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NH농협은행의 인프라 사업 지원 대비 성과가 미진하다. 농협은행은 지난 10년간 인프라 금융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관련 부서 격상 등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하지만 최근 신탁업자로 참여한 건은 계약이 해지되고 금융주선 사업은 아직 회계상 실적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농협은행(사진=농협은행)
비이자수익 강화 차원 '신탁사업' 중단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협은행이 신탁업자로 참여한 사업이 중단됐다. 지난 2020년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이 수주한 '시흥-서울 연결도로 민간투자사업 건설공사'다.
해당 사업은 시흥시가 서해안로 교통체증 해소를 목적으로 추진했다. 시흥시 신천동과 부천시 범박동을 연결하는 신규 도로 4.88Km를 건설할 예정이었다. 사업 진행을 위해 HDC현대산업개발이 76.92%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시흥서울연결도로주식회사를 설립해 수익형민자사업(BTO) 방식으로 진행될 계획이었으나 무산됐다.
은행권은 해당 비이자수익 강화 차원에서 민간투자사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신탁업자로서 참여한다. 민간투자사업이란 사회간접자본 시설에 민간이 투자하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통상적으로 민간투자회사가 시설을 건설하고 시설관리운영권을 부여받거나 일정 기간 동안 운영한 후 계약기간을 종료하고 시설 소유권을 정부에 양도하는 방식 등을 취한다.
이 계약은 수익형 민자사업으로, 고속도로, 항만, 철도 등이 포함된다. 최종 사용자에 사용료를 부과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다만 민간투자회사가 사업을 시행할 때 모든 돈을 투자하지 못하므로 자산운용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모펀드를 조성하고, 이를 통해 자금을 모집한다.
이때 사모펀드로 모집된 자금은 통상적으로 은행이 맡아 관리하며 이를 신탁업자라고 한다. 이번 사업의 경우 농협은행은 ‘다비하나시흥서울도로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의 신탁업자로 참여했다. 신탁 규모는 82억원이다. 이에 따라 시흥서울연결도로주식회사는 매년 7억5293만원을 사모투자신탁에 지급했다. 농협은행도 신탁업자로 참여해 관리비 차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사업 중단으로 관련 수수료 수익은 끊어진 셈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농협은행의 경우 해당 사모펀드의 신탁을 맡아 관리하고 수수료를 수취했을 뿐 따로 차입금 등 투자한 내역은 없다”라고 말했다.
다수 인프라 금융 주선에도 성과는 '아직'
농협은행은 시흥-서울 연결도로 민간투자사업 건설공사를 포함해 다수의 민간투자사업을 주선해왔다. 지난 2015년 이전만 해도 평택시흥고속도로, 천마산터널, 덕송내각고속화도로, 계룡대관사, 천안시 폐기물 소각시설, 비봉∼매송 고속화도로 민간투자사업 등의 인프라 금융을 주선했다.
필요한 조직 개편도 이어갔다. 농협은행의 인프라 금융은 프로젝트금융부가 담당한다. 농협은행은 지난 2022년 프로젝트금융국을 프로젝트금융부로 독립부서로서 승격시켰다. 또 올해에는 프로젝트금융부가 포함된 투자금융부문을 기업투자금융부문에서 분리했다.
이처럼 은행이 인프라 금융 주선 등에 힘을 쏟는 이유는 수익률이 양호하기 때문이다. 특히 2016년의 경우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1.25%였다. 선순위로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비교적 높은 수익을 보장받는다.
당해 농협은행이 우리은행과 함께 주선한 서부간선지하도로 민간투자사업도 마찬가지다. 농협은행은 서부간선지하도로 민간투자사업을 주선하면서 투자를 단행하는 한편 신탁업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당시 금융업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1700억원을 투자했다고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사업 시행사의 입찰을 거쳐 우리은행과 함께 금융 주선사로 선정됐다.
양 행은 총 10개 기관과 8300억원 규모의 금융 약정을 맺고 '미래에셋서부간선지하도로일반사모특별자산투자신탁 제1호'를 결성했다. 설립 당시 사모펀드가 지분 90.18%를 보유했으나, 올해 3월을 기점으로 건설사의 지분이 모두 넘어가면서 지분 100%를 사모펀드가 갖게 됐다.
해당 사모펀드 중 선순위 대출로 실행된 차입금의 경우 연 이자율은 4.16%며, 후순위대출에 대한 이자율은 13%다. 투자금에 대한 회수도 올해 115억4800만원, 내년 116억5200만원 등 점차 규모를 늘려 지난해 말 기준 총 4636억3900만원을 상환할 계획이었다.
서부간선지하도로 민간투자사업은 완공돼 BTO방식을 취한 만큼 통행료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게 된다. 그러나 서부간선도로지하사업의 사업시행자인 서서울도시고속도로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여전히 적자 신세다. 2022년 162억2756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103억4947만원의 적자를 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민간 인프라 투자사업의 초기는 현금 지출을 수반하지 않는 감가상각 회계상 비용으로 인해 당기순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인프라 금융이 끝까지 간다고 하더라도 당장 수익을 보장받을 수 없는 데다 사업이 착공에 들어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도 있다. 위례신사선 도시철도 민간투자사업도 수년째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사업성 평가가 어긋난 경우도 있다. 서부간선지하도로의 경우에도 지난 2015년 실시협약 당시 추정한 통행료 수입과 실제 수입 간 차이가 난다. 당해 추정한 지난해 서부간선지하도로의 추정통행료 수입은 경상가격 기준 674억1900만원이다. 그러나 지난해 서서울도시고속도로의 연간 통행료 수입은 410억7483만원에 그쳤다.
이처럼 인프라 금융 자체의 단점도 있는데다 금리인상 등의 시기가 겹쳐 농협은행이 10년간 공들인 성과가 가시화 되지 않은 상황이다. 10년 전 대대적으로 성과를 알리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인프라 금융 주선 등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나 투자 내역과 수익 등을 공개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