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뱀미디어 매각 본격화…사모펀드들 '군침'
거래정지 1년만 본입찰 진행…큐캐피탈·캑터스PE 참전
매물은 최대주주 지분39.33% 매각 희망가는 2000억원
오너 리스크에 발목 잡힌 초록뱀, 정상화까지는 시간 필요
공개 2024-06-13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0일 18:0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초록뱀미디어(047820)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시작되면서 사모펀드 간 인수전이 예고되고 있다. 현재 큐캐피탈 파트너스와 캑터스PE가 인수 준비 중이며 매각 희망가는 2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초록뱀미디어는 앞서 그룹의 오너의 사업 리스크로 거래 정지된 상태로 현재 지난해 10월부터 상장폐지가 의결됐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초록뱀미디어 자체는 경쟁력이 뛰어나 시장의 러브콜을 받았다는 평가다. 
 
(사진=초록뱀미디어)
 
거래정지 1년 만에 본 입찰 진행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초록뱀미디어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진행됐다. 매각 대상은 최대주주인 씨티프라퍼티가 보유간 지분 39.33%로 초록뱀미디어의 거래정지 전 마지막 종가 기준 519억원 상당의 주식이다. 현재 매각 희망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2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현재 거론되는 인수자로는 큐캐피탈파트너스와 캑터스PE다. 앞서 큐캐피탈은 2022년 3월 4000억원 규모 블라인드펀드를 결성한 데 이어 650억원에 인수한 영풍제지(006740)를 7년여 만에 대양금속에 1206억원에 매각해 상대적으로 충분한 자금 여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쟁자인 캑터스PE는 KG그룹 계열사와 함께 인수전을 준비 중이다. 캑터스PE와 KG그룹이 합을 맞춘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앞서 캑터스PE는 KG그룹이 동부제철(현 KG스틸(016380))을 인수 시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했었다. 당시 캑터스PE는 해당 투자로 투자수익률 130%를 기록한 바 있다. 
 
초록뱀미디어는 초록뱀그룹의 계열사로 ‘펜트하우스’, ‘나의 해방일지’, ‘7인의 탈출’ 등 드라마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업이다. 콘텐츠 제작 이외 자회사 티엔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과 레스토랑과 치킨 가맹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초록뱀미디어가 매각 절차를 밟게 된 이유는 사업 자체 문제보다는 그룹 오너의 사법 리스크 때문이다. 원영식 전 초록뱀그룹 회장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지난해 6월28일 이후 초록뱀미디어 주식은 매매 정지 상태다.
 
초록뱀그룹은 원영식 전 회장 구속 이후 원 전 회장의 경영 일선 퇴진을 밝혔지만 사태는 좀처럼 수습이 되지 않았다. 결국 초록뱀그룹의 상장 계열사 중 가장 규모가 큰 초록뱀미디어의 매각이 결정됐고 초록뱀미디어에 대한 티저레터를 배포하고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시작했다. 
 
  
거래 정지 전보다 매각 희망가 높아
 
매각 대상인 초록뱀미디어 지분 39.33%는 마지막 종가 기준으로는 519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현재 매각 희망가는 약 2000억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 이외 자산과 계열사 가치 등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계열사 중에서는 초록뱀미디어가 대주주로 있는 의료기기·의료용품 전문기업 에스메디(118000)가 주목을 받는다. 현재 매각 진행 중인 에스메디 주식은 4615만4281주로 전체 지분의 29.99%다. 전환우선주 1111만1112주를 더하면 초록뱀미디어의 실질지분율은 34.62%가 된다. 현재 거래가 기준으로 288억원 상당이며 에스메디 또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실 지분 매각가는 이 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 외에도 연예기획사업과 외식업을 영위하는 티엔엔터테인먼트(131100)와 과채 컵음료, 파우치음료, 곤약젤리 등을 제조하는 주문자상표 부착(OEM) 업체 초록에프앤비도 초록뱀미디어의 자회사다. 
 
똑똑한 계열사와 달리 초록뱀미디어는 지난 1분기 본업인 드라마 콘텐츠 제작에서 부진 등의 이유로 실적부진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초록뱀미디어는 연결기준 매출은 45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591억원 대비 22.5%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 11억원을 기록했던 영업손익은 1분기 10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사모펀드 엑시트 가능할까
 
영업손실을 내기는 했지만 초록뱀미디어의 포트폴리오와 재무구조를 고려할 때 사모펀드의 엑시트(투자 회수)는 어렵지 않아 보인다. 리스크도 원영식 전 회장을 둘러싼 오너의 사법 문제로 한정되어 있을 뿐, 콘텐츠 제작사 가치는 유효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본업인 드라마 콘텐츠 제작의 경우 수주를 지속해왔다. 
 
(사진=하이브)
 
초록뱀미디어는 지난해 김순옥 작가의 '7인의 탈출'을 성황리에 종영한 데 이어 올해에는 후속작 '7인의 부활'을 제작했다. 종편 채널 세 곳의 드라마 제작을 맡았고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사인 하이브(352820)와 합작해 드라마 ‘비긴즈유스(Begins≠Youth)’를 방영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 레드오션이 된 콘텐츠 제작 시장에서 기업 정상화는 만만하게 볼 수 없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광고시장의 업황 둔화가 이어지고 있고 드라마 제작이라는 업종 특성상 불확실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시선이 있는 이유다. 기업 정상화와 적정한 매수자를 찾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데다 해외 시장 공략 등 역량 강화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IB토마토>에 "콘텐츠 제작사가 정상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드라마 유통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광고시장이 회복돼야 한다"라며 "그러나 현재 내수 경기의 침체 등의 이유로 광고시장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혀 유의미한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방송 광고 시장이 올해에도 전년 대비 1.8% 축소되고 제작사의 드라마 제작 물량도 전년에 비해 감소하거나 유지될 것"이라며 "콘텐츠 제작사의 수익성은 해외 판매 개척에 달렸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주제와 규모의 작품 위주로 제작이 필요하다"라고 진단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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