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촌화학, 악화된 재무환경…이차전지 사업에 '의구심'
판지 사업 매각해 이차전지 등 신사업 투자 '드라이브'
실적 개선은 여전히 요원…만기 1년 미상환 회사채 1200억원 등
2005년부터 뛰어든 이차전지 사업…전자소재 사업 매출 감소
공개 2024-05-31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9일 16:3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율촌화학(008730)이 사업 일부를 매각하며 이차전지 파우치형 필름 사업의 몸집을 키우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부채비율과 유동비율 등 재무안정성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가 이미 악화되며 우려감이 커지고 있는 상태라 율촌화학이 이차전지 관련 사업에 투자를 지속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율촌화학 본사 전경 (사진=카카오맵 캡처)
 
만기 1년 이내 미상환 회사채만 1200억원…상환여력 ‘부족’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율촌화학은 올해 1분기 마이너스(-) 5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마이너스 17억원이었던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이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연간으로 비교해도 율촌화학의 실적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1년 120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22년 적자 전환해 -59억원, 지난해 -162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과 유동비율은 각각 114.6%, 92.6%로 적정 기준(100% 미만, 200% 이상)을 벗어났다. 특히 유동비율은 2022년 170%를 기록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95%로 절반 가까이 감소해 점차 악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만기가 1년 이내로 다가온 회사채 미상환 잔액이 1200억원에 이르는 것이 유동성 악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1분기 기준 율촌화학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608억원에 불과해 부채 상환은 물론 운영자금 조달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인 이자보상배율도 1분기 –5.16배로 집계됐다. 통상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이면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간주되는데, 마이너스인 경우는 영업을 통해 돈을 벌기는 커녕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연간 이자보상배율도 2022년 –1.6배, 지난해 –3.6배를 기록한 가운데 올 1분기 더욱 악화된 수치를 보이며 한계기업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2005년부터 뛰어든 이차전지 사업…실적 확대는 ‘글쎄’
 
이처럼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율촌화학은 이차전지 관련 사업 파이를 공격적으로 키우고 있다. 율촌화학은 회사 매출의 10%를 차지하던 판지 사업을 태림포장에 430억원 규모로 매각하며 이차전지 파우치형 필름 사업의 규모를 키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회사는 판지 사업 현장이 본사와 동떨어져 있어 경영 효율화 개선과 이차전지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해당 사업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율촌화학은 모회사인 농심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아 신사업으로 이차전지 사업 개발을 지난 2005년부터 시작했다. 실제 지난 10년간 포장지 매출의 48%가 농심에 의해 발생했다. 가격 협상력도 부족해 농심의 매출 지속 상승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은 매출 상승을 이뤄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농심이 최대 실적을 달성한 지난해, 율촌화학의 포장사업부 매출은 2015년과 비슷한 302억원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에 율촌화학은 2004년 새로운 길을 모색하던 중 포장재와 파우치형 필름의 구조적 유사성과 모두 알루미늄을 주재료로 한다는 공통점에 이차전지 파우치형 필름 사업을 신사업으로 선정하고 투자했다. 실제로는 2005년부터 국책과제를 통해 파우치형 필름 연구개발(R&D)을 시작했다. 무엇보다 안전성이 중요한 기술이기 때문에 까다로운 테스트를 거쳐 개발 기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율촌화학이 투입한 연구개발비는 총 650억원으로 같은 기간 창출해낸 영업현금흐름의 60% 수준에 이른다.
 
하지만 사업 규모를 키워온 데 비해 가시적인 성과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차전지 파우치형 필름 사업이 속한 율촌화학의 전자소재 사업부문 매출은 최근 수년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율촌화학 전자소재 사업부문 매출은 1351억원이었지만, 2022년에는 967억원, 지난해 912억원을 기록하며 감소했다. 율촌화학은 이차전지 사업과 관련해 이미 매출 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그 규모를 밝히지 않았다.
 
율촌화학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차전지 파우치형 필름 매출은 대외비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 다만 전자소재 사업부문 매출은 감소하고 있지만, 이차전지 파우치형 필름 매출은 증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해당 사업이 신규 사업이고 공장 건설과 설비에도 투자를 하고 있어 매출이 더욱 가시화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율촌화학은 2020년부터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협력을 시작하며 차입금을 확대,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22년에는 836억원을 투입해 알루미늄 파우치 공장을 증설하고, 연평균 104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을 진행 중이다. 그해 율촌화학은 LG엔솔과의 수주 계약도 성사시켰다. LG엔솔은 지난해 기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파우치형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꼽힌 바 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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