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자연 관리 이슈 공시 약속 기업 500개 돌파국내에서는 신한금융 시작으로 9곳 참여 또는 예정자연자본 공시 제도화 국제적 합의…의무화 가능성↑
자연자본 관련 재무 공시 협의체(TNFD)는 2023년 9월 최종 권고안을 발표한 이후 산업별 공시 지침을 확정해 나가고 있다. TNFD는 생물다양성 손실과 생태계 붕괴가 기업의 재무적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국제 협의체다. 아직 법적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올해 전 세계 502개 기업과 금융기관이 TNFD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보고를 시작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일부 기업들이 TNFD를 적극적으로 이행하거나 부분적으로 참여하며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국내 기업들이 TNFD의 확산에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생물다양성 등 환경 리스크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중요도가 높아진 가운데 최근에는 생물다양성 관련 규제를 법제화하거나 강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5월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 초안이 발표된 이후 올해부터 적용을 위한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지속가능성 공시에 자연자본 관련 재무 공시 협의체(TNFD)의 공시 지침을 반영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이를 공시기준에 반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금융기관들이 이미 공시를 통해 기업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친환경 여부를 확인하고 투자를 결정하고 있어 향후 TNFD가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TNFD)
기후리스크가 손실로…생물다양성 중요해진 기업
14일 TNFD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TNFD 권장 사항에 따라 자연 관련 이슈를 자발적으로 보고하기로 약속한 기업과 금융 기관의 수가 502개에 달했다. 이는 같은 해 1월 TNFD 채택자를 처음 공식 발표했을 때와 대비해서 약 57% 증가한 수치다.
TNFD는 지난 2020년 기업과 금융 기관이 자연 관련 리스크와 기회를 평가 및 관리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시하도록 장려하기 위해 설립된 글로벌 협의체다. 기업과 금융 기관이 자연 관련 리스크를 보다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관리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021년부터 유엔환경계획 금융 이니셔티브(UNEP FI)와 유엔개발계획(UNDP), 세계자연기금(WWF) 등의 주도로 프레임워크 개발을 추진해왔으며, 이는 같은 해 G20 지속가능금융 로드맵에 포함됐다. 지난 2023년에는 생물다양성 관련 리스크와 기회에 대한 공시 기준 등을 담은 자연 관련 재무 공시에 대한 최종 권고안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TNFD공시는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COP16에서 50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들이 2025 회계연도부터 자발적 공시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점차 중요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은 이미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을 통해 자연자본 공시가 의무화됐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후속 공시 기준 후보로 생물 다양성을 언급키도 했다.
최근 생물 다양성 손실로 인한 위험 우려가 확대되면서 기업들이 자연과 관련된 위험과 기회를 평가하고 이를 공개하는 것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생물다양성이 훼손되면 기업은 공급망 중단과 자원 부족 등 문제를 겪을 수 있어서다. 이에 글로벌 국가들이 생물다양성 관련 규제를 법제화하면서 생물다양성 리스크가 높은 기업은 법적 또는 재무적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관련 규제와 정책도 강화되는 추세다. 유엔 생물다양성 협약(CBD)은 2030년까지 생물다양성 보호 목표를 설정하고 있으며, 각국 정부도 이에 기반한 법률과 규정을 도입하고 있다.
기후리스크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 않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기후변화는 운영리스크, 신용리스크, 보험리스크 등 여러 경로를 통해 기후리스크에 노출된 기업과 관련한 금융자산을 보유한 금융회사에도 상당한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라며 "이는 다시 금융기관 간,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간 상호작용을 거쳐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5개 기업 TNFD 참여…높아진 법제화 가능성
(사진=법무법인 세종)
TNFD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생물다양성을 언급한 기업도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법인 세종이 한국거래소의 2024년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기업 178개 대상으로 생물다양성 공시현황을 분석한 결과, 143개 기업이 보고서에서 생물다양성을 언급했다. 그 중 42개의 기업이 생물다양성 관련 공시를 했으며 특히 제조업군에 속하는 기업이 26개로 다수를 차지했다. 다만 202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시한 178개 기업 중 TNFD를 언급한 기업은 전체 기업의 약 18%인 32곳에 불과했다. LEAP 접근법을 실제로 활용하겠다고 선언하거나 공시를 한 기업은 전체의 약 13.5%인 24곳에 그쳤다.
향후 TNFD가 의무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지난 2022년 12월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자연자본 공시의 제도화에 대한 국제적 합의(GBF)가 이뤄지면서다. 이를 통해 기존에 당사국의 자율적인 이행에 의존했던 것과 비교해 자연자본 공시 이행 과정을 조사하고 평가하는 체계를 대폭 강화해 이행 경과를 검토하는 절차가 마련됐다.
금융기관들이 이미 기업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투자를 결정할 때 관련 공시를 통해 해당 프로젝트의 친환경 여부를 결정하고 있는 만큼 TNFD가 향후 금융 투자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장현숙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위원은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자연자본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협의체(TNFD)의 권고안을 자발적으로 채택한 기업과 기관이 500개에 이르고, 우리나라도 작년 말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과 세부 이행 지표를 수립하면서 기업의 생물다양성 정보 공시를 장려하고 있다"라며 "현재는 자율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자연자본 공시가 기후공시처럼 국제 표준이나 법제화 등을 통해 점차 의무화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