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위워크 사태, 자산운용업계 희비교차
위워크타워 투자한 운용사들, 계약 재협상으로 '골머리'
패스트파이브 등 대체 임차인 구해야 할 가능성도
공개 2020-06-15 09:20:00
[IB토마토 윤준영 기자] 글로벌 공유오피스회사 위워크가 임대인들과 재협상에 들어가면서 위워크타워 투자를 놓고 다른 의사결정을 내렸던 자산운용사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장기 임대차계약에 따라 높은 수익률을 낼 것이란 기대와 달리 위워크의 사업모델이 신통치 않은 탓이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위워크의 임대차계약 구조가 이전부터 건물주에 불리한 측면이 많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종로 위워크타워 내부 전경. 출처/위워크 홈페이지
 
현재 위워크는 여의도, 광화문, 강남, 삼성, 선릉 등 모두 18곳 지점에 입주해있다. 2016년 8월 한국에 진출한 지 4년 만에 18곳 지점을 확보하며 빠르게 규모를 키웠다. 국내 프라임급 오피스에 입주한 뒤 인테리어를 통해 ‘위워크타워’로 탈바꿈시킨 사례가 대부분이다. 
 
국내 위워크타워는 현재 해외 사모펀드 블랙스톤, 아시아퍼시픽캐피탈 등 해외 사모펀드나 국내 운용사인 KB자산운용, 신한리츠운용, 코람코자산신탁, 이지스자산운용 등이 투자를 받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위워크가 건물주와 임대차계약을 놓고 재협상할 계획을 세워두면서 건물주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위워크가 대형 빌딩 임대인들과 계약을 맺을 당시 무리한 조항을 내세웠다며 투자 위험성이 높았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로 렌트프리(사무실 무료임대)기간을 들 수 있다. 위워크는 초기 1~2년 동안 실질 임대료를 거의 내지 않고 임차할 수 있도록 계약구조를 요구한 사례가 많았다. 렌트프리기간을 장기임대의 경우 수년에 걸쳐 나눠 쓰는 구조가 통상적이지만 위워크는 이 기간을 초기에 몰아서 설정하도록 요구했다는 것이다. 결국 임대료를 실제로 내야 하는 시점부터는 일 년 내내 무료임대기간 없이 지불해야 하는 만큼 위워크의 재무사정이 악화될 경우 임대료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실질 임대료란 계약상에 적힌 명목 임대료에서 렌트프리와 테넌트 임프루브먼트(인테리어 비용 지원), 핏아웃(입주 전 인테리어 공사 시 무상 임대료 제공) 등의 비용을 모두 차감한 수치를 말한다.
 
이에 따라 KB자산운용이나 신한리츠운용 등 위워크타워를 보유한 운용사들은 임대료 협상 등 대안책을 마련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대체 임차인을 구하거나 법적 소송까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컨설팅회사의 한 관계자는 “위워크가 입주해있는 빌딩들이 대부분 입지가 좋아 (위워크가 나가더라도) 몇 개월 정도 기다리면 패스트파이브 등 탄탄한 국내 공유오피스회사가 충분히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패스트파이브 등 토종 공유오피스회사와 임대차계약을 맺었거나 위워크타워 투자를 보류했던 운용역들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과 마스턴투자운용은 지난해 패스트파이브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전용펀드를 결성해 건물을 매입하고 운영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한 부동산운용업계 관계자는 “1~2년 전 서울 시내 유력한 입지에 위치한 위워크타워 인수를 검토한 적이 있는데 계약구조의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해 결국 투자를 하지 않았다”라며 “임대료 상승률이나 임대료 자체는 높았지만 나중에 몰아서 임대료를 받아야 하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위워크는 계약주체가 특수목적법인(SPC)으로 글로벌 본사에서 보증을 안 해주는 계약이 많다”라며 “반면 패스트파이브는 모기업이 튼튼해서 보증이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신한알파강남리츠 임대차계약 사항.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