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이 딜은 그룹 회장님의 선택이 가장 중요합니다"
뚜레쥬르 매각전에 밀접하게 관련한 전문가의 총평이다. 뚜레쥬르는 브랜드 가치, 품질과 같은 내재 가치보다 코로나19 여파와 같은 외부적 요인이 현시점에서 인수·합병(M&A)의 주요 변수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뚜레쥬르 매각을 주간하는 안진회계법인은 지난 11일 예비입찰을 실시했다. 예비입찰에는 오퍼스-NH PE 컨소시엄(이하 오퍼스 컨소), 어펄마캐피탈 등 5~6곳의 사모펀드 운용사(PEF)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동원그룹, IMM PE 등 투자설명서(IM)를 받아 간 곳의 참여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이번 예비입찰은 원매자들의 인수 의사를 확인하는 중간 점검의 의미가 강하다. 소위 말하는 논바인딩(Non-Binding)방식으로서 인수후보자들이 써낸 가격이 향후 본입찰에 구속을 받지 않는다. 입찰 이후 타 후보들의 참여도 가능하다. 중간 점검이다 보니 인수후보자들도 아직 완전한 진용을 완성하지 못했다. 오퍼스 컨소는 경영 노하우가 있는 전략적투자자를 모집한 것을 전제로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시사점이 있었던 예비입찰이었다. 우선 재무적투자자(FI)가 단독 참여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 코로나19 장기화, 한계에 부딪힌 식음료 프랜차이즈 산업의 성장성, 점주와의 공생 등이 주요 원인이다. 국내 성장이 정체되며 프랜차이즈 산업도 제자리 걸음을 보이고 있다. 또한 올해는 코로나19로 성장률의 마이너스(-)가 유력해 보인다. 게다가 저출산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회사는 신규 가맹점이 중요하다"면서 "제빵 원료 매출 말고도 가맹점 관련 직기, 비품, 인테리어 매출 등이 프랜차이즈 회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라고 말했다.
CJ푸드빌도 이를 인식, 외식문화의 세계화란 비전을 세우고 달성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다양한 이유들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현재 대부분 지역에서 사업을 철수하고 있다.
해외 사업을 철수하고 있는 CJ푸드빌. 출처/나이스신용평가
또한 뚜레쥬르 점주들은 사모펀드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12일 가맹점주 측은 CJ에게 "CJ급의 대기업 인수를 제외하면 수긍하지 않는다"면서 "사모펀드의 인수는 반대한다"라고 공식적으로 이야기했다. 매물의 매력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잠재적 리스크까지 수면 위로 올라온 이상 사모펀드의 단독 인수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남은 곳은 대기업이지만 시장에서 진성 입찰자로 보는 기업들은 없다. 시장에서는 KG그룹, 동원그룹, SPC삼립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됐지만 동원그룹(
동원F&B(049770))과 KG그룹은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 1위 브랜드인 '파리바게뜨'를 보유한
SPC삼립(005610)의 경우는 공정위 심사 통과란 변수가 존재한다. IB업계 관계자는 "뚜레쥬르를 인수한다면 비교 대상은
CJ(001040)"라면서 "동원그룹 내부적으로 프랜차이즈업을 CJ보다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할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기업들의 참여도 만만찮다. 만약 주요 인수 후보 이외의 다른 기업에서 참여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방법은 2가지다. 회장이 직접 결정을 하거나, 임직원이 제안하는 것이다. 이 중 부사장, 전무, 상무 등 임직원이 제안하는 방법은 쉽지 않다.
그는 되려 기자에게 "코로나19가 얼마나 장기화될지 답을 달라"라고 반문하며 "코로나19 여파를 어느 누구도 모르는 상황에서 임원이 어떻게 결정을 내리냐"라고 말했다. 이어 "요새 분위기에서 임원이 M&A를 제안한다는 의미를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을 스스로 짊어진다는 의미"라며 "만약 책임질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회장을 설득할 만한 합리적인 보고서를 만들기도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남은 방법은 회장의 선택이다. 달리 말하면 매각 가격이 다른 M&A보다 중요도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최근 비슷한 M&A 사례는
웅진(016880)과
넷마블(251270) 사이에 있었던
코웨이(021240) M&A다. 당시 웅진의 윤새봄 전무와 넷마블의 방준혁 의장 만남은 M&A 흐름을 뒤집어 놨다. M&A 자문업계 관계자는 "회장 간의 만남으로 딜이 성사되는 경우는 상당히 많다"면서 "코웨이 M&A 당시 딜 성사가 어려울 것으로 봤지만, 만남 한 번으로 모든 전망을 뒤집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있었던 KG그룹의 할리스커피 인수도 같은 맥락이다. KG그룹의 할리스커피 인수에는 회장의 인수 의지가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M&A에 밀접한 관계자는 "이번 예비입찰로 뚜레쥬르 M&A의 난이도가 높다는 것은 확인됐다"면서 "IM을 받아 간 곳이 10군데가 넘었고, 시간이 있기에 M&A 결과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