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탄소강 제조사
광진실업(026910)이 지난 2022년 6월부터 추진해 온 910억원 규모의 자산 매각이 매수자의 자금 납입 미이행으로 인해 지난 2일 무산됐다. 계약 해제의 책임이 매수자에게 있기 때문에 계약금은 광진실업에 귀속된다. 이에 부채로 처리된 계약금이 기타 수익으로 전환되면서 광진실업의 재무구조는 일부 개선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광진실업 수익성이 지난해부터 악화하기 시작한 까닭에 재무 건전성 개선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회사는 다시 자산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진=광진실업)
자산 매각 무산에 계약금 기타 이익 전환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광진실업은 최근 유형자산 양도 결정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해당 거래는 광진실업이 보유한 부산 사하구 일대 토지 및 건물을 910억원에 매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계약이 이뤄졌던 지난 2022년 6월 당시 매수자 네오밸류디앤디는 광진실업 측에 계약금 150억원이 지급했고, 나머지 잔금 760억원은 지난해 12월31일까지 입금할 예정이었다. 다만, 잔금이 입금되지 않으면서 계약이 해제된 것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비거주용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는 네오밸류디앤디는 광진실업이 보유한 부지를 매입해 지식산업센터 개발 사업을 하려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부동산를 둘러싸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우려 등이 커지면서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잔금 기일을 두 차례에 걸쳐 연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잔금을 치르지 못했다.
자산 매각이 무산되면서 광진실업은 계약금 150억원을 취득하게 된다. 계약 해제의 책임이 네오밸류디앤디 측에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계약금은 향후 자산 양도 등 의무가 포함되기 때문에 선수금에 포함된다. 이에 부채에 산입되는데, 잔금 및 양도 의무 이행 시기가 1년 이내인지 여부에 따라 유동부채와 비유동부채로 나뉜다. 광진실업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선수금을 유동부채에 포함시킨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잔금일이 불과 3개월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약이 해제되면서 지난해 4분기에는 선수금이 빠지고 손익계산서 상 기타 수익으로 전환된다. 이에 광진실업은 부채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광진실업은 지난해 3분기 부채 규모가 커지면서 유동비율이 크게 줄어든 바 있다. 선수금이 유동부채에서 빠지면 유동비율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광진실업의 유동비율은 68.8%에 불과했다. 유동비율은 유동부채 대비 유동자산의 비율을 나타나는 것으로 회사의 유동성 동원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150억원의 계약금이 기타 수익으로 처리될 경우 선수금에서 150억원이 빠지기 때문에 단순 계산하면 유동비율은 95.4%로 상승하게 된다.
자산 매각 무산에 재무구조 개선 차질
다만, 계약 해제에 따른 재무 구조 개선 효과는 일시적일 것으로 보인다. 보통 기타 이익은 사업 등에서 창출되는 수익이 아니기 때문에 일회성 수익으로 간주된다. 이에 철강업계에서는 광진실업이 지속적으로 재무 구조를 개선하려면 수익성을 확대하거나 자산 재매각에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 철강업계는 철강 원료 구매 부담은 커지는 반면, 철강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은 원료 부담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 3분기 광진실업의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은 소폭 늘었지만, 수익성은 대폭 악화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3분기 회사의 매출액은 433억원으로 직전 연도(429억원)보다 소폭 성장했지만 영업손실은 지난해 3분기 54억원을 기록했다. 직전연도 3분기(15억원)에서 3배 이상 늘어났다.
수익성이 악화하는 가운데 차입금 증가에 따른 이자 부담도 우려스럽다. 광진실업은 지난해 3분기 이자 지급액으로 21억원을 지출했는데, 이는 직전 연도 3분기(12억원)보다 늘었다.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나면서 회사는 차입금 등으로 이를 충당하고 있다. 2023년 말 148억원이었던 광진실업의 단기차입금은 지난해 3분기 163억원으로 늘었는데, 주로 운전자금 등 운영 자금을 충당하기 위한 목적에서 조달됐다.
이에 향후 자산 매각이 서둘러 이뤄져야 수익성 악화로 인한 외부 자금 조달 증가 추세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매각 자산의 가치가 이전 거래에서 910억원으로 평가되었는데, 이는 지난해 3분기 말 광진실업의 총자산(996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동일한 평가 금액으로 거래가 이뤄질 경우 회사의 재무구조를 일시에 반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광진실업은 지난 2022년 6월 본사 이전에 따른 투자 부담이 커진 바 있다. 지난 2023년 하반기 본사 이전이 마무리됐다. 이에 지난해 3분기 회사의 유형자산 취득액은 1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연도 3분기(258억원)에서 큰 폭으로 줄었다. 본사 이전을 위한 투자가 종료되면서 회사의 투자활동현금흐름도 지난해 3분기 15억원 유출에 그쳤다. 2023년 3분기 투자활동현금흐름은 264억원 유출을 기록했다.
광진실업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계약 해제로 인해 부채로 잡힌 계약금은 순이익에 반영되기 때문에 재무 건전성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자산 매각 계약 해제에 따른 재무 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 금융기관들과 협의해 차입금 만기를 연장했으며, 현재 자산 재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광진실업 측은 철강 업황 악화에 따른 재무 건전성 악화 가능성에 대해 "현재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강구 중"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