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더블로 가" 미매각에도 회사채 증액…개인투자자 '덥석'
동화기업, 기관투자자 외면에도 회사채 증액 발행
개인과 기관 입장차, 고금리 우량채 수요 방향 갈라
증가하는 개인투자자…업종별 리스크에 신중론도
공개 2024-06-07 18:4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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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최근 들어 채권발행시장에서 미매각 물량을 개인투자자에게 넘기는 일이 잦다. 기관투자자 대상 흥행에 실패하고 증권사가 떠안은 물량을 리테일로 돌리는 것이다. 매 분기별 보유 채권 평가액을 장부에 반영해야 하는 법인과 달리 개인투자자들에게 있어 고금리 우량채는 오히려 매력적인 투자처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스크가 해결되지 않은 업종의 경우 주의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사진=동화기업)
 
수요 참패에도 증액 발행…증권사 떠안아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건자재 전문기업 동화기업(025900)은 3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수요예측에서 목표액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실제 지난 5월28일 진행된 수요예측 조사에서 15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는 것에 그쳤다.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가 평가한 동화기업의 신용등급은 'A-'다. 동화기업은 지난 10년간 평균 10%대의 우수한 이익창출력을 보였지만 건설경기 둔화로 주력인 건자재 사업 부진이 이어질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수요조사와 달리 발행 규모는 오히려 증액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화기업은 당초 모집금액 300억원에서 발행 규모를 400억원으로 늘렸다. 통상 수요주문이 저조할 경우 발행 규모를 더 이상 늘리지 않거나 발행 계획을 철회하던 것과 다른 움직임이다.
 
미매각된 250억원 규모 채권은 단독 주관사인 KB증권이 떠안게 됐다. KB증권은 해당 물량을 리테일 채널로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발행되는 동화기업의 2년물 채권은 확정금리가 5.364%다. 6월 현재 국내저축은행의 24개월 평균 금리인 3.47%보다 1.9%p 높다.
 
KB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수요예측 결과와 상관없이 증액은 가능하다”라며 “미매각 채권의 경우 기본적으로 리테일 판매를 중심으로 기관·장내 매각 등 다양한 방법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기관에는 '부담', 개인은 '안정적 투자처'

사실 채권 발행 시 미매각 물량은 증권사에는 부담이다. 채권 평가손실이 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22년 증권업계는 당시 치솟았던 금리 여파로 보유 채권으로 인해 대량 손실을 인식해야 했다. 당시 △NH투자증권(5981억원) △한국투자증권(2857억원) △하나증권(2356억원) △KB증권(2341억원) △메리츠증권(2166억원) △신한투자증권(2143억원) △미래에셋증권(1338억원) 등 국내 주요 증권사가 채권 평가손실을 기록했다.
 
채권 가격은 시장 금리에 따라 변한다. 시중 금리가 높아지면 채권 평가 가격은 떨어지고 반대로 시중 금리가 낮아지면 오르는 식이다. 매 분기 실적과 신용도 평가가 중요한 증권사로서는 채권 보유 자체가 리스크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개인투자자에게는 회사채가 원리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투자처로 평가된다. 비록 매매가 주식처럼 손쉽지는 않지만 주식 대비 안정성이 우수하고 은행 예적금보다 수익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화기업과 같은 A등급 채권의 2년 내 부도율은 NICE신용평가 기준 0.22%에 불과하다. 천재지변과 같은 큰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2년 후 채권은 연 5%대 중반의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개인 대상 판매 호조…"업종별 리스크 주의해야" 
 
이 같은 이유로 개인 대상 채권 판매는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KB증권의 경우 지난 1분기 리테일 채권 판매액이 4조3000억원을 돌파했다. 올 들어 글로벌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되고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하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채권 투자에 나서는 개인고객이 많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국투자증권도 일찌감치 미매각 후순위사채와 회사채 판매에 나섰다. 개인 매수도 증가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총 19조8351억원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전년 동기 16조4326억원보다 20.7% 늘었다. 이 가운데 회사채 순매수 총액은 4조4541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1.4% 불어났다.
 
덕분에 시장의 우려를 샀던 GS건설(006360)의 1000억원 규모 회사채도 2년물 144-2의 하루 평균 누적 거래량이 6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매매가 활발했다. 한국자산신탁과 푸본현대생명의 채권도 일 평균 8억원대의 거래량을 보였고 전액 미매각됐던 효성화학(298000) 회사채도 하루 1억8000만원어치가 거래됐다.
 
하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처럼 리스크가 아직 산재해 있는 업종의 회사채에 대해서는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건설업종과 그와 관련된 신탁업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견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건설업종의 경우 현금흐름이 저하돼 부족자금 충당을 위한 차입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장의 우발채무 현실화가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지방 사업장의 경우 분양 부진 등으로 지방 중소 건설업체 도산이 다수 발생해 자구노력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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