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채, '나홀로' 강세…"스프레드 축소 계속될 것"
공급 줄고 수요 증가하는 우호적 여건
10월 이후까지 스프레드 축소 지속 전망
공개 2024-10-02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6일 18:0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사가 발행하는 채권인 여신전문금융사채(여전채)가 회사채 시장에서 나홀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반적인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여전채 스프레드는 축소 흐름이다. 수급 측면에서는 여전채 공급이 줄어드는 반면 수요가 증가하는 우호적 여건이 배경인데, 여전채 스프레드 축소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발행사 입장에선 채권 경쟁력을 갖추면서 동시에 기존보다 금리를 낮게 내놓을 수 있는 셈이다.
 
여전채, 9월 이후 스프레드 축소 전환
 
26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여전채 신용 스프레드가 축소 전환했다. 스프레드는 채권 간 금리 차이로 여기서는 국고채와 여전채 금리의 간격을 뜻한다. 이달 중하순 기준 여신전문금융사 스프레드는 카드채 AA+가 44.4bp로 3.3bp 떨어졌다. 여전채 AA-는 61.4bp로 5.5bp, 여전채 A+는 155.1bp로 7.7bp 하락했다.
 
 
반면 나머지 채권은 스프레드 확대 흐름을 계속 이어갔다. 같은 기간 공사채가 27.0bp로 1.6bp, 은행채는 29.9bp로 0.3bp 상승했다. 회사채 부문은 AAA가 43.6bp로 4.2bp, AA-가 58.4bp로 2.3bp, A+가 92.2bp로 1.5bp 올랐다.
 
여전채 스프레드 축소와 회사채 스프레드 확대에 따라 여전채와 회사채 두 채권 사이의 스프레드는 5bp 이내로 간격이 좁아졌다. 그동안 장기적인 추세는 5bp~20bp 범위에서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었다.
 
여전채 스프레드가 축소됐다는 것은 해당 채권이 강세라는 의미다. 수급 측면에서 우호적인 여건에 따른 것인데, 채권에 대한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 채권 금리가 떨어졌다는 뜻이다. 공급자인 발행사 입장에서 기존보다 더 낮은 금리로 시장에 채권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채권 발행 물량을 살펴보면 여전채는 지난 7월~8월 사이 월간 8조원 이상으로 비교적 많은 규모가 발행됐다. 반면 일반 회사채는 휴가 시즌과 반기 검토보고서 제출 등 계절적 요인으로 8월 발행량이 대략 2.5조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는 중순 기준 여전채와 회사채 모두 5조원 중반에서 머물고 있다. 여전채는 큰 폭으로 감소하고 회사채는 증가한 모습이다. 전월 대비 발행 물량이 달라지면서 두 채권 스프레드에도 변화가 생긴 것이다. 회사채 발행 증가 영향을 여전채 발행 감소가 상쇄하면서 전체적인 수급 부담이 완화, 회사채 스프레드 확대 폭은 이전보다 둔화됐다.
 
(사진=연합뉴스)
 
여전채 강세 10월에도 이어질 전망…수요 측면도 우호적
 
여전채 발행은 이달에 이어 오는 10월에도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분기 여전채 만기 도래는 평년 수준으로 파악된다. 발행량이 계속 감소하는 반면 투자 수요가 커 양호한 수급이 지속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여전채 스프레드 축소와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김은기 삼성증권(016360)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여전채 발행은 고금리와 자산 증가 속도의 감소로 인해 올해 발행 규모가 크게 증가하지는 않았다"라면서 "7월~8월 만기 규모 증가와 휴가 시즌 카드 사용량 증가로 발행이 증가했으나 9월~10월에는 발행 규모가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전채 수요 측면에서는 고금리에 대한 시장 수요가 주요하게 작용한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8% 수준까지 떨어졌는데 기준금리 인하를 선반영한 영향이다. 3% 초중반의 회사채 금리로는 시가평가 기준 차익을 기대하기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금리 인하 시점에서 고금리를 제시하는 여전채 A+급의 스프레드 축소 폭이 특히 컸던 이유다.
 
단기 수요 요인으로 상호금융권 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 정리 과정에서 증가한 현금이 고금리 회사채 매수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조달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현금 보유로 인한 기회비용을 고려, 절대금리가 높은 여전채 쪽으로 시선이 이동한다는 것이다. 여전채 수요가 더 증가하는 만큼 스프레드는 축소 방향으로 영향을 준다.
 
정형주 KB증권 크레딧 연구원은 “부실 사업장이 장부가 대비 60% 수준에서 정리된다면 상호금융권에서만 4조원 규모의 신규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라면서 “PF 기반의 자금인 만큼 요구 수익률도 높아 여전채 AA급을 매수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당국 가이드라인에 따라 시간이 갈수록 재입찰 가격이 낮아질 것”이라며 “관련 자금 공급은 연말로 갈수록 둔화될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3~4개월 단기 수요 요인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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