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현대건설기계
[IB토마토 노태영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인수설 부인 이후 의욕적으로
두산인프라코어(042670) 품기에 나섰다. 산업은행 측과 컨소시엄을 이루면서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급부상했지만 최대 1조원에 달하는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DICC) 우발채무 리스크는 여전한 불확실성으로 존재한다.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GS건설(006360)이 참여하면서 경쟁이 과열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3분기 깜짝실적을 발표한 두산인프라코어의 몸값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돼 매매가격에 대한 변수도 생겼다. 특히 최근 실적 악화가 이어지면서 무리한 인수가 '승자의 저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된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그룹 등 여러 후보들이 관심을 보인다는 것 자체가 두산인프라코어 매물의 가치가 있다는 반증이다"면서도 "이번 딜의 핵심은 과연 두산그룹이 DICC 리스크를 어느 선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부분인데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중공업그룹 입장에서는
현대건설기계(267270)와 시너지 등 인수 시 실적 모멘텀 상승이 예상되는데 이 또한 적정 가치 이상의 무리한 인수는 이후 독이 될 것이고 산업은행 측 역시 자금을 지원하더라도 국책은행인 만큼 무리수를 두지 않을 것으로 본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두산그룹은 현대중공업·KDB인베스트먼트, GS건설·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 MBK파트너스, 유진기업, 글랜우드PE, 이스트브릿지 등 6개 컨소시엄을 예비적격후보(숏리스트)로 선정했다. 이달 안에 본입찰을 할 계획이며 이르면 연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가능하다.
딜 스케줄은 그러하나 우선 DICC 관련 소송 리스크는 현재진행형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1년 DICC의 지분 20%를 380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인수한 업체는 미래에셋자산운용 PE, IMM PE, 하나금융투자 PE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이다.
3년 내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DICC 지분의 80%까지 제3자에게 팔 수 있도록 하는 동반매도청구권을 FI에 부여했다. 동반매도청구권은 경영권을 갖진 못한다. 하지만 소수지분 주주들이 매각에 동의할 경우 대주주 지분까지 함께 매각할 수 있다.
문제는 FI의 보유지분 매각 과정에서 양 측의 소송이 진행됐다. 1심은 두산그룹이 2심은 FI가 승소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최종 패소할 경우 주식매매대금에 법정이자와 지연이자 등을 더해서 최대 1조원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측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는 한 인수는 사실상 어렵다. 현대중공업그룹이 가장 고민하는 지점이다.
현대중공업지주(267250)는 지난달 30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DICC 소송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구조가 안 짜인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최대 경쟁자로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GS건설의 참여도 주목된다. GS건설은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할 경우 컨소시엄 파트너인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와의 공동 경영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가 성사될 경우 주택·건설사업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실탄도 현대중공업그룹에 뒤지지 않는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GS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9000억원 수준이다. 같은 기간 현대중공업그룹은 2조2000여억원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KDB인베스트먼트를 FI로 끌어들여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GS건설 역시 자금력이 탄탄한 FI를 확보한 상황이라 쉽게 최종 결과를 점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이 국책은행 관계사를 FI로 한 것이 천군만마를 얻은 것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민간자본이 아닌 만큼 최종협상에서 운용의 폭이 제한적일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더해 두산그룹은 예상을 뛰어넘는 3분기 실적 발표로 두산인프라코어가 더 비싼 값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 3분기 176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증가한 수치다.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07%의 가치는 7000억~8000억원가량이지만 실적발표를 계기로 두산은 더 높은 가격을 부를 여지가 생기며 인수자는 1조원이상의 값을 치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모든 난관을 뚫고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당장의 시너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또한 이번 인수전 구도가 자금력 대결로 흐르고 있는 가운데 현대중공업지주 전체의 실적 악화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부담요인이다.
출처/대신증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지주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4조5779억원, 영업이익은 101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9%, 54.0% 감소한 수치이다.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반 토막이 났다.
양 대 축인 정유와 조선 부문 모두 부진했다. 한 증권사는 실적 발표 이후 목표주가를 28만원으로 15% 이상 내렸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오일뱅크의 실적부진 지속으로 오일뱅크의 가치를 기존 대비 약 20% 하향했다"면서 "한국조선해양의 연결 순이익이 적자를 기록함에 따른 지분법 손실을 반영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와 관련해서는 DICC 소송과 관련한 문제로 아직 인수금액과 인수조건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라고 덧붙였다.
두산인프라코어와의 시너지를 꿈꾸는 현대건설기계 역시 실적이 감소세다.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6241억원, 영업이익 26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 30.4% 감소했다. 직전 분기인 올해 2분기 대비로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6%, 37.4% 줄었다. 북미지역 매출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40.2% 축소됐고 유럽과 직수출 대상지역에서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5%, 12.7% 역성장을 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모기업인 현대중공업지주가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경쟁에 참여하면서 사업구조와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 "경쟁 입찰인 관계로 성사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구체적 인수 방법, 인수가격 등의 추가 정보가 발생할 경우 기업가치의 현저한 변화가 예상된다"라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지주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이다"면서 "조선 부문의 경우 내년 수주 기대감이 커지고 있고 실적 반등을 위해 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노태영 기자 no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