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테진아' 덕 봤지만…재무위험은 '여전'
코로나19에도 지난해 영업익 125% 급증
부채비율 207%·유동비율 63%…재무 불안
높은 배당성향, 현금흐름에 부담 요인
공개 2021-05-06 10:00:00
출처/하이트진로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주류시장의 위축에도 '테라'와 '진로이즈백'을 앞세운 하이트진로(000080)가 수익성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테진아(테라+진로이즈백)'의 판매량이 증가하고 시장 지배력이 확대되며 이익 레버리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고, 맥주 가격 인상까지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하지만 200%가 넘는 부채비율과 현금성 자산으로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 등 고질적으로 지적돼왔던 불안정한 재무구조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에 더해 매년 오너 일가에게 돌아가는 높은 배당 규모도 현금흐름 창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10.6% 늘어난 2조2563억원, 영업이익은 124.9% 훌쩍 증가한 1985억원을 올리며 호실적을 거뒀다. 오비맥주가 지난해 매출 1조3529억원, 영업이익은 2945억원으로 각각 12.3%, 28.0%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코로나19 속에서도 선방한 셈이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도 지난 2018년 4.7%, 2019년 4.3%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지난해는 8%까지 올라왔을 만큼 신장했다. 진로이즈백과 테라가 히트치면서 점유율이 올라감에 따라 이 같은 수익성 확대는 더욱더 가속화될 것으로 비춰진다.
 
가격 인상도 호재 중 하나다. 최근 하이트진로는 330㎖ 가격을 1.36% 인상하기로 했다. 가정용 등에서 수요가 많은 대중적인 500㎖ 대신 타격이 덜한 작은 사이즈만 가격을 조정한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통상 국내 330㎖ 맥주 출고가격은 845~850원 수준인데, 이번 인상으로 해당 맥주 한 병당 출고가격이 10원가량 비싸졌다. 2019년 기준 국내 맥주 출고량은 171만5995㎘로 하이트진로 맥주점유율을 40%로 가정하면 이들은 총 68만6398㎘를 출고한다.
 
이번에 인상하는 330㎖가 하이트진로 맥주에서 20% 수준 포션을 차지한다고 가정하면 매년 4530만병 수준이 팔려 4억5000만원 이상의 수익 효과가 발생한다. 물론 지난해 물가상승률에 따른 주세 1㎘ 4100원 연동돼 약 28억원(4100*686398㎘)에 달하는 비용이 소요되지만, 매출(원가) 측면에서 보면 기존보다 수익성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하이트진로는 지난달에도 소주 도수를 낮추며 우회적인 이익효과를 예고했다. 이들은 진로이즈백 도수를 16.9도에서 16.5도로 0.4도 낮추며 한병당 2.4원에 달하는 주정원가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희석소주 출고량은 91만5596㎘다. 지난해 역시 전년과 비슷한 출고량을 보였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이트진로(참이슬+진로)의 소주 점유율은 65%에 달하는데, 이중 진로이즈백이 절반의 판매고를 올린다고 가정했을 때 360㎖ 진로이즈백은 8억2657만병 팔리는 꼴이다. 지난해 및 올해 소주출고량이 2019년과 비슷할 것으로 계산해 보면 주정과 관련한 대략적인 원료가격에서만 19억원가량 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정된다.
 
하이트진로에 긍정적인 전망이 이어지는 상황이지만, 한 꺼풀 걷어보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국내 최대 주류기업인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1년 외국계 오비맥주에 맥주 부문 1등 타이틀을 넘겨준 뒤 인지도와 매출 면에서 밀려왔다. 소주 부문도 롯데주류 처음처럼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이렇다 할 쐐기 카드가 없었다. 2018년에는 매출 1조8856억원, 영업이익 904억원, 2019년에는 매출 2조305억원, 영업이익 882억원, 당기순이익은 423억원 적자를 봤을 정도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기준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22%, 8% 수준으로 하이트진로가 한참 떨어진다.
 
수익성이 좋지 않다 보니 현금흐름이 원활하지 않고 재무건전성도 수년째 터널 속이다. 기업의 위험신호로 보는 부채비율은 지난 2018년 기준 195%에서 2019년 216%, 지난해는 207%에 이른다. 통상 기업의 경우 부채비율이 200%를 넘을 경우 재무상태가 불안한 것으로 본다.
 
같은 기간 단기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유동비율 역시 2018년 64%→58%→63%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유동비율은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1년 내 갚아야 하는 부채로 나눈 값으로, 100% 이하일 경우 현금성 자산으로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인 것을 의미한다. 매출로 총부채를 얼마나 상환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매출액 대 총부채는 2018년 0.83배→0.9배→1.01배로 소폭 개선됐지만 건강한 상태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이는 통상 2배 이상이면 양호, 0.8배 이하면 불량한 수준으로 본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테라가 나온 지 2년 정도 됐는데, 치고 나가는 상황이다 보니 초기 투자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출시 초반부터 수요가 높아 계속 신병투입이 필요했던 부분이 있다. 시간이 지나고 점유율이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하면 병을 재사용할 수 있는 등 비용을 세이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성을 초과하는 높은 배당성향도 현금흐름에 부담 요인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하이트진로 FCF(잉여현금흐름)는 2018년 –272억원, 2019년은 –1919억원이다. 그동안 하이트진로는 FCF가 마이너스인 상황 속에서도 2018년도분에는 549억원, 2019년에는 489억원(보통주 700원, 우선주 750원)이나 고배당 했다. 지난해에는 FCF대비 적다는 시각도 일부 있었지만 523억원(보통주 750원, 우선주 800원)의 증가한 배당금 규모를 자랑한 가운데 올해는 코로나 상황이 좋아지면서 배당 역시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맞물리는 상황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배당은 실적과 연동해 진행되는데 지난해에는 코로나 시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반영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태영 하이트진로 사장. 출처/하이트진로
 
배당 증가를 뒷받침해 주는 요소는 또 있다. 바로 박태영 하이트진로 사장의 승계 문제다. 지주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는 하이트진로의 지분 50.86%를 갖고 있다. 문제는 박 사장이 하이트진로 지분이 없다는 점이다. 여기서 서영이앤티가 등장한다. 서영이앤티는 하이트진로홀딩스의 27.66% 지분을 갖는데, 이곳의 최대주주는 58.2% 지분을 가진 박 사장이다. 결국 하이트진로의 배당금이 하이트진로홀딩스로, 이 돈이 다시 서영이앤티에 흘러가 박 사장에게 연결되는 구조다. 박 사장이 하이트진로 주식 상속 등과 관련해 상속세 등 자금이 필요한 만큼, 다시 고배당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