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회복 갈 길 먼 HJ중공업, 소송 리스크 극복 가능할까
삼성물산, 강릉안인화력 공사 관련 811억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 제기
소송 대응 기타충당부채 계상액 121억원 불과…손배 현실화시 재무 리스크 확대
지난해 1000억원 이상 영업손실…700% 넘는 부채비율 해결 시급
공개 2024-04-24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9일 18:0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지난해 10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HJ중공업(097230)이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리며 잠재 리스크가 확대됐다. 회사는 올해 수익성 제고와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재무건전성 개선’이라는 숙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 같은 시점에 HJ중공업의 높은 소송 대응 역량이 요구되고 있다.
 
HJ중공업 본사.(사진=HJ중공업)
 
소송에 발목잡힌 HJ중공업…충당부채 규모 상회하는 소송 규모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J중공업은 최근 삼성물산(028260)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강릉안인화력 1·2호기 석탄취급설비 공사 지체상금과 채무불이행 손해배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공시했다. 삼성물산이 HJ중공업에 청구한 금액은 811억원이다. HJ중공업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자본금(4163억원)의 19.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HJ중공업(당시 한진중공업)은 지난 2018년 삼성물산이 발주한 강릉안인화력 1·2호기 발전소 석탄취급 설비공사를 2757억원에 수주하고 공사를 진행했다. 수주액은 당시 매출의 11.24%에 해당할 정도로 큰 규모였다. 이 발전소의 940억원 규모 탈황설비 공사 계약도 추가로 따내며 HJ중공업은 당시 이 발전소 공사로만 약 3700억원의 수주고를 채운 바 있다.
 
이 공사 준공은 지난해 11월 이뤄졌지만, 6개월여 만에 발주자인 삼성물산으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된 것이다. 계약기간인 2022년 2월15일 내 준공을 완료하지 못해 이로 인한 지체상금과 공사 중 발생한 채무를 HJ중공업이 이행하지 않았다는 게 소송의 골자다.
 
HJ중공업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발주자인 삼성물산으로부터 설계변경으로 인한 공사비 증가분을 정산받지 못해 이와 관련한 정산 요청을 지속하던 중 소송이 제기된 것”이라며 “당시 함께 공사를 수행했던 중소 건설사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삼성물산을 제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소송의 결과와 별개로 HJ중공업이 짊어져야 할 리스크는 더욱 커진 상황이다. 회사는 진행중인 소송사건과 관련해 지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 등을 기타충당부채로 계상한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HJ중공업의 기타충당부채 계상액은 121억원에 불과하다. 삼성물산이 요구하고 나선 지체상금과 손해배상액 811억원의 6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재무건전성 회복 절실…소송 ‘암초’ 극복 관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J중공업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조1620억원, 영업손실 108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1조7881억원) 대비 20.9% 성장한 반면, 2022년 66억원의 영업이익은 1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로 적자전환됐다. 매출액을 상회한 원가(2조1639억원)와 판매비와 관리비(1069억원) 등 원가 관리에 어려움을 겪으며 대규모 손실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이 같은 저조한 영업실적은 HJ중공업의 재무건전성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말 회사의 자본금은 4164억원인데 비해 자본총계는 3409억원에 그쳤다. 자본잠식 상태다.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022년 567.0%에서 지난해 747.9%로 약 180%포인트 늘어났다.
 
건설부문이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반면, 조선부문의 적자 규모는 매년 커지고 있어 HJ중공업의 이 같은 ‘재무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건설부문의 경우 2022년 625억원, 지난해 186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조선부문의 영업손실은 2022년 541억원에서 지난해 1300억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HJ중공업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간 매년 20% 이상씩 성장해 온 도시정비사업을 중심으로 가덕도와 대구경북 신공항, 새만금 국제공항 등 수주에 총력을 쏟아 건설부문의 수익성을 제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악화된 재무건전성 회복을 위해 건설·조선부문의 수익성 제고 노력과 함께 자산매각 등을 진행 중인 HJ중공업에게 최근 삼성물산이 제기한 소송은 반드시 넘어야 할 암초로 평가받는다.
 
HJ중공업 측은 지난 17일 공시를 통해 “법률대리인을 선임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소송에 대한 향후 계획을 밝혔다. HJ중공업과 삼성물산의 치열한 법적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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