 M&A와 세컨더리 활성화를 위한 출자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윤상록 기자 ys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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