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2위권 손보사 압도…상품 구조 안정성이 경쟁력
실손보험 개선안 미뤄지면서 상위권 호재 '희미'
무·저해지 해지율 영향 적어…시장 지배력 강화
공개 2024-12-27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4일 16:2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삼성화재(000810)가 새해 2위권 손해보험사와 보험계약마진(CSM) 격차를 더 벌리고, 이익 성장 우위도 지속적으로 가져갈 전망이다. 주요 보험영업 포트폴리오인 실손의료보험과 무·저해지 상품 관련 계리적 가정을 보수적으로 잡고 있던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품 가정에 기반한 수익 구조 안정성이 타사 대비 높다는 것이다.
 
실손보험 개선안 지연…2위권 ‘호재’ 사라져
 
24일 금융투자·보험 업계에 따르면 실손의료보험 제도 개선 방안이 정치적 이슈 영향으로 표류하면서 결과적으로 삼성화재와 2위권 보험사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당 개선안은 비급여 항목과 연관된 것으로 특히 DB손해보험(005830)이나 현대해상(001450) 등 상위권 보험사에 호재였다. 
 
본래 금융당국은 개혁안을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었는데,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의료개혁특위에서 의사단체가 이탈하면서 해당 논의도 미뤄졌다. 개혁안은 과도한 비급여 의료비 발생과 청구를 줄이는 게 핵심으로 보험사 입장에서는 실손보험 상품의 손해율을 개선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손보험은 1세대~4세대 상품 모두 손해율이 높아 손실 규모가 매우 큰 상태다. 대형 보험사는 보유하고 있는 계약 건수가 워낙 많은 탓에 제도 변화로 영향받는 금액도 크게 잡힌다. 현대해상의 경우 올해 어린이보험에서 손해율이 악화되면서 보험손익이 타격을 받기도 했다.
 
실손보험 개선이 미뤄졌다는 점은 계리적 가정 소급 적용으로 CSM과 이익, 자본 모두 감소한 2위권 보험사에 특히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앞서 지난해 보험사 회계 기준이 IFRS17으로 전환될 때 계리적 가정 적용을 놓고 삼성화재는 원칙인 전진법을,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은 차선책인 수정 소급법을 선택한 바 있다. 당시 실손보험도 계리적 가정 대상 항목 가운데 하나로 포함됐는데 해당 상품에 대한 위험손해율, 목표손해율, 보험증가율 추정 등이 가정 내용이었다.
 
계리적 가정 소급 적용 결과는 2위권 보험사의 CSM 감소였다. 반면 업계 선두인 삼성화재는 계리적 가정 변경으로 인한 영향이 크지 않았다. 이는 삼성화재가 계리적 가정을 다른 경쟁사 대비 더욱 보수적으로 잡으면서 관리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후 지속되고 있는 여러 변화 요인 속에서도 삼성화재가 변동성을 우수하게 방어하는 이유다.
 
(사진=삼성화재)
 
무·저해지 조정 영향 적어…이익 성장 전망 '긍정적'
 
삼성화재는 무·저해지 보험 상품의 해지율 가정 변경에도 영향이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회사 측은 3분기 기업설명회 당시 금융당국이 제시한 모형으로 적용해도 CSM 영향이 연말에 1000억원 내외 정도만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화재와 달리 2위권 보험사는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정 변경으로 인한 CSM 감소 영향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무·저해지 보험은 가입자가 향후 보험사로부터 받아 가는 해약환급금이 일반 보험보다 적은 대신 지급 보험료를 대폭 낮춘 상품을 말한다. 가입자가 중도에 계약을 해지하면 받을 수 있는 환급금이 전혀 없거나 금액이 크게 감소하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보험료 납입 완료 이후 특정한 경과 기간이 지나면 환급률이 100%를 넘어선다.
 
지난달 금융당국은 해당 상품의 해지율을 더욱 보수적으로 산출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새로 내놓은 바 있다. 해지율 예측이 미흡할 경우 보험금 재원이 부족해지는 등 보험사가 인식하는 재무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화재의 경우 기존의 보수적인 계리적 가정 기조가 무·저해지 상품 조정에 대한 부담도 낮춰준 것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IFRS17 체계서 CSM이 잘 나오기 위해 낙관적으로 가정을 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보수적으로 가정을 해오고 있었다”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관련 사안의 변동이 크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업계서는 이번 가이드라인 영향으로 무·저해지 상품의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손해율이 높아질 수 있는 부분을 보험료 규모 확대로 상쇄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화재는 내년 무·저해지 상품 보험료를 인상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그만큼 여력이 있다는 것인데, 이번 기회에 업계 내 공고한 시장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판단에서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037620) 애널리스트는 “삼성화재는 무·저해지나 실손보험 관련 계리적 가정의 영향 수준을 고려하면 이익 성장에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라면서 “자본력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 중심의 전략을 주도해 점유율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데, 이는 이익 성장 우위를 지속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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