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성적 공개한 BNK투자증권, 호실적에 가려진 자본적정성 우려
순자본비율, 장외파생상품업 인가에 498%대로 하락
우발채무 1년 새 80%↑…김병영 표 '우량 증권사' 걸림돌
공개 2021-09-09 09:30:00
[IB토마토 백아란 기자] BNK투자증권이 올해 상반기 거래대금 증가와 투자금융(IB)부문 선전에 힘입어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일궈냈지만 재무건전성은 뒷걸음친 것으로 나타났다. 건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순자본 비율이 하락한데다 속도까지 가팔라졌다. 우발채무도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불어나 우려감을 자아낸다. BNK투자증권은 모회사인 BNK금융지주(138930)의 지원 아래 장외파생상품 매매업인가를 받으며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지만, 자기자본 1조원대 우량증권사로 도약하기까지는 걸림돌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금융투자협회 공시 등에 따르면 BNK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649억8897만원의 순이익(연결기준)을 시현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기순익은 1년 전(224억7913만원)보다 189% 증가한 수준으로, 작년 한 해 순이익(533억9700만원)을 웃돈다.
 
지난 1997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반기보고서를 공개한 BNK투자증권은 첫 성적표부터 쾌조를 보인 것이다. BNK투자증권은 올해 4월말 장외파생상품 매매·중개업에 대한 라이선스를 획득하면서 공시의무가 발생했다. 이번 실적 상승의 배경에는 증시 호조로 거래대금이 늘어난 데다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 총수익스와프(TRS) 등을 장외에서 판매할 수 있는 장외파생상품 투자매매·중개업을 인가받으며 실적 다변화를 꾀한 점이 주효한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부문별로 보면 IB사업부문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480억1305만원으로 1년 전보다 146.2% 늘었고, 자기매매부문(298억원)과 위탁매매부문(309억5091만원)도 각각 485.8%, 23.9% 증가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지난 2019년 김병영 BNK투자증권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내세운 '자기자본 1조원 달성 및 순이익 1000억원의 우량증권사'로의 도약도 멀지 않은 형국이다.
 
다만 호실적 이면에는 건전성 하락 등 우려 요인도 산적하다. 장외파생상품 인가 이후 지급보증 등 신용공여형 우발부채가 늘어날 수 있는 데다 IB영업 확대 과정에서 사모사채나 부동산 관련 대출금 등 위험자산이 증가할 경우 운용자산의 건전성도 저하될 수 있어서다.
 
당장 자본적정성 지표인 순자본비율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722.11%에서 올해 상반기 498.57%로 급락했다. 장외파생상품업을 영위하면서 필요유지자기자본이 더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사진/BNK금융지주
 
실제 BNK투자증권의 필요유지자기자본은 장외파생상품 매매업을 인가받기 전인 올해 1분기에는 467억원이었지만, 2분기의 경우 1167억2500만원으로 150% 급증했다. 같은 기간 순자본비율은 1255.76%에서 757%포인트 급락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국내 증권사의 연결기준 순자본비율 평균은 935.6%며, 대형증권사는 1609.4%, 중소형 증권사의 순자본비율은 559% 수준이다.
 
BNK투자증권 입장에서는 순자본비율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나 후순위채 발행 등이 필요하지만, 연초 이미 BNK금융 차원에서 2000억원 수준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코로나19 재확산과 금리 인상 등 금융환경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건전성 개선에도 제약이 가해질 수 있는 셈이다.
 
우발부채(채무보증)도 발목을 잡는다. 올해 상반기 BNK투자증권의 우발부채는 1915억원으로 1년 전보다 79.7% 증가한 것으로 나왔다. 지방금융지주를 모회사로 삼고 있는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우발채무잔액이 1조3460억원에서 1조1759억원으로 감소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자기자본(9610억원) 대비 우발부채 비율은 19.9%로 단순 수치는 높지 않지만 2018년 말 9.5%, 2019년 말 10% 수준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증가세는 가파르다. 이밖에 각종 지원 업무와 기타 영업활동 영위를 포함하는 기타 부문의 순손실은 마이너스(-)270억8871억원에서 -437억7604만원으로 확대됐다. 
 
BNK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장외파생상품업 인가를 받으면서 필요유지 자기자본이 늘어났다"면서 "순자본비율 개선 등을 위한 유상증자 등의 일정은 아직 공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백아란 볼만한 기자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