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삼립, 식물성 햄 제조 나선다…공략지는 'B2B 시장'
소시지, 햄 등 기존 육가공 제품 생산 시설 활용
대체육 시장 성장 염두에 둔 선제적 조치
공개 2022-09-29 07:00:00
[IB토마토 김윤선 기자] SPC삼립(005610)이 회사 최초로 식물성 햄 생산에 나선다. 국내 식품 업계에서 대체육이 잇따라 출시되자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을 염두에 두고 선제적 조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28일 식품 업계에 따르면 SPC삼립이 콩을 활용해 만든 식물성 캔 햄 생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식물성 캔 햄은 충청남도 서천군에 소재한 SPC삼립 서천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SPC삼립은 현재 전국에 총 6곳(시화, 대구, 충주, 청주, 서천, 세종)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서천공장은 기존에 햄, 베이컨, 소시지 등 동물성 가공육을 생산하던 공장이다.
 
SPC삼립이 동물성 가공육이 아닌 식물성 캔 햄 생산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해외 업체와 협력해 대체 달걀을 선보인 적은 있다. 앞서 미국 대체식품기업 ‘잇 저스트’와 계약을 체결하며 잇 저스트의 식물성 계란 ‘저스트에그’의 국내 생산, 유통과 판매를 담당하기로 했다. 잇 저스트와 SPC삼립은 올해 4월 국내 시장에 ‘저스트에그’를 본격 출시했다.
 
SPC삼립은 자체 브랜드보다는 B2B 시장을 목표로 식물성 햄 생산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들로부터 생산 요청이 오면 제품을 빠르게 공급하기 위해서다.
 
B2B는 자체 브랜드 출시를 하는 것보다 시장에서 실패했을 때의 위험은 낮추면서도, 여러 거래처에 제품을 공급하며 일정 매출은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향후 국내 대체육 시장이 더 커지면 기존 생산 시설을 활용해 자체 브랜드를 출시할 수도 있다.
 
SPC삼립은 유명한 소비자용 제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회사 매출에서 B2B가 차지하는 비중도 B2C 못지 않게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SPC삼립은 다른 기업 의뢰에 따라 육가공품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거래처로는 풀무원(017810) 올가홀푸드, 대상(001680), 허닭, 굽네치킨 등이 있다.
 
SPC삼립 관계자는 “(식물성 햄은) 대체육으로, 향후 B2B로 제안이 오면 생산을 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B2B 비중은 공개가 어려우나, 회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업체가 출시한 식물성 캔 햄으로는 신세계푸드(031440)가 지난 7월 선보인 ‘베러미트 식물성 런천’이 유일하다. 이제 막 주요 업체가 뛰어들고 있는 상황으로, 정확한 국내 시장 규모는 알기 어렵다. 업체들은 향후 성장 가능성을 보고 대체육 등 식물성 식품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비건인증원으로부터 신규 비건인증을 받은 제품은 286개로 1년 전(199개)보다 44% 늘었다.
 
비건 식품 시장이 국내보다 더 빨리 형성된 서구권 국가에서는 스타트업의 성공 사례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2009년 설립된 미국 비욘드미트가 있다. 이 기업은 지난 2019년 기업가치 150억달러(한화 약 18조6000억원)로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으며, 지난해 4억6500만달러(약 6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비건 식품시장 규모는 2018년 126억900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2019년에서 2025년까지 연평균 9.6%의 성장률을 보이며 240억6000만달러(한화 약 34조2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식물성 식품은 동물성 재료를 활용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이중 식물성 재료를 활용해 기존 육류를 대체하고자 하는 대체육은 동물윤리와 환경복지, 식량문제 등 여러 영향으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식물성 식품 시장은 당분간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동물윤리 문제로 식물성 식품을 찾는 인구 외의 일반 소비자들을 끌어모으는 데는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 자체가 초기여서 잘 알려지지 않은 데다, 기존 고기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만한 맛과 식감을 내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대체육 관련 기술이 초기 단계로 육가공품을 모방하는 데 그치는 정도”라면서 “소비자 만족을 위해서 맛과 식감을 개선하기 위한 향미, 조직감 연구가 이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윤선 기자 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