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로보틱스, 사채로 '빚' 돌려막기…한계기업 탈출구는
7회차 CB로 276억원 조달·BW 400억원 사채 상환 목적
연결 기준 3년 연속 적자·원가율 절감해 수익성 개선 '절실'
공개 2024-10-17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5일 16:2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티로보틱스(117730)가 연이어 사채를 발행하며 자금 재조달(리파이낸싱)에 나서고 있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티로보틱스는 7회차 전환사채(CB)를 통해 276억원의 채무상환 자금을 마련했는데, 이는 앞서 발행한 4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대한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3년간 적자가 이어지며 한계기업에 처한 상황에서, 티로보틱스는 매출원가율을 절감해 수익성 개선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사진=티로보틱스)
 
BW 이어 CB 발행·채무상환자금 276억원 조달 
 
15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티로보틱스는 7회차 CB를 발행해 채무상환자금 276억원을 조달했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각각 0.0%다. 전환청구기간은 1년 뒤인 내년 10월11일부터 2029년9월11일까지다. 전환청구권이 행사되지 않는다면 만기일인 2029년 10월11일 전액을 일시 상환해야 한다.
 
티로보틱스가 CB를 발행한 것은 주주가치가 하락한 상황에서 BW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티로보틱스는 지난해 6월 제6회 BW를 4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원재료 매입, 경상개발비, 해외법인운영 등을 포함한 운영자금으로 280억원을 투입하고,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시설자금으로 120억원을 투자하기 위함이다. 발행 대상자는 SK증권(001510)을 비롯해 이베스트투자증권, 하나증권 등이다. 표면이자율은 0.0%, 만기이자율은 1.0%이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BW 전환가액도 떨어지면서 풋옵션 가능성은 높아졌다. 6회 BW 전환가액은 1만6762원인데 최근 70%에 해당하는 1만1733원으로 떨어졌다. 사채권자는 발행일부터 18개월이 지난 오는 12월23일부터 6회차 BW에 대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무엇보다 티로보틱스 부채비율은 2020년 130.34%에서 2021년 246.26%로 늘더니 지난해 333.18%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부채비율은 277.39%에 달한다. 통상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서면 위험한 수준으로 간주한다. 자본총계에 비해 부채총계가 빠르게 늘어난 탓이다. 결손금은 2021년까지만 해도 167억원, 2022년 176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지난해 685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엔 711억원으로 확대됐다. 자본총계는 2021년 248억원에서 지난해 307억원으로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부채총계는 610억원에서 1023억원으로 2배 가까이 확대됐다. 
 
티로보틱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주가가 다소 떨어진 상황에서 BW 만기는 남아 있지만, 풋옵션 행사 기간이 오는 12일월부터 도래하는 것을 대비해서 이번에 CB를 발행했다"라며 "어차피 12월에 BW 상환을 하게 되면 부채 비율은 그대로 유지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사채를 연속으로 발행해 사채권자의 영향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안승욱 대표이사는 티로보틱스 주식을 368만6734주(20.67%)를 갖고 있어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특별 관계자인 이수종, 김현훈 등 7인 지분을 합치면 안 대표 측 지분은 23.30%에 달한다. 에이원자산운용은 BW 34만889주, CB 68만4384주 등 티로보틱스 주식 총 102만5273주(5.54%)를 연속으로 매입했다. 안 대표 다음으로 보유 주식 5%를 넘어 2대 주주에 올랐다. 
 
적자 3년 연속에 한계기업·기업 영속성 지속될까
 
티로보틱스는 2021년부터 3년간 적자를 기록해 한계기업에 처했다. 본업은 매출원가율이 증가한 가운데 자회사 실적도 부진하면서 영업손실이 지속됐다. CB를 통해 자금재조달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재무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기업 영속성은 불안정할 전망이다. 
 
앞서 티로보틱스는 지난 2018년 11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반도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디스플레이 제조용 로봇인 글라스 이송용 진공로봇이나 반도체 웨이퍼 이송용 진공로봇 등을 주요 제품으로 삼고 있지만, 경쟁사들로 인해 경쟁력이 줄면서 매출은 다소 감소했다. 가장 점유율이 높은 진공로봇 매출은 2022년 371억원에서 지난해 131억원으로 3분의1가량 급감했다. 같은 기간 진공이송 모듈 매출은 125억원에서 102억원으로 줄었다. 그래도 올해 상반기 진공로봇 매출은 109억원으로 매출 점유율은 절반에 가까운 42.60%에 달했다. 
 
 
지난해부터 신규사업으로 물류로봇을 양산하면서 매출 성장세는 지속됐다. 2차 전지 스마트 공장에 자율주행물류로봇(AMR)인 티봇(T-BOT)1 SL와 함께 물류자동화시스템을 적용하면서 물류 부문에서만 39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냈다. 이에 지난해 개별 기준 매출은 641억원까지 증가했다. AMR 덕에 총 매출은 성장세를 지속했지만, 원가율은 확대되면서 영업적자는 지속됐다. 개별 기준 매출원가는 2021년 332억원에서 지난해 585억원으로 증가했는데 이에 따라 같은 기간 매출원가율도 80.27%에서 91.21%로 상승했다. 
 
아울러 지난 2019년 출자한 51% 자회사 앤로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8300만원, 2021년 출자한 85.76% 자회사 모션 디바이스는 7억7200만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부진한 실적이 지속되는 가운데 유동부채가 늘면서 유동성도 크게 저하됐다. 유동비율은 2022년까지만 해도 102.87%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말 94.27%로 감소하더니, 올해 상반기 92.10%로 떨어졌다. 유동부채가 2022년 431억원에서 지난해 932억원으로 2배 이상 급증한 탓이다. 
 
티로보틱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개별 기준으로는 2022년 흑자를 기록했다. 기존에 인수한 앤로나 모션 디바이스 등 회사들이 적자를 내면서 연결로는 적자 폭이 커진 것 같다"라며 "다만 신규 사업에 대한 매출이 늘고 있고, 원가율도 개선하고 있기 때문에 연말까지 생산 현황에 따라 실적은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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