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늪에 빠진 코스닥 8개사…짙어지는 상폐 그림자
3분기 적자 기록시 상폐 실질심사 탈피 사실상 어려워
공개 2019-11-14 09:30: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4년 연속 영업손실 지속 사유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코스닥 기업들의 3분기 실적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적자를 기록할 경우 사실상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큰 탓이다.
 
12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중 올해 초 4사업 연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은 총 8개로 내츄럴엔도텍(168330), 유아이디(069330), 스카이문스테크놀로지(033790), 알톤스포츠(123750), 국순당(043650), 솔고바이오(043100), 옴니텔(057680), 에이치엘비파워(043220) 등이 있다. 영업손실 지속으로 코스닥 관리종목 지정된 기업은 특히 주의할 만하다. 4년 이상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는 것은 이익실현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8개 기업들이 올해에도 별도 기준 영업손실을 기록하면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받게 된다. 3분기 실적이 중요한 이유다. 3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할 경우, 오는 4분기 실적은 그간의 적자 누적분을 메울 수 있을 만큼의 '초대박' 흑자가 시현돼야 하기 때문이다. 12월 결산법인은 3분기 실적을 오는 14일까지 공시해야 한다.
 
사진/뉴시스 
 
매출액 감소 추세에 있는 기업들을 특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해당 기업은 급여 등 고정비 지출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 등으로 영업이익의 반등이 더욱 어려울 수 있다.
 
8개 기업 중 매출이 가장 크게 감소하고 있는 기업은 이동통신용 중계기 등을 만드는 스카이문스테크놀로지다. 올해 반기 별도 기준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한 26억원을 기록했고, 그 여파로 영업손실은 동 기간 6배 이상 증가한 83억원을 기록했다.
 
알톤스포츠의 경우 올해 반기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한 206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손실은 25억원 기록했다. 지난해 흑자전환이 예상됐지만, 반품된 재고에 대한 충당금 15억원을 손실로 계상하면서 결국 적자를 이어가게 됐다.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홍역을 앓는 내츄럴엔도텍의 올해 반기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한 36억원을 기록했고, 그 영향으로 반기 영업손실은 27억원을 기록했다.
 
솔고바이오의 올해 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2% 감소한 88억원을 기록했다. 대신, 구조조정 등으로 급여를 낮추면서 판관비를 줄여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7% 감소한 14억원에 이르렀다.
 
국순당의 올해 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 감소한 251억원 기록했고, 그 영향으로 영업손실 폭은 53% 증가한 23억원 기록했다.
 
분위기가 비교적 좋은 기업도 있다. 에이치엘비파워는 올해 흑자전환해 올해 반기 영업이익이 22억원을 기록 중이다. 옴니텔도 마찬가지로 올해 반기 기준 영업이익은 3억4773만원을 기록했다.
 
유아이디는 올해 반기 기준 적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영업손실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0억원 줄어든 8억8600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이 약 550% 증가한 79억원을 기록한 덕분이다.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 사진/한국거래소 
 
적자 지속에 따른 실질 심사 사유가 공시되면 일단 거래정지 조처가 내려진다. 단, 바로 상장폐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코스닥시장 상장폐지 심사는 사실상 3심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가 1심을 진행해 최대 1년의 개선 기간을 부여하거나 혹은 상폐여부를 결정한다. 이후 코스닥시장위원회가 2심을 통해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며, 이때도 1년의 개선 기간 부여가 가능하다.
 
2심 이후 기업이 이의 제기를 하면 코스닥시장위원회의 3심을 거쳐 최종 판정이 나오는데, 이때 영업손실 지속 등으로 실질 심사 대상이 된 기업은 최대 6개월간의 개선 기간을 부여받을 수 있지만, 개선 기간은 총합 2년을 넘을 수 없다.
 
즉, 거래소→코스닥시장위→이의제기라는 3심 절차 속에서 상폐 결정은 2년 이상 걸릴 수도 있는 셈이다. 다만, 개선 기간 도중 제출한 자구안이 이행되지 않거나 혹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립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상장폐지가 될 수도 있다.
 
코스닥위는 상폐 심사를 할 때 현재 실적보다는 향후의 사업계획, 경영투명성 등을 주로 고려한다. 즉, 상폐 여부는 과거보다 미래 가능성 등에 달려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상장폐지 심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 계속성 여부이며, 다음으로는 계속성 판단의 주요 근거가 되는 경영진”이라며 “계속성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으면 상폐 주요 원인이 경영진에게 있음에도 손해는 결국 투자자들이 보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하지만 코스닥 기업의 경영진 관련 문제가 코스피에 비해 많이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라고도 덧붙였다.
 
실적 반등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아 상폐 위기를 벗어난 사례도 있다. 2017년까지 4년 연속 영업손실을 지속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케이에스피(073010)는 부실재고 등의 원인으로 지난해에도 적자를 기록해 올해 초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됐지만 2심격인 코스닥위 심의에서 상폐를 면했다.
 
심사위는 M&A를 통한 최대주주 변경 및 수주잔고 급증 등이 흑자전환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케이에스피의 올해 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한 132억원을 기록했고, 그 영향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심사 결과 등에 따라 당장 상폐 위기에서 벗어나도, 영업손실이 지속되면 실질심사 사유는 재차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계속기업가치 지속 하락 위기 등에 처한 기업은 미리 퇴로를 고민할 수도 있다.
 
K-OTC 등 국내 장외시장 거래, 하위시장 이전, 기업 매각 등이 주요 퇴로로 거론된다. 일례로 코넥스 시장에는 영업손실 등과 관련된 상장폐지 요건이 없다. 대신 지정자문인이 의견을 거절할 경우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다만, 제반 방법을 통해도 과거와 같은 수준의 자본조달은 어렵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은 연구위원은 “장외시장을 통한 거래는 미미한 수준이며 하위시장으로 이전상장도 거래소 설립 이후 사례가 없을 만큼 용이하지 않다”라며 “국내 M&A시장 역시 소형혁신기업 사이에서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일어날 만큼 역동성을 지녔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분석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